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가인
작품명 : 흑혈의 무투사
출판사 : 소드북
감상이 아니라 소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실 분들께 드리는 부탁일지도...
"감정이 통하는 세상이 있고, 이성만 통하는 세상이 있다. 또한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고, 칼로만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 있다. 이 세상은 커다란 무투장이다. 무투장에서 아무리 불쌍한 표정으로 져달라고 빌어도 져주는 무투사는 없다. 실제의 무투장에서는 그냥 지는 것뿐이지만, 이 세상에서 패배란 죽음이고 치욕이다. 그렇지 않다면 네 마을 사람들이 죽지도 않았을 것이고, 네 여자가 능욕당한 채 끌려가서 이런 매음굴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년씩이나 죽음을 무릅쓰고 몸을 단련하면서도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냐?"
그렇습니다.
인생이라는 무투장에서 사람은 누구나 무투사입니다.
이 글은 실제 무투사로 살아가는 이혁의 주위에 얽힌 인생이라는 무투장에서 피 흘리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이 듯, 따로 주인공이 있지도 않습니다.
인생이 일관된 사건의 연속이 아니듯 따로 특정한 이야기를 따라가는 구조로 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고릉, 장안이라는 삶의 터전에서 한 가닥 인연으로 얽힌 이들의 피보다 진한 삶이 있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숲이 아닌 나무를 보라 말씀드립니다.
인생이라는 험난한 무투장에서 짓밟히고 짓밟혔음에도
그 척박한 삶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나도 사람이라 말없이 소리치는,
온몸이 흉터투성이인, 아무런 표정도 지을 수 없게 된, 슬퍼도 화가 나도 웃기만 하는, 슬픔 그 자체인 노래를 부르는, 죽을 수도 없어 술로 연명하는, 고목처럼 말라가는, 피 맺힌 한이 서린 나무들이 있습니다.
숲에 들어와 나무를 보면 숲을 볼 수 없기에, 숲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높이 날면 멀리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자세히 보려면 낮게 날아야만 합니다.
때론 곁에서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청합니다.
몸과 마음이 상처투성이인 이 나무들을 들여다봐 주십사고.
갈가리 찢긴 영혼으로도
누군가를 위해, 고단한 누군가에게 푸른 그늘이 되어 주고파 사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이 나무들을 들여다봐 주십사고.
그리 애쓰다 몸이 잘리는, 그 잘린 몸뚱어리까지 장작이 되어 주는 이 아픈 나무들의 안식을 빌어 주십사고.
그러면 이 나무들이 더불어 이룬 숲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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