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한상운
작품명 : 무림사계
출판사 : 로크 미디어
내가 장르문학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다른 문학과는 조금 다르다. 읽고 나서 가슴에 흐르는 여운이나 가슴이 꽉 메이는 감동 혹은 뿌듯한 지적 포만감 등은 부수적인 것이다. 내가 책을 뽑으며 기대하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유치하지만 툭 까놓고 말해 주로 '폭력' 부분에서의 대리 만족인 경우가 많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내가 짱이다'는 기본 베이스로 깔리고 답답함은 조금도 참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게 있어 표도르의 경기에 열광하는 것과 장르문학을 즐겨보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무협의 영웅문이나 판타지의 드래곤 라자 등의 고전(?) 이나 감상란에서 매우 좋은 평을 얻은 진가소전, 천사지인, 사나운 새벽, 일곱번째 기사 등은 다 읽고나서 분명 가슴에 남는 것이 있고 좋은 소설이라는 것을 느꼈으나 결코 내가 바랬던 것을 충족시켜준 소설은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개념 먼치킨(?)이 가장 읽으면서 즐거웠고 만족스러웠다. 당장 떠오르는 작품은 묵향 무협편(1부)이나 한백무림서 시리즈, 나이트골렘, 열왕대전기(포함 재생시리즈), 숭인문 등이 떠오른다. - 먼치킨이냐 아니냐는 극히 주관적인 평가이다 -
한상운님의 무림사계에 대한 좋은 평을 봤을 때 솔직히 아무 관심이 들지 않았다. 딱 봐도 절대 내가 좋아할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지나오다 요즘 책을 볼 시간이 다시 생겼는데 정말로 볼 책이 없었다. 솔직히 보고 싶어서 본 것이 아니다. 정말로, 진짜로 볼 책이 없어서, 평이 좋았던 기억인데 어떤 교훈(?)과 감동이 있는 책인지 앞부분이나 좀 봐둬야지 하고 봤는데 6권까지 하루하고 반나절만에 다 봐버렸다. 밥도 한끼 정도 굶어가며...
이건 정말 재미있다. 내 취향의 영화 한 편을 보고 뿌듯한 기분이랄까. 조인성이 나온 '비열한 거리'나 유오성의 '친구' 에서 그 리얼한 묘사로 인한 현장감... 거기서 얻었던 대리만족과 비슷하다. 아주 현실감있고 폭력적인. 여기에 더해서 한상운님의 빼어난 유머감각에 정말 유쾌하게 놀랐다.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의 한 마디 '이 새끼,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 나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이병헌의 한마디 '살려주세요...' 아직도 이 장면들을 떠올리면 웃음이 난다. 한상운 님의 유머들이 저와 같다. 촌철살인으로 적절한 상황에서 빵! 터지는 딱 한줄.
횡재한 기분이다. 혹시라도 이 소설이 취향에 맞지 않을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한 분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읽어 보길 권한다. 나처럼 먼치킨을 사랑하는 당신일지라도 그 어떤 책보다 빠져들 것이라고 감히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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