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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백두옹전

작성자
Lv.1 사영반
작성
08.02.22 04:34
조회
1,355

작가명 : 죽은자의 꽃

작품명 : 백두옹전

출판사 : 문피아 정연란 연재중

여기 할머니 한 분이 계시다. 네 명이나 되는 자식들을 홀로 키우셨다. 그냥 삯바느질 해서 학교 보냈다는 얘기가 아니다. '무공과 학문에 걸쳐서 두루두루' 키우셨다는 얘기다. 자식들은 지금도 무공과 학문에 있어서 어머니를 이기지 못한다. 꽤 하는 할머니라는 얘기다.

꽤 하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은 그 자식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첫째이자 장녀는 아미파의 장문인이고 둘째이자 장남은 무림맹주이다. 셋째인 차남은 무림제일의 신비문의 문주이고 막내딸의 남편은 남궁세가의 가주이다. 이러한 자식들보다 무공이 더 센 할머니라면 가히 천하제일 망구라 할 만 하다.

무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이는 70대지만 겉모습은 30대인 할머니가 아니다. 진짜 할머니다. 그냥 노파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 치매가 걸려버린 것이다.

치매걸린 할머니들의 레퍼토리 18번이 자식들 순례다. 무림맹주인 장남하고 살다가 신비문주인 차남이 보고 싶다고 칭얼거리더니 기어이 차남에게 갔다. 하지만 시어머니 노망기를 보다 못한 둘째 며느리가 '벽곡단이 가득한 폐관실'에 시어머니를 가둬버렸다. 결국은 '시집도 못간 미친년이라 욕했지만 그래도 출세한' 첫째딸인 아미파 장문인에게 가더니, 그것도 얼마 못가 막내딸이 있는 남궁세가로 갔다가, 시내구경 나가서 실종되어 버렸다.

사실 무협소설은 인간의 가장 유치한 욕망을 채워준다. 아니 인간이라기 보다는 '남자'들의 유치한 욕망, 즉 힘은 가장 세고 전지 전능해서 꼴 보기 싫은 놈은 다 죽여버리고 괜찮은 놈, 특히 계집은 다 날 좋아한다는 말도 안되는 욕망을 충족한다. 수 많은 무협소설, 판타지 소설이 있지만 이 패턴을 벗어나는 소설들은 몇 개 없다. 마치 텔레비젼에 나오는 여자들은 다 가지고 싶어하는 사춘기 소년처럼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무림맹주' '아미파 장문인' '신비문주' '남궁세가 가주' 등의 타이틀은 사람의 타이틀이 아닌 느낌을 준다.

그런데 무림인을 '생활인'의 부분집합이라고 할 때, 거기서 논리적으로 생기는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을 작품으로 잘 만 엮으면 그것만큼 흥미진진한 것도 없다. 꼴 보기 싫은 놈 단 칼에 가장 잔인하게 죽이거나 객잔에서 우연히 합석한 여자가 주인공 좋다고 껄떡거리는 얘기보다 훨씬 훈훈하다.

백두옹전의 할머니는 우리 주위에서 본 듯한 '할머니'다. 다만 차이점은 천하제일 무공을 가지고 자식들이 엄청 빵빵한데도 치매에 걸렸다는 거다. 그래서 새로운 자식들, 인연을 만들어간다.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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