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08.11.10 02:20
조회
2,153

작가명 : 이사카 코타로

작품명 : 마왕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Attached Image

초능력자 형제와 파시스트 정치가의 어이없고 진지한 대결

<사신 치바>, <중력 삐에로>의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장편소설. 복화술의 초능력을 가진 형과 미치도록 운이 좋은 동생이 생각없는 세상에 홀로 맞서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텔레비전과 인터넷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젊은이들과 자기변명에만 급급한 어른들, 우르르 휩쓸려 다니는 세상에 카리스마를 가진 정치인 이누카이가 혜성처럼 등장한다. 사람들은 그에게 동조하며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흐름에 휩쓸려 다니고, 그것에 형 안도는 공포를 느끼고, 동생과 함께 어리석은 세상에 대항하는데….

이 책은 파시즘과 민족주의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작가 특유의 독특한 주인공들이 만드는 기발한 유머와 엉뚱한 상상력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어리석은 군중에게 '생각하라'는 문제의식을 던져주면서도, 작가의 다른 작품인 <사신 치바>의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등 재미와 유머를 함께 선사하고 있다.

-------------------------------------------

- "엉터라리도 좋으니까 자신의 생각을 믿고 대결해 간다면, 그렇게 하면, 세상이 바뀐다."

- 컴퓨터 앞에서 일어섰다. 인터넷의 어느 페이지를 보건, 익명이고 실명이고 가릴 것 없이 이 건에 대한 의견과 갖은 욕설이 난무할 것임에 틀림없다. 단 한 사람의 미국인과도 이야기를 섞어 본 적이 없는 젊은이들이 "미국은" 하며 시건방지게 떠들어대고, 컴퓨터로만 얻은 정보를 근거로 "뭘 모르시는군" 하며 거들먹거리고 있을 테지.

- 이누카이는 명쾌한 말투로 다시 한 번 카메라를 응시하더니 "제군" 하며 말에 힘을 줬다. 그리고 쓰읍 하고 숨을 들이쉬더니 나무둥치에 뚫린 구멍처럼 보이는 눈을 이쪽으로 향하고 이렇게 잘라 말했다.

"나를 믿지 마세요. 잘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선택하세요."

당신들이 하고 있는 것은 검색이지 사색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형은 지지 않았어. 달아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나도 지고 싶지 않아. 무진장 큰 규모의 홍수가 났을 때, 그래도 나는 물에 휩쓸려가지 않고 언제까지고 꿈쩍도 않고 서 있는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어."

------------------------------------

이사카 코타로의 '마왕'을 막 다 읽었습니다.

처음 '마왕'을 알게 된 것은 만화책이었습니다. '마왕 - 쥬브나일 리믹스'라는 제목으로 만화책이 한국에 4권까지 나왔습니다만, 전 원작이 라이트노벨인줄 알고 있었는데, 일반 소설이더군요;; 원작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습니다만, 만화책과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애초에, 만화책 부제인 '쥬브나일 리믹스'는, 주인공들을 10대로 교체하였다는 뜻이더군요. 원작의 주인공 형제는 회사원입니다.

이 소설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복화술'과 '1/10 안의 행운'이라는, 초능력이라 보기에는 너무도 보잘것 없는 '신비한 힘'을 가진 형제가, 이누카이라는 이름을 단 파시즘에 대항하는 이야기입니다.

형 안도의 이야기를 읽을때에는 읽는 내내 전율이 몸을 달렸습니다. 단 한사람의 말에 이끌려 분노하고, 분위기에 휩쓸리는 '대중'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찾아 볼 수 있는 것이니까요. 안도의 "생각해, 생각해."라는 말은, 자신에게 하는 것과 동시에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도 건내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생 준야의 이야기에 들어가면, 이야기는 살짝 맥이 빠집니다. 결말도 애매모호하게 끝나지요. 형의 의지를 이어받은 준야는 어느날 닥쳐 올지도 모르는 '홍수'에 대항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으로 힘을 비축합니다. 그 결말이 붉은 황야가 될지, 푸르른 창공이 될 지 이 소설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쉽게 결말 지을 수 없는 이야기겠지요. 이 대결은 소설 속에서도, 현실 속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니까요.

만화책도 재밌게 읽고 있는 편이긴 하지만, 대략적인 구도를 제외한 많은 부분이 차이가 납니다. 애초에 만화책에서는 직접 안도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이누카이는, 소설에서는 정면으로 나서는 일조차 없으며, 국가가 아닌 한 도시 규모이기에 좀 더 직접적인 묘사가 많지요. 또한, 가장 직접적인 차이점이라면 만화책에서의 이누카이는 직접적으로 '폭력의 수단'인 '그래스 호퍼'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만화책 쪽이 좀 더 극명하게 선악 구도를 그리고 있습니다만, '이누카이'라는 인물 자체는 그다지 변한 게 없어 보입니다. 단지 그 스케일이 좀 더 커졌다 뿐, 만화책의 이누카이가 성장하여 정치를 하게 된다면, 소설의 이누카이 같아 지겠지요.

다만, 전체적인 묘사 면에서 만화책과 소설은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화책에서 안도가 저항하는 것은 '파시즘'이라기 보다는 '이누카이' 자체란 느낌이 조금 강하지요. 안도가 이누카이를 나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만화책의 경우, '이누카이의 다른 면'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만, 소설의 경우는 '막연한 두려움과 의문감'이 발단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둘 다 마음에 들지만, 만화책 쪽은 소년 만화 적인 느낌이 너무 강해서, 현실과 결부시키기에는 좀 멀어보였습니다만, 소설은 섬찟할 정도였습니다.

그나저나 소설 상의 '전환점'이 된 사건과 비슷한 상황이 만화책 4권에 나왔습니다만, 만화책의 안도는 그럭저럭 상황을 모면하더군요. 이렇게 되면 준야의 활약상은 상당히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하는데; 아마 만화책 쪽은 확실하게 결말이 나겠지요. 좀 더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위한 '쥬브나일 리믹스'일 테니까요.


Comment ' 5

  • 작성자
    Lv.1 하이버리
    작성일
    08.11.10 12:18
    No. 1

    저도 집에 '마왕'을 소장중입니다. 이사카 코타로를 원체 좋아해서 국내출간되는 책들은 바로바로 소장중인데 그중에서도 '마왕'의 경우는 참 재미있게 봤던 책입니다. 읽는 동안 소름이 참 여러번 돋았던... 이누카이는 사실 특정인물로 보기엔 무리가 있고 글에서도 나온 '파시즘'이라는 이념을 대변하는 인물이겠죠. 안도와 준야는 바로 우리 일반대중들에게 깨우침을 주는 존재가 되겠죠. 제 스스로도 일반대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소설이 주었던 충격은 상당했던걸로 기억이 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일
    08.11.10 12:28
    No. 2

    하이버리님//어떤 의미에서는 '이누카이'도 그 흐름에 저항하는 인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민에게 "생각하라."라는 연설을 하는 독재자는 없을 테니까요. 이누카이 자신은 말 그대로 '올곧은' 사람이고, 파시즘을 만들어 내는 것은 '두체'의 마스터로 대변되는, 물 밑에서 그것을 왜곡시키고, 대중을 조작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하이버리
    작성일
    08.11.10 23:31
    No. 3

    셀먼//네 셀먼님의 말도 어느정도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이누카이라는 존재는 생각하라 라고 하면서도 그 밑에 있던 지배인을 이용해 결국은 안도를 해치죠. 결론적으로는 결코 파시즘에 대항하는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단순히 '생각하라'라고 한다고 해서 진실되게 대중이 생각하게 만드는건 아닌듯 합니다. 오히려 말만 그럴뿐 결국 이누카이가 원하는것은 대중의 세뇌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제게 있어 이누카이는 대단한 웅변으로 무장한 파시스트 같은 느낌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일
    08.11.11 00:09
    No. 4

    두체의 마스터는 "생각하라." 연설 이후, 결국 이누카이한테서 손을 때지요; 만화책의 이누카이는 그 폭력에 직접적으로 연관하고 있다는것이 명확하게 표현되고, '신념이 확실한 악'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소설책은 이누카이 자신이 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소설판의 이누카이는 "자기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길"을 발견했을 겁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하여 국민들 또한 "그 길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따라와 주길 바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체의 마스터가 원했던 '독재자'와는 달리, 이누카이는 정말로 '자신에 대한 야심'은 없었던 것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아스트리스
    작성일
    08.11.11 02:00
    No. 5

    보는 내내 가슴이 쿵덕거리던 소설... 그야말로 정신없이 따라가며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8858 무협 촌부님의 화정도담을 읽고 흠짓하다.. +4 Lv.1 하양노을 08.11.13 2,569 1
18857 무협 쾌도난마 5권! 미리니름 아주 쪼끔! +9 Lv.19 카이혼 08.11.13 2,189 0
18856 무협 [감상]달마야 중원가자~ +1 Lv.72 릿터 08.11.13 1,373 0
18855 무협 진가소사를 읽고 +5 Lv.46 박슝 08.11.13 2,416 2
18854 무협 운룡쟁천 3권 +5 Lv.4 진서유 08.11.12 2,442 0
18853 판타지 왕실마법사를 읽고나서..... +2 금몽 08.11.12 2,466 3
18852 무협 별도님의 <검은 여우> 9권까지 읽고. +9 Personacon 검우(劒友) 08.11.12 2,439 0
18851 판타지 흑암의 마도사 3권을 읽고 +10 Lv.85 도서위원 08.11.12 4,134 1
18850 무협 소름이 오싹하게 돈 광마 10권... +7 악련 08.11.12 3,247 2
18849 판타지 박성호님의 <이지스>를 읽으며 +10 Lv.16 쭌님 08.11.11 4,870 0
18848 무협 장담님의 <절대천왕> 완결 +8 Lv.16 쭌님 08.11.11 6,268 1
18847 무협 천잠비룡포 좋은 책입니다 7.5/10 점 소설 +26 추천/비판 08.11.11 3,547 0
18846 무협 남자가 한번쯤 마음에 가지고 있는 것 화산... +2 Lv.64 고독천년 08.11.11 3,676 0
18845 무협 [미리니음] 뒤늦게 천잠비룡포 9권을 보고 ... +4 Lv.4 두오모 08.11.11 2,136 1
18844 판타지 글에서 느낄 수 있는 광기(狂氣)란 무엇일까? +26 Lv.99 나니 08.11.11 2,732 1
18843 판타지 강추 더 세컨드 주옥같은 수작! +4 무협조아 08.11.10 3,195 0
18842 기타장르 독도왜란[미리니름 있음] +2 Lv.53 소이불루 08.11.10 1,685 1
18841 판타지 라스트 킹덤 +7 Lv.39 둔저 08.11.10 2,559 2
» 기타장르 만화와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 : 마왕 - 이... +5 Lv.29 스톤부르크 08.11.10 2,154 1
18839 무협 진가소사 - 아름다운 글 그러나 난 두렵다 +22 Lv.43 만월(滿月) 08.11.10 4,935 9
18838 판타지 '재생' 무슨 말이 필요할까? +19 Lv.45 호우속안개 08.11.09 3,645 7
18837 무협 화산질풍검 외전 감상. +8 Lv.1 風從虎 08.11.09 3,460 1
18836 판타지 매직앤드래곤 추천과 아쉬운 점... +6 Lv.63 반반무마니 08.11.09 3,108 1
18835 무협 초운 님의 건곤일기(아주 약간의 미리니름 ) +6 Lv.1 딱대라 08.11.09 2,743 1
18834 판타지 더로그 2부를 기다리며..... +18 악련 08.11.09 3,414 1
18833 판타지 쥬논님의 앙신의 강림. +18 Lv.55 sard 08.11.09 2,653 3
18832 무협 보표무적 완독-작가님의 강호를 알겠습니다. +1 Lv.52 태극무검 08.11.09 2,124 0
18831 무협 [추천] 촌부님의 <화공도담> 1,2권. +6 Personacon 검우(劒友) 08.11.08 3,049 4
18830 무협 권왕무적. +14 Lv.55 sard 08.11.08 2,669 2
18829 무협 십전제를 보고. +1 Lv.55 sard 08.11.08 1,888 1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