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고든 R. 딕슨
작품명 : 드래곤과 조지
출판사 : 그리폰북스
먼저 출판사에 대한 설명부터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리폰북스는 시공사의 무협시리즈 드래곤북스의 자매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드래곤북스는 무협, 그리폰북스는 판타지로 나눠서 야심차게 출판을 했는데 드래곤북스만큼 주목을 받진 못했습니다. 과거 드래곤북스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던 터라 그리폰북스 책이 나오면 거의다 꺼내보곤 했었습니다. 국내 판타지도 몇 편 나왔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딴소리는 그만하고,
저는 몇몇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정서적으로 이해가 잘 안가서 서양 판타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잘 구해보지 않는 편인데, 드래곤과 조지는 우연히 구하게 된 책입니다. 집 근처 대여점이 책 정리를 하는지 잘 안나가는 장르소설들을 싸게 내놓는데, 거기 있더군요. 보고 낼름 집어왔습니다. 전에 서점에서 살까말까하다가 안샀던 책이었거든요. 흐흐흐
횡재한 기분으로 집에 와서 책장에 꽂아두고 짬날 때마다 조금씩 읽었는데, 이럴수가! 이계 환생물이더군요.
전 이계환생물 매우 싫어하는 편이거든요. 장르소설이 대리만족을 해주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이계 환생물의 경우엔 그게 좀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주제와 초점이 대리만족에 맞춰져 있달까요? 비유가 좀 그렇지만 포르노 비디오를 보는 듯한 찜찜한 기분이 이계환생물을 보면 듭니다. 뭐, 아닌 작품도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만, 어쨌든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외도를 해서 이계 환생물을 쓰지 않는 이상 광고카피가 이계환생이면 꺼내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서양 판타지가 이계환생물이라니 좀 흥미가 돋더군요. 그쪽에도 이런 걸 좋아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실소를 흘리며 책을 읽는데, 재밌더군요. 아니 재밌다기보다는 흥미진진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것 같습니다. 시작부분만 잠깐 소개해볼까요?
주인공 제임스 액커트(이하 짐이라고 함)는 역사학과 조교로 영문과 조교인 앤지 훠렐(이하 앤지)과는 약혼한 사이입니다. 둘다 돈을 못버는 직업이라 매우 가난한 커플이랍니다. 둘이 같이 살 곳을 구하려고 알아보는데 가격이 적당한게 없어서 좀 고생을 하는 중이죠. 앤지는 돈이 필요해서 괴짜 교수의 조수를 하는데 어느날 이 교수가 앤지를 실험대상으로 삼습니다. 뭐 돈이 급히 필요한 앤지는 거부하지 않죠. 한편 실험이 진행될 즈음, 이래저래 일이 안풀려 화가 좀 난 짐은 밖에서 앤지가 퇴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앤지가 나오지 않자 교수가 앤지를 혹사시킨다고 투덜거리며 실험실로 쳐들어갔는데... 문을 연 순간 의자에 누워있던 앤지가 사라져버립니다. 짐은 성격이 좀 급하고 다혈질입니다. 교수의 멱살을 잡고 죽일듯이 따집니다. 뭔가 해냈다고 좋아하며 멍해있던 교수는(흔해빠진 괴짜 천재형입니다.) 방법이 없다며 짐을 설득해 짐도 앤지가 간 곳으로 보내버립니다. 실마리는 하나였죠. 앤지는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누워서 드래곤을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말했었답니다. 좀 막막하지만 어쨌든 약혼자를 찾으러 실험대에 올라가 드래곤을 생각하는 짐, 현기증을 느끼다가 눈을 떠보니 그는 드래곤이 되어있었습니다!!
이러저러한 우여곡절을 겪어 짐이 동료를 구하고 그들과 함께 앤지를 구하는 내용입니다. 모인 파티는 늑대의 우두머리, 멀리서 온 궁수 하나, 여자 궁수도 하나, 기사 한명, 도적단인지 용병단인지 애매한 집단 하나, 세계 최고의 마법사(하나 밖에 없지 싶습니다.), 짐이 차지한 드래곤의 할아버지 드래곤과 종족이 좀 다른 부실한 드래곤 하나입니다. 내용전개는 좀 뻔하고 흔한데 한국판타지와의 설정의 차이가 꽤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꽤 쿨합니다. 반지의 제왕같은 진지함보다는, 왠지 희극적인, 돈키호테 같은 느낌도 좀 들고요.
설정이 좀 다른데 특히 드래곤, 서양의 드래곤은 좀 부실하더군요. 날아다니는 걸 제외하곤 힘세고 덩치가 클 뿐입니다. 밤에는 깜깜해서 날지도 못합니다;; 책에 나온 설명을 보면 갑옷을 입고 무장한 기사와 1대1로 싸우면 지는 듯합니다. 누워서 옛날 얘기를 하면서 한달이고 두달이고 있는답니다. 황금은 걔네도 좋아하더군요. 그런데 와인도 꽤 좋아하더라는...
아 그리고 '드래곤과 조지'의 조지는사람 이름이 아니라, 드래곤이 인간 종족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눈마새에서 '킴'이라고 부르는 것처럼요.
인물들의 관계도 한국식과는 많이 다릅니다. 한국판타지의 파티에서는 정이 중요한데 반해, 그쪽은 신뢰나 약속이랄까 문화권이 달라 좀 애매하지만, 확실히 이곳과는 다르더군요.
여하튼 비슷한 소재 비슷한 전개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 나는게 꽤 재밌습니다. 전혀 색다른 것을 보니 한국장르문학에 대한 느낌도 새롭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한번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덧, 드래곤과 조지를 시작으로 시리즈로 나온 책이라는군요. 저는 다음것도 구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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