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나승규
작품명 : 해한가.
출판사 : 시드노벨.
00. 확실히, 기존의 시드노벨 작품들과는 노선이 많이 달라 보였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시드노벨도 나름대로 추구하는 게 있는지라 욕을 먹더라도 특정 코드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어떻게 이런 작품이 나올 수가 있었는가 말이죠. 결국 중요한 건 [퀄리티]구나 라는 아주 원론적인 해답이
나오긴 나왔습니다만은... ... 여튼, 시작하죠.
01. 책의 퀄리티는 썩 좋습니다. 아무리 좋게 봐도 습작에 아마추어 티가 팍팍 나던 모 작품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지요. 취향 문제도 있겠고 해한가라고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시드노벨 작품들 중에서는 무척 고퀄에 속한다고 단언합니다. 제가 봤을 때는 시드노벨 스타트 라인업에(임달영 - 유령왕, 오트슨 - 미얄의 추천, 반재원 - 초인동맹)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퀄리티가 괜찮아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래봤자 결국 [공모전 입선작]이 아니라는 것 정도가 있겠네요. 컨셉이 확고하며, 이 작품만이 가지는 고유의 분위기도 뚜렷했습니다. 적어도 대충 기존의 유명한 캐릭터를 복사 붙여놓기 하는 안일한 방식을 채택하지 않은 게 마음에 들었구요, 또한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자세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02. 내용은 어떤 정신적 트라우마에 빠진 사람들을 [해한가]라는 캐릭터가 해소해준다는 것 입니다. 일종의 한풀이지요. 그런데 웃긴 건, 그 해한가라는 캐릭터는 절대 작품의 줄거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3권 까지도요! 3권 까지 전부 합쳐도 등장 씬은 각 권의 조연만도 못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작품에서 느껴지는 뭔가 알 수 없는 미스테리어스한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습니다. 돌려말하면 어줍잖게 캐릭터로 떡을 치려는 안일한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03. 단점이라면은, 전체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가치관이나 패턴이 좀 비슷하다는 것 정도가 있겠네요. 비관적이고, 염세적이고, 음울하지요.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기 보다는 애초부터 그냥 어둡고 우울하다 - 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각 이야기를 이끄는 캐릭터들이 전부 그렇지요. 누구는 중 2병의 찬란한 향연이라고 까지 깎아내리던데, 저도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바 입니다. 다만 저는 이 작품을 좋게 봐서 어느 정도 [보정]을 한 거죠. ^^
결론.
1권에서 3권 까지의 패턴을 같습니다. 우울한 캐릭터들의 드라마가 펼쳐지고, 막판에 해한가가 나와서 뾰로롱, 얍! 하면 끝나는 식이지요. 그런데 4권이 이야기의 끝이라고 이미 작가가 밝혔구요, 더더군다나 3권의 마지막에 해한가의 과거에 대해서 살짝 암시를 하더군요. 그렇다는 건 4권에서 해한가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로 프리퀄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모든 이야기와 테마를 종결짓는 방식이 되겠군요. 무척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보너스.
각 권 마다 맨 처음에 있는 작가님과 일러스트레이터님의 주고 받는 만담은 일품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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