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가온비
작품명 : 천의 이름
출판사 : 대원씨아이
*미리니름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요妖와 괴怪, 마魔가 존재하는 세상.
동양적인 주술사와 서양의 위저드가 함께 하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귀문이라는 요에 의해 가장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이진.
그녀는 복수를 위해 백년전 소멸한 가장 강력한 요妖인
천요를 부활시켜 주술로써 속박한다. 천요와 이진은
복수를 위해 우선 천요의 힘을 회복시키고자 한다...
뭐 이게 1권의 내용 전부라고 할 수 있겠다.
음... 잘 쓴 글이지만... 미묘하다.
난 죽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전복죽을 좋아한다.
구수한 맛 가운데 쫄깃쫄깃한 육질을 씹을 수 있고,
건강에도 좋으니까. 그냥 맹맹한 죽은 별로다.
나에게 있어 천의 이름은 아주 잘 만든,
그러나 전복도 참치도 들어가지 않은 맹맹한 죽이었다.
고소하고 부드러워 맛은 있다. 그러나 뭔가 입이 심심하다.
사실 이야기의 근간을 이루는 소재 자체는 드물지 않다.
복수 혹은 그에 준하는 목적을 지니고 과거의 사악하지만
강대한 존재를 부활시켜 함께 한다, 라는 것.
이런 구도에서 중요한 건 그 존재가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고,
독자가 인간 쪽에게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라고 본다.
천요는 그런 면에서 좀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 같다.
백년 전의 요가 아니라 백년 전의 살인마였던 범죄자라고
해도 별로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인간다운 모습이다.-_-
요라는 명찰을 떼고 나면 사람하고 다를 게 뭔가...
주인공 이진은 복수를 위해서 대마왕격인 요를 부활시킬 정도로
의지가 강하고 집념도 강하고 복수에의 집착은 더욱 강하다.
그런 면은 좋다. 난 마왕잡는 용사보다 마왕을 부활시키는
악당쪽을 더 좋아하는 편이니까.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다지 공감할 수 없는 모습이 자꾸 보인다.
어떤 때는 아이 한명 구하려고 죽어라 고생하면서까지 싸우고,
어떤 때는 가볍게 사람 목을 따버린다.(천요의 강요긴 하지만)
상황따라 인명중시와 인명경시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이다.
수림성 담넘을 때 목을 꺾어버린 경비와
괴에게 잡혀있던 아이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아이를 구하려고 그렇게나 천요에게 저항하고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다면, 어째서 경비는 파리처럼 죽이나.
난이도로 치자면 경비쪽을 살리는 게 훨씬 쉬웠을 텐데..
가장 마음에 든 건 오히려 이미 마화 되어버린 이창이었다.
동생을 살리기 위한 그 강인한 의지! 별로 등장은 없었지만
인물의 매력은 등장횟수에 달려있는 것은 아니다.
동서양이 혼재된 세계관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불안하기도 했다. 나는 딱 잡힌 체계 속에서
여러가지로 틀을 짜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이제 막 동서양의 문물이 접하여 혼재된 양상이란 것은
어딘가 발을 디딜 곳이 없는 위태위태한 느낌이랄까....
물론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지만...
스토리 전개가 어떻게 될런지.
천요는 지금 기억이 군데군데 구멍나 있다.
거기다 과거 인간에게 살해당해 심각한 인간불신이다.
보통 「기억부재 + 인간불신」 콤보에서 나오는 결과물은
'알고보면 그렇지 않았다' 스토리가 대부분이다.
즉 그를 살해한 인간은, 아마도 인간불신에 걸릴 정도로
믿었지만 배신했을지도 모를 그 인간은.... 알. 고. 보. 면.
배신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그를 위한 것이었다!!
등등 -_- 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진 않기를 빈다.
귀문이라는 요에 대해서는... 흠...
알고보면 서역의 첨병이었다 같은 스토리... 는 아닐테고.
그렇지 않으면 1권에서 따로 엮을 부분은 없어보이는데.. 음.
일단 2권까지 읽어봐야 제대로 결론을 낼 수 있을 듯 하다.
1권은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옆으로 봐도 서론일 뿐이다.
이진이 왜 복수해야 하는지, 천요와 어떻게 만나고 뭘 할지,
적당히 소개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2권을 기대해본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1568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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