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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연방병C
작성
04.11.21 09:27
조회
1,930

작가명 : 곽재욱

작품명 : 건담 0088 - 지온의 아이

출판사 :

완결된지 꽤 되는 건담 팬픽 소설을 하나 추천하려고 합니다.

건담팬 분들 사이에서는 아마 꽤 알려진 소설이라 생각되는 작품입니다.

예전 하이텔 시리얼 란에서 연재되었던 "건담 0088 지온의 아이"입니다.

닉을 보면 알겠지만 우주세기 건담의 팬인 저는, 항상 건담이란 작품의 태생적인 한계에 한가닥 실망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현대 일본"의 어중간한 사상들이 그 작품의 배경이 되었다는 점이죠.

우주세기 0079, 퍼스트 건담의 배경이 되는 "1년 전쟁"은 제 2차대전시의 독일과 일본을 섞어 놓은 듯한 '지온', 그리고 당시 미국과 현대 일본을 섞어 놓은 듯한 '연방'이라는 거대한 두 세력의 대립을 축으로 전개되는 까닭에 지금 봐도 그 세력분포 및 이해관계는 상당히 납득이 가는 매력적인 구도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모빌슈츠'라는 인형기동병기의 매력 이외에도 이 '연방 대 지온'이라는 구도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기에 건담팬이 된 경우죠.

하지만, 세계관을 형성하는 배경은 좋은데, 그 속에서 살아 움직여야 할 인물들의 행태에 잘 동화가 안된다는 것이 바로 저의 불만이었습니다.

연방이던 지온이던 간에 주역급 등장인물들의 사고방식은 저의 생각으로는 뭐랄까, '어설프다'라고 할까, '유치하다'라고 할까 그런 미진함이 항상 답답했습니다.

오히려 조연급 악역인 연방 및 지온의 우두머리급인 인물들, 즉 연방의 몸보신에는 최고의 능력을 가진 '자브로의 두더지들'과 '스페이스 노이드 우수설'을 주장하는 '지온의 광신도'들은 현실의 역사에서 그 예를 볼 수 있기에 납득이 갑니다.

하지만, Z건담 이후에 나타나는 지도자급 인물들의 행태는 자기의 권력욕을 초등학생의 사고방식으로 포장하려 하는 어처구니 없는 '정신적 유아들'이란 겁니다. 여기서 초등학생의 사고방식이란 세상을 보는 관점의 문제 뿐 아니라 그 이후의 행동지침, 즉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인물들에 대한 태도도 포함되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샤아와 아므로를 볼까요?

우선 샤아는 지금도 감독의 의도가 납득이 안되는 걸로 유명한 '역습의 샤아'에서의 어처구니 없는 행태입니다.

퍼스트에서는 오로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자비가의 몰락을 목표로 했던 것으로 보였던 샤아.

Z건담에서는 그나마 스페이스 노이드의 자유, 평화를 위해 헌신하려는 듯 보였으나, 에우고란 조직의 수장이 되는 과정이 전 전혀 납득이 안 되더군요. 특히 다칼에서의 의회연설 장면.

지온 즘 타이쿤의 아들이자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었다는 사실을 의회에서 밝힌게 연방의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불러 일으키는게 정상일텐데, 오히려 믿을만한 지도자급 인사로 인식되게 되는 모습은 여전히 제겐 수수께끼입니다.

그리고, 의회의 연설 장면에선 전, 티탄즈의 잔학무도함을 증명하기 위해 30반치 콜로니 독가스 살포사건을 폭로한다던가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다칼에서의 시가전, 그것도 티탄즈 입장에서는 방위전이라고 충분히 변명할 수 있을 만한 현장화면을 들이 내 밀고, 또 거기에 동조하는 의원들...

마지막으로 역습의 샤아에서의 그 어처구니 없는 행동. 결국 기렌, 자미토프와는 다를바가 하나도 없는 액시즈 떨어뜨리기... 솔직히 그 작품을 보는 내내 토미노 감독 욕만 하고 있었습니다.

샤아는 아예 그런 덜떨어진 악역이라고 일단 제쳐놓고, 우주세기의 영원한 히어로 '아므로 레이'를 한 번 볼까요?

퍼스트에서는 모빌슈츠 능력이 돌연변이적으로 뛰어난 그저 그런 심약한 소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후반부에 소년의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얘기들이지만, 전 솔직히 별로 성장한 모습이 보이지 않더군요.

Z건담에서의 자포자기한 듯한 연금상태에서 벗어나 게릴라 부대인 '카라바'에 합류한 이후는 별로 활동이 애니상에선 보이질 않아서 뭐라 하기 힘드네요. 하지만, 역시 Z건담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샤아를 당연히 지도자급으로 인식하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에선 아므로 역시 벗어나지 않습니다.

ZZ는 뭐, 샤아든 아므로든 아예 안보이니 제끼고, 역습의 샤아에선 육체적 정신적으로 완숙한 듯한 아므로를 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니죠.

육체적으로 MS조정능력으로는 성숙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자신의 확고한 철학을 가진 성년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죠. 그나마, 브라이트와 더불어 가장 일반인의 정상적인 의식을 가진 듯 하지만, 티탄즈의 허물을 덮어 씌우다 시피 한 연방의 잘못을 알면서도 네오지온 잔당 수색부대에서 활동하는 그의 모습은 어이가 없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샤아보다는 오히려 아므로가 정치적 지도자로 부상할 여건이 더 충족되지 않았었나 싶었는데, 그는 결국 현상유지 이외에는 아무런 정치적 의견이나 리더쉽을 보이지 못하는 퍼스트 건담 때의 심약한 소년 그대로입니다.

길게 얘기했습니다만,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입니다.

건담에서는 제대로 된 지도자상은 하나도 없다는 거죠. 그리고, 그런 지도자상이 어떤 건지에 대한 철학조차 아예 보이지 않는 다는 겁니다.

그저, 위엣놈들은 급진적 이상주의자(다른 말로는 공상가)이거나 철저한 몸보신주의자(다른 말로는 권력제일주의자)이외엔 없다는 겁니다.

이건 제가 글 첫부분에서 말했듯이 폭압적인 일본 제국주의와 미국에 붙어서 몸보신에 성공한 자민당 정권의 현대일본을 살아온 토미노 이하 일본인들의 평균적인 의식 수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겁니다.

일본은 시민에 의한 사회개혁이 이루어진 적도 없고, 대학생들이 주도했던 시민혁명도 실패한 나라죠. 그저 적당히 경제적 안위만 주고, 나머지 관심사는 이른바 3S정책(섹스, 스크린, 스포츠)으로 국민들의 불만을 무마하는 데 성공한 약삭빠른 정치인들의 성공적인 케이스가 바로 현대 일본이라고 전 봅니다.

그러니, 현상유지를 최고로 치는 현대일본의 전반적인 분위기상 어떤 급격한 변화에는 근본적인 거부감을 가진 일본인들의 의식이 그대로 반영되었기에, 사회개혁자들은 단지 공상가의 수준으로만 치부되고, 그렇다고 현재의 권력가들에게 앞에서 대들지는 못하고 뒤에서 궁시럭거리는 데에서만 만족을 하는 모습. 그리고, 그런 자신들의 상황이 오히려 올바른 것인 줄 아는 '착한 백성'의 의식이 작품에서 그대로 투영된다는 거죠.

평화, 평화를 얘기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이해관계집단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조율할 수 있는 평화상태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모습이란 겁니다.

굳이 '완전평화주의'의 윙건담을 얘기할 필요 없이 그나마 납득이 간다는 우주세기에서도 이런 모양이란 거죠.

별로 오래되지도 않은 과거 제국주의 일본에 대한 성찰이 과연 일반 일본인들의 의식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주변국인이 얼마나 될까요?

그냥 덮어두고 모른 척 하고 싶어하는 일본인들.

그냥 좋은게 좋은 거 아닌가라는 일본인들.

경제적 지원이면 뭐든지 덮어질 줄 아는 일본인들.

그 이미지 그대로 건담이라는 작품에 투영되는 겁니다.

쓰다 보니 얘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이런 미적지근한, 동의하기 힘든 철학을 가졌지만, 그외의 부분, 즉 인간이외의 부분(사실 이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도...)에서는 거부하기 힘든 매력을 가진 것이 또한 건담월드랍니다...

그래서 오히려 전 이 '지온의 아이'란 작품을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나마, 납득이 가는 인물상, 이해가 가는 지도자상,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먼저 분명히 해 두고, 그에 기반한 비전을 보여주는 확고한 철학을 가진 리더.

그런 인물이 이 작품에 있습니다.

등장 모빌슈츠의 설정과 주인공의 능력으로 비판하는 이들이 좀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건담 팬픽격인 외전으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그 비판자들의 지적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가게 작가분이 잘 설명을 해 두셨더군요.

내용발설을 할 수는 없지만, 건담월드상의 먼치킨 주인공이라고 할 수 도 있을겁니다만, 충분히 납득이 가는 능력입니다.

긴 추천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마지막으로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현재 하이텔이 사라지고 '파란(Paran)'이라는 거대 통합포털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행이 예전 시리얼란의 글들이 다 살아있더군요.

주소는 [ http://bbs.paran.com/Board/Board/bbsList.php?boardno=27&menuno=53 ]입니다.

파란포털 -> 게시판 -> 창작나라 -> 나도작가 에서 '지온'이라는 제목 검색을 하시면 됩니다.

그럼, 넊두리겸 추천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Comment ' 1

  • 작성자
    Lv.1 暗殺機
    작성일
    04.11.21 13:52
    No. 1

    뭐 역습의 샤아는 토미노 감독의 일종의 데몬스트레이션(demo)이죠..
    건담은 토미노 감독의 대표작이자, 한때 우울증증 증세까지 몰고간
    애증이 교차하는 작품이니까요..
    당시도 원하는 의도대로 작품을 끌고 갈수가 없었고..
    감독도 'Z따위 질색'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였으니..
    게다가 Z에서 샤아가 죽었다고 자살소동에 쇄도하는 항의에 학을 뗀 상태니..
    덕분에 역습의 샤아에서 아무로-샤아의 동반퇴장에도 별 후유증이 없었죠..
    요즘은 턴에이 이후로 킹게이나까지 왠지 더 의욕적으로 변한 감독님 보니 좋던데요.. ^^;
    내년 개봉예정인 극장판Z도 의래 의도했던 연출로 끌고가신다니..
    (원래는 ZZ는 기획에도 없었고.. Z에서 역습의 샤아로 이어지는 계획)

    음.. 그리고 역습의 샤아에서 변해버린 샤아..
    라라아 말대로 너무 '순수'하기 때문에 믿음이 배신당하면 증오밖에 없는거죠..
    그보단 역시 위의 이유로 옹졸한(?) 건담팬에 대한 '데모(demonstration)'적인 성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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