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단그리, 성상영
작품명 : 남궁지사, 라이프 크라이
출판사 : 영상노트, 마루&마야
둘 모두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남궁지사는 퓨전의 형식을 취한 무협입니다. 현대 한국에서 입시 전쟁을 치른 학생이 기억을 간직한 채 남궁세가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이 퓨전이라는 소재야 작금에 와서는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습니다만, 남궁지사에서는 독특하다 할 만하게 활용되었습니다.
가장 큰 웃음의 포인트는 현대 한국의 입시생이 배운 지식으로 무공을 재해석한다는 점입니다. 과학적인 원리로 무공의 원리를 재해석하여, 그것을 보다 그럴싸하게 포장했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그를 바탕으로 등평도수나 삼매진화 등을 비슷한 원리로 흉내내고자 하는, 그야말로 '반쪽짜리 깨달음'이라는 유쾌한 행위도 선보이고요.
입시 지옥에서 살다 온 학생답게, 자신의 천재성을 최대한 감추고 탱자탱자 살아가려는 주인공 남궁상현, 그리고 그의 가치를 알아보는 능구렁이들, 그러는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까지.
이제 겨우 발단부의 궤도에 안착했으니 비평까지 쓰기에는 이르나, 작품의 뒤에 보이는 저자의 모습이 변치 않는 한, 남궁지사는 굉장히 재미있는 소설로 완성되리라 생각합니다.
라이프 크라이는 '살아있음을 외치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리고 과연 살아있지 않은 것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임 판타지입니다.
NPC, 인공지능에 의해 정해진 패턴대로 움직이는 캐릭터인 그들이 마치 살아있는 인간과 흡사한 모습을 보이는데, 그것이 주인공인 라임에게는 '살아있다고 외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살아있지 않은 캐릭터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이한 게임, 그리고 그런 게임을 창조해낸 아라한 컴퍼니, 이 둘이 어떻게 성립되었는지 밝혀지는 순간, 그리하여 주인공의 NPC에 대한 가치관의 혼란이 해소되는 순간이 라이프 크라이의 클라이막스가 되리라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다만, 1인칭 주인공 시점임에도 전지적 작가 시점의 서술방식이 간혹 사용되었다는 점만은 조금 마음에 걸립니다. '이건 주인공이 알 리가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고 말죠. 저자 또는 편집부에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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