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노무라 미즈키
작품명 : 문학소녀 시리즈
출판사 : 대원
이 라이트 노벨이 대단해! 에서 09년도 3위 10년도 1위를 한 작품입니다. 네, 무얼 숨기겠습니까. 저번에도 썼지만 까기 위해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1권을 보자마자 그런 생각은 날아가고 어느새 아끼고 아끼던 완결권까지 다 봐 버렸습니다. 지금도 눈앞에서 등장인물들이 어른어른 거리는군요. 연어를 물고 있는 곰 만세입니다.
문학소녀 시리즈는 성장물입니다. 두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주인공부터 시작해서 모든 등장인물들이 부대끼고 갈등하면서 성장하는 글이니 말이죠. 얼핏 보면 이 시리즈는 어두침침합니다. 학교가 이야기의 배경인 주제에 죽는 인물도 곧잘 있는데다가 등장인물들은 항상 감정의 격류에 휘말려 있습니다. 그것도 사랑이나 우정같은 따땃미지근한 감정이 아니고 질투, 증오, 원망 이런 어두침침한 쪽의 감정들입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들은 최악에서 시작해서 적어도 차선, 혹은 최선으로 나아갑니다. 문학소녀는 이야기를 헤집어 진실을 끄집어내서 쓰레기 더민줄 알았던 것을 아름다운 보석으로 바꿉니다. 이게 이 시리즈에서 말하고 싶은 작가의 힘이라는 녀석이겠죠. 문학소녀 아마노 토오코는 '해결사'의 입장에서서 모든 진실을 상상합니다. 갈등이 모두 사라진 화기애애한 결말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그 멋진 결말로 나가는 길을 열어주는 데는 문학소녀라는 해결사가 결정적인 역활을 합니다. 어두우면서 밝은 이야기들, 만능(?)의 해결사가 상상하는 따뜻한 이야기는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6권부터 슬슬 작가는 변화구를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애초에 약간의 추리소설 형식을 띄고 있던 글인 만큼 반전과 뒤통수 때리는 결말은 계속 있어왔습니다. 그런데 6권에서는 반전과 함께 중의적 의미의 단서들로 독자들을 의문에 빠지게 만듭니다. 6권에서 등장하는 굵은 글씨(등장인물들의 속마음)들은 아키라의 이야기이자 아마노 토오코와 이노우에 코노하의 이야기입니다.
7,8권부터는 더 본격적입니다. 토오코가 해결사의 위치를 잃어버리고, 약한 여주인공이란 위치를 갖게 되면서 주인공인 코노하가 이리저리 굴러가면서 사건의 진실의 향해서 조금씩 나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섞인 여러 뒤통수치기와 반전은 마지막까지 독자를 희롱하고 농락합니다. 까도 까도 또 속이 나오는 양파껍질처럼 진실 속에 또 다른 진실이 있고, 진실인 줄 알았던 이야기가 거짓이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얽히고 섥힌 인물들의 관계와 토오코의 과거를 읽으면서 저는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굳잡!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위치를 뒤바꾸어 놓은 만큼 여러가지 구성의 변화가 있어서 1~5권에서 패턴화되어서 느껴지던 매너리즘을 한방에 날려버립니다. 약간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1~5권은 7,8권을 위한 떡밥일 뿐이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바뀐 만큼 앞 이야기의 예측이 쉽지 않고, 주인공은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찔끔찔끔 전진할 뿐이라 독자들은 더더욱 낚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학소녀 시리즈는 작품에 빗대에 인물들을 표현하곤 하는데 7,8권은 그 구성까지 이용해서 뒤통수를 칩니다. 토오코의 가족을 빗대어 표현하는 척 하면서 토오코와 나나세, 코노하의 관계를 나타내기도 하죠. 또 중의적 표현입니다. 입이 쩍 벌어지더군요. 7,8권을 위해 그런 패턴을 짜놨냐 악랄한 작가야..라고 할 정도로요. 최고입니다. 덕분에 사건과 인물들의 갈등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다 숨이 막힐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런 뻘글스러운 제목이 나왔어요. 우왕!
여러가지 일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해온 코노하, 그리고 7,8권에서 사건으로 드디어 코노하는 '신과 마주보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참 길었죠, 8권이나 걸리다니...) 그리하여 대단원을 맞이하고 토오코와 코노하는 동등한 위치에 서서 바라볼 수 있게 되죠. 그리고...모두들 행복한 결말로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성장물이 읽고 싶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가 읽고 싶다! 서스펜스나 스릴러를 좋아한다! 뒤통수 때리는 반전이 있는 이야기가 좋다! 등장인물이 약간 맛이 가 있는 편이 재밌다!(..) 라는 모든 분들, 문학소녀를 읽어보세요. 재밌습니다. 최고입니다! 2009~2010년의 최고의 라이트 노벨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전혀 없습니다!
덤으로 배경이 된 소설들도 모두 재밌어요. 아, 물론 다 본 건 아니지만요.
<내용누설에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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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놈의 작가는 떡밥 너무한거 아닙니까. 어딜봐도 토오코랑 헤어지고 나나세랑 사귀는 이야기로 가더니 이런 뒤통수를! 동거가 어쩌고 저째요? 누가봐도 그건 고토부키였잖아요? 여동생이라니 -_-............. 거기다 '좁은 문' 떡밥까지 마지막에 던지면서 끝까지 독자를 낚습니다. 추리소설도 아니면서 악의를 생각나게 하지 말라고요. ...뭐 재밌긴 했지만.
게다가 히메나 마키..치아가 행복해지려면 류와 엮이는 수밖에 없긴 했지만 마키와 류는 괜찮은 커플이라고 생각했던 만큼 쿠로사키(맞나..;;)는 뜬금없더군요. 엄청나게.
아, 이제 또 뭐하면서 지내야 되나...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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