작가명 : 방수윤
작품명 : 용검전기
출판사 : 북박스
문피아에서 머리 잘 쓰는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찾는다는 글을 올린 후 어떤 친절하신 분의 답변을 통해 용검전기를 접하게 되었다. 출판 당시 작가님 연령대도 삼십대 후반이래서 나름 안심하고 첫 장을 펼쳤다.
그런데... 첫 장면은 제국이 망해가는 장면 같은데... 일단 '허트 소드'라는 칼의 멋진 이름에서 첫 각혈, 오랜만에 보는 유치한 막장드래곤에서 두번째 각혈, 등장인물들의 조야한 대사에서 세 번째 각혈을 하고야 말았으니. 오호 통재라, 이걸 진행하느냐 하차하느냐? 이거 잘못했다가 그저그런 막장하렘극강먼치킨퓨전차원이동물이 되는게 아닌가 염려되어서 막 다 읽은 1권을 부여잡고 추후 행보를 한동안 고민했다.(무려 17권 완결이거늘;)
그러나 '머리 써서 제국 재건하는 주인공'을 기어코 보고야 말겠다극 대한민국 여고수(?)의 알량한 오기로 [용검전기 끝까지 읽어주겠3]하고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그 와중에도 책장 위에서는 레드드래곤님께서 캬오오오!! 하고 울부짖고 계셨다.)
*2권의 간략한 게임식 정리 : 용설연님께서 용일님의 하렘에 가입하셨습니다. 용일님께서 '청해문 제자 될랑말랑'에서 '마교 부교주 적전제자'로 승급하셨습니다. 용설연님께서 "으앙!"하고 열심히 우십니다.
2권에서는 용일의 범상치않음/인간성좋음을 강조하는 대목이 특히 많았다. 그런데 용일이 비범한 행동을 한 것도 있긴 했지만, 주변사람들이 '오오 저놈 대단하다 하늘이 내린 천품이며 심성또한 고우니 천고의 기재로다'......비슷한 식으로, 다시말해 [보여주기]가 아니라 [말하기]식으로 [주인공은 심성이나 스킬이나 모두 먼치킨일세 알겠느냐? 조금만 기다려봐 곧 최강이 될테니..]하는 내용을 거듭거듭 역설하는 대목이 지나치게 빈번하게 등장했다. 게다가 소설상의 모든 인물들이 용일과 좀 친해지고 나면 눈시울을 붉히고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줄것 같이 행동한다! .....그런고로 읽어나가면서 좀 많이 불편했다. '주인공 잘나고 강한건 충분히 알겠으니 이제 그만 해 주세요'랄까.
그래도 이야기가 진행됨에따라 중원에서는 등장인물들 말투가 점점 격식갖춘 고어체로 변하면서 너무 적나라한 대사때문에 소름돋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등장인물들이 구사하는 말의 양식이 너무 격이 낮은 무협들이 많은지라, 이것은 용검전기의 큰 장점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울부짖는 레르넨] [절규하는 레르넨] 등의 구절에서는.......-_-;;; 커흠. 신경거슬리고 좀 많이 웃겼다.)
철없는 용설연양은 또 사고칠 분위기고, 이런 전개라면 나중에는 급기야 초반의 레드드래곤이(아르티어스도아니고) 중원으로 차원이동해올지도......?
감상란을 검색해 본 결과 용검전기를 명작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몇몇 계셨다. 내가 아직 2권밖에 읽지 않았기 때문에 용검전기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고, 알몸을 그대로 대중 앞에 드러낸듯한 느낌의 초반부 문체에 대해 큰 실망을 했기 때문에 그 뒤로 계속 용검전기란 작품 자체를 색안경낀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 용검전기를 더 읽어나가기가 너무 힘들다. 정말, 그저 힘이든다. 그래서 일단 용검전기는 '보류작'으로 놓아두려 한다. 마음에 좀 더 여유를 찾은 뒤, 용검전기를 다시 읽게 될 미래의 어느날에는 용검전기를 즐겁게 읽을 수 있게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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