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묵향
작가 : 전동조
출판사 : 스카이북
최근에 보니까 묵향이 아직도 출간되고 있더군요.
나온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나오다니 놀랍습니다.
황제의 검과 같은 시기에 나온 작품이 아직도 연재되다니...
처음에 재밌었지만, 다크레이디에서 중단한 기억이 납니다.
작품 초반에는 독자들의 상상과 예상을 뛰어넘은 반전과 매력적인 캐릭터,
생생함과 사건들로 인해 저절로 중독되는 듯한 재미와 감동을 주었었죠.
중국무협에서 나오는 무공들을 좀더 한국적이고 신세대적인 스타일로 훌륭하게
창조했었죠.
무술의 단계를 화경, 현경, 생사경이라는 새로운 구분법으로 창조한 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흔히 중국무협에서 절정고수를 보고 화경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하는데, 전동조 작가는 현경, 생사경이라는 새로운 무공의 단계를 창조했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무협들은 주로 은원, 중원 권력과 문파간의 세력 투쟁을 출발
점으로 하는데 반해, 묵향이란 살수를 주인공으로 시작한다는 사실이 특이하죠.
흔해빠진 인정과 의리파가 아닌 철저하게 직업화된 살수 묵향이 주인공이란 점은 현대적인 현실감을 더합니다.
묵향이라는 신선한 캐릭터와 예상을 뛰어넘는 스토리, 반전은 독자의 시선을 중독시키는 매력을 주면서, 한국 최고의 신세대 무협이라는 명성과 인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그러나, 묵향의 2부인 다크레이디에 가면서 갑자기 힘을 잃게 되죠.
황제의 검처럼 중국무협에서 서구 판타지 세계로 가게된 묵향은 카리스마를 잃고
마치 온라인 겜의 캐릭터로 전락합니다.
제가 다크레이디에서 중단한 이유가 그거죠. 무협도 판타지도 아닌 그저 온라인 겜
육성기가 되서죠.
무슨 마징가 제트 같은 로봇을 타고 싸우는 겜이 된 건지
묵향의 출발은 좋았지만, 2부에 가서 흔한 온라인 겜이 되버린 점은 매우 아쉽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를 황제의 검과 비유하자면, 일단 작품의 세계관과 철학, 사상의 부재
때문이죠.
묵향이란 캐릭터에 너무 큰 카리스마와 완벽함, 매력을 주면서 시작한 지라
2부에서 일부러 묵향을 여자로 성변환 시키는 무리수를 두면서, 작품의 재미만을
추구한 거죠.
작품 자체가 작가의 사상과 철학, 세게관이 아닌 묵향이란 캐릭터 위주의 소설이라서
저런 아쉬운 한계성을 드러낸 거죠.
반면 황제의 검은 1부에서 파천과 천마 등의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대중적인 인기와
관심을 얻은 뒤에 2부에서 작가의 사상과 철학, 세계관을 그리면서 전환을 시도했단
면에서 묵향과 다릅니다.
묵향은 작품의 사상과 철학보다 묵향이란 캐릭터에 집중한 캐릭터물이란 한계성을
드러내면서, 제 기억에서 잊혀진 작품이 된 셈이죠.
순간적인 재미와 감동을 주지만, 보다 깊은 인생과 세상에 대한 작가적인 통찰과 경험
이 바탕이 되지 못한 아쉬운 걸작이죠.
초반에 나름대로 참신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한국 판타지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역시 인문학적인 토대의 부족으로 인해 한국 판타지의 한계성을 드러낸 사실이
아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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