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읽게된 동기
그전에 책방에 들러 읽을만한 무협소설을 찾기 위해 뒤적이던 중 이 소설이 책꽂이에 꽂혀 있기에 별 기대없이 거의 습관적으로 한번 펼쳐보곤 제자리에 다시 꽂아 두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책표지 뒷편 작가란에 실려있는 예쁘장하면서도 앳되어 보이는 작가의 사진과 그 출생년도가 73년생인 것을 확인한 후였는 데,
제가 판단하기로는, 작가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그로인해 어떤 한 젊은 사람이 누구 말마따나 무협지 대충 몇백권 봤다는 이유만으로 장난 비슷하게 문장도 제대로 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끄적거려 놓았을 것이라 미리 지레짐작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얼마전 금강님께서 공지를 통해 만인동의 작가 무악님이 연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을 보고 어~? 만인동이란 소설이 나름대로 제법 유명한 모양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읽어보기로 내심 결정은 하였으나 한편으로는 별로 알려지지 않고 젊은 사람이 쓴 이 소설이 재미있으면 얼마나 재미가 있겠느냐 라는 또 다른 생각과 함께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 데,
어떻든 저가 이 책을 보게된 것에는 문주님의 죄(?)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2. 느낀 점
(1) 먼저, 이 책은 1997년도에 초판 전4권으로 출간되었으며 저는 현재 3권 초반을 보고 있는 중인데, 완독하지 않고 미리 이렇게 감상글을 올리는 이유는 지금 올리지 않으면 당분간 올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개인적인 사정과 아울러 지금의 느낌과 완독한 후의 느낌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확고한 믿음 또한 작용하였기 때문입니다.
(2) 이 책은 한마디로 엄청나게 뛰어난 작품입니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내내 두가지 반응을 나타 내었는 데,
하나는 책을 보면서 내내 흐흐.. 웃으면서 보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중간 중간 책 표시의 작가란을 들쳐보면서 그 미남 얼굴을 한번 보면서 한번 웃어주고 그 출생년도를 보면서 감탄의 소리를 연신 내 뱉는 반응을 말합니다.
(3) 뛰어난 심리묘사
저가 어떤 때는 미소를 더러는 크게 웃음을 웃으면서 이 책을 본 이유는 등장인물의 심리에 대한 뛰어난 심리묘사 때문입니다. 어떤 상황에 처한 어떤 인물이 내적으로 갖는 심리를 어떻게 그렇게 유머러스하면서도 그 핵심을 집어내어 적확하게 표현해 내는 지 저로서는 그 솜씨에 마냥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손이 가지 않는 부분의 가려움을 꼭 찍어서 긁어주는 듯한 그 재주가 작가님의 젊은 시절에 씌여졌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여 작가님의 그 미남 얼굴을 수시로 들여다 보았던 것입니다.
(4) 절제미의 극치를 보이다
(4)-1 이 소설은 구성에서의 절제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요즘 흔히 나오는 주인공의 무공 수련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본 사건에 곧장 진입하는 방법을 채택한 것이 보기에 아주 좋았으며 흔히 의욕만 앞서 많은 사건과 갈등을 만들어 놓고는 그것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사례를 다른 소설에서는 더러 본 적이 있었는 데, 이 소설에서는 불필요한 관계는 과감히 생략해 버리고 주인공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만 알기 쉽게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흐름에 대한 이해도를 높혀 주는 것과 아울러 그로인해 소설 전체 내용을 깔끔하게 만들고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4)-2 웃음에의 절제 역시 뛰어났습니다.
처음부터 아예 독자를 끝간데 없이 웃도록 웃음을 유도할려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심리묘사를 통하여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가 때로는 긴장에의 몰입으로 이끌면서 한 극으로 치우치는 것을 작가 스스로 경계함으로써 긴장과 웃음을 적절히 배치시켜 그 완급과 경중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저로 하여금 마치 인형극의 인형과 같은 신세로 만들어 놓는 그 재주는 실로 놀랍다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4)-3 이러한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포장된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니 요즘 출간되는 무협소설들이 무슨 이유에서인 지는 모르겠으나 하나같이 그 방대한 권수를 자랑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쳤고 그 방대한 권수만큼이나 방대하고 충실한 내용을 내포시켜 놓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맺으면서
(1) 저는 우리나라 코믹무협소설 - 또는 밝은 분위기의 무협소설 - 중에서 풍종호의 광혼록, 운곡의 등선협로 그리고 한상운의 독비객 이 세 작품을 그 정점에 서 있는 최고의 작품이라 여기고 있는 데, 그 작품군에 이 소설 또한 당연히 포함시킨다는 생각입니다.
(2) 이런 뛰어난 작품이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저로서는 심히 안타깝게 여기고 있는 데, 저 개인적으로는 홍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3) 작가와 작품의 관련에 대해 한때 약간의 말들이 오간 적이 있었는 데 저의 입장에서는 작가가 쓴 좋은 작품을 읽으니 그 작가 또한 저절로 좋아지는 것을 느꼈는 데, 그것은 인지상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4)마지막으로, 금강께서 신작에 대한 감평을 원하고 계신다는 것은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고전(?)에 대한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 죄송스런 마음이 없지 않으나 다른 분들에 의한 99%의 신작평 속에 저 같은 사람이 1%의 고전에 대한 평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해가 있으실 것을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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