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루마 히토마
작품명 :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 i
출판사 : 학산문화사 EX노벨
옛날 일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심야의 텔레비전처럼 노이즈 투성이가 되어버리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이것은, 내가 아직 내가 되기 전의 이야기다.
가정 안에서 시끌벅적한 사건을 겪은 이후,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코이비 선생님, 자살 희망자, 왕따 대장 소녀, 녀동생, 그리고 마유. 모두(특히 마유)의 순진무구한 모습이 밀치락달치락 몰려온다. …옛날의 나는 정직했구나.
거짓말이지만… 다음번에 거짓말이라는 한자를 사전에서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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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적어 둔 대로.
학산문화사가 '외전'에 대해서 가차없기로는 옛날부터 명성이 자자했습니다만 이 무슨 만행(...). 그것도 이게 한국에 8권이랑 거의 동시에 들어왔으니 이제 완결도 별로 안남은 시점에서... 간행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걸 절판시키나요. 그것도 그다지 안중요한 외전이라면 몰라, 본편 진행이라거나 이루마 히토마 월드 내의 다양한 부분을 보여주는, 상당히 중요한 내용인데.
하여간 주인공이 '미군'이 되기 전의 이야기들... 이라 해야 하나, 다시 '미군'이 되기 전의 이야기들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 한 계절씩 파트 + '혹시나 만약에 어디도 고장나지 않은 정상적인 세계라면'.
뭐 그 외에 베일에 쌓여있던(이라고 하지만 이미 누구나 알고 있을 것 같은) 주인공의 이름이 정식으로 나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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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거짓말이 계단을 올라갈때
사건 직후, 병원에 있을 당시의 이야기.
다른건 둘째치고 코이비 선생님, 6권에 그 '찌들어 있는' 일러와는 비교도 안되게 미인입니다. 뭐지 이 반짝반짝 빛나는 초절 미녀 여의사는. 이것이 세월의 힘인가. 젊음의 힘인가.
코이비 선생님은 쇼타콘이었습니다. 라는 결론.
... 뭔가 더 있는 듯 하긴 한데 말이야.
그나저나 도대체 이 사람한테 정신과를 맡긴건 어디 사는 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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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친구계획
'전파녀와 청춘남'에서 조연으로 재등장하신 토우에양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이야기.
퇴원 후 고모의 등쌀에 채여 다시금 등교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사건'을 알고 있는 반 내에서 당연스레 걷돌다가 토우에의 계획된 이지메로 인해 단숨에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토우에는 여러모로 무섭네요. 이때까지 미군마짱에서 다양한 미친 인간들이 나왔습니다만, 그것과는 조금 다르게 엇나가 있는게... 그것도'소녀적인 긍적적 방향'으로 엇나가 그것이 절로 주인공에 대한 괴롭힘으로 표출되는게 재밌습니다. 그리고 막판의 그 "당당함"과 사랑을 향해 모든것을 버리는 그 정신까지.
계획짜기라던가, 소녀심의 발로라던가, 어찌보면 '나나코의 시나리오'에서 나나코가 좀 더 단순했다면 이런 방향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무관심이 차라리 낫다던가, 제발 없는 취급 해 달라던가 하는 반응의 주인공도, 막판에 가서는 같이 괴롭힘 당하는 꼴이 된 토우에와 같이 놀게 되는데...
솔직히 조금 무섭기는 합니다만, 전학가지 않았더라면 주인공을 진정으로 구원할 수 있었던 아이가 아니었을까 할 정도입니다.
... 토우에가 전학가버린 시점에서 주인공의 행운 스킬은 F란 거겠지.
'전파녀와 청춘남'을 보자면 토우에는 결혼해서 딸까지 낳고서도 첫사랑(주인공)을 못 잊고 있습니다만, 재회하는 이야기는 정녕 없으려나... "어른이 되면 만나로 오겠다!"따위의 약속은 하면 안됐어요. 그딴 약속 안했다면, 토우에 성격상 중학교 까지만 갔어도 툭 하면 놀러왔을 거라고(...).
그나저나 이때까지는 언급만 되던 '고모'도 상당히 특이한 캐릭터. 어떻게 같은 핏줄이면서 오빠와 그렇게 차이가 나는거지. 그 외에 비와시마라던가 카네코라던가 하는 조연들의 어린시절도 깜짝 출연. 후일 비범해지는 인물들은 어릴때도 보통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와 함께 이 i에서 가장 좋았던 파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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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개미와 여동생의 자전거 바구니
읽다 잤습니다. 죄송.
... 솔직히 어찌보면 말랑말랑한 이 i에서 '잔혹'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부분이긴 한데, 그 부분이 다른 파트와 갭도 심하고, 솔직히 내용적으로도 흥미진진한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다지 감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이놈의 가족이랑 마을이 진작에 얼마나 미쳐있었는지는 잘 알겠네요.
뭐 녀동생양은 옛날부터 츤데레였단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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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Happy child
어린 마유의 일러는 무척이나 귀여운데, 손에 해머, 손에 해머, 손에 해머! 으악!
주인공이 마유의 상태를 이해하게 되는 파트. 그 외에는 특필할게 없어요. 마유는 예나 지금이나 무섭다는 것 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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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만약에, 고장나지 않은 제대로 된 세계였다면
"거짓말이지만"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그 어떤 사고도, 미친 사람도 없는 제대로 된 세계였다면, 의 이야기. 외전에 어울리는 완벽한 보너스 파트.
사실 정말로 "완벽하게 행복한 세계"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못한 사람이 몇 있습니다만.
특히 코이비 선생님은 이전 파트에 하도 비중있게 나왔기에, 이 파트에서 그런 결말을 맞은건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누군가의 불행을 발판으로, 나는 살아간다"는 테마는 단순히 미군마짱뿐만 아니라 이런 부분에서도 적용되고 있다는 건지.
어머니는 죽지 않았고 열성적인 지도력을 발휘해 형도 죽지 않고, 아버지도 성질이 폭주하지 않고 세월에 따라 느긋해졌으며, 그 덕에 재혼따위는 하지 않아 여동생은 없고, 당연히 주인공과 '마짱'은 인연이 없고, 스가와라와 마유는 소문난 닭살커플에, 검도부는 오늘도 활기차게 아침연습을 빙자한 축구시합을 벌이고 있고, 토오루는 주인공이 아니라 스가와라를 좋아하고, 주인공의곁에는 유우가 있는... 그런 행복한 세계.
"일상의 가치는 비범"이라는 문장의 의미를 그 무엇보다 깊게 깊게 세겨주는 파트.
이게 "전부 거짓말이지만"이라는 문장으로 끝난다는 그 사실이 무엇보다 슬픈 일이겠지요. 그것도 이 문장의 서술자가 주인공 자신이라는 것 까지.
이런 If전개가 발전해서 '전파청춘'의 그 7권이 나왔던 거군요. 납득납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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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막판 보너스 파트를 읽고서야 제대로 생각했는데, 이놈의 검도부는 도대체 무슨 저주를 받은겁니까(...). 성한 애라곤 카네코 뿐이야 이제... 7권의 묘사를 받으면 폐부 된 것도 같고.
하여간 미군마짱을 읽는다면 안 읽으면 안되는 책입니다. 이걸 왜 절판시켰지... 미군 마짱이 별로 안 나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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