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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풀잎노래
작성
12.07.06 10:14
조회
6,143

작가명 : 다카노 가즈아키

작품명 : 제노사이드

출판사 : 황금가지

[미래의 인간은 머지않아 불시에 온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작<제노사이드>는 인류를 위협하는

‘신(新) 인류’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직접적인 암시로 시작됩니다.

콩고에서 보고된 낯선 존재의 출현은 약30년 전 작성된‘하이즈먼 리포트’에서 이미 경고되었던 내용으로, 갑작스럽게 형질을 바꾼 유전자변이를 그 탄생의 기원으로 적시하고 있습니다.

체모 없는 살갗과 짧은 손발, 흡사 인간의 어린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몸집에 비해 거대한 머리와명석한 의식과 지성이 느껴지는 눈을 가진, ‘인간과 비슷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

초월적인 지성을 의미하는‘누스(Nous)’로 명명되는 존재.

4차원의 복잡다단한 상황을 단번에 간파해내며, 제6감의 획득으로 인간의 모든 감각을 뛰어넘고 무한히 발달한 도덕의식과 정신적 특질을 보유한 지고의 존재가 인류의 역사에 불시에 등장한 것입니다.

[인간의 유일한 적은, 바로 인간이라는 동종생물]

지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열등한 생물종은 고도의 지성에 의해 말살된다는 보고서에 의거, 미국의 번즈 정권은 이 미증유의 존재를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민간 용병들을 고용해 교묘한 암살 작전을 펼칩니다.

얼마 전 내한했던 슬라보예 지젝은 오늘날 콩고와 같이 법치가 부재한 국가 역시도 글로벌 자본주의의 중요한 징후로 포함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자본주의 세계화로 죽어간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생각할 때, 다카노 가즈아키는 이러한 거점 세계의 징후들을 연결시키며

번즈 정권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패권주의와 자본주의 확장의 무참한 폭력성을 동시에 고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그냥 암살이 아니라 제노사이드라고 생각했다.

목표는 이 세상에 한 개체밖에 없는 인류종.

단 한 사람을 제노사이드 하는 것이다.”

일명 ‘네메시스 작전’으로 통칭되는 이 암살 계획 역시 인류의 역사 속에서 무수히 반복되어 온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의 반복일 뿐, 작품 속에는400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내며‘제1차 아프리카 대전’이라 불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콩고의 제노사이드 현장을 비롯해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저질러 온 동족상잔의 역사가 무수하게 드러납니다.

한편으로는 다카노 가즈아키가 진화한 인류에 대해 각종 장르와 지식을 총동원하며 이토록 치밀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꼭 잔학성으로 살아남은 인류의 현저한 열등성을 폭로하는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력으로 이기는 쪽이 미치고 날뛰며 다른 인종을 도륙하는 모습은

어느 민족이 보다 열등한지 명백히 말해주고 있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천재적인 스토리 설계]

일반적으로 근친상간 또는 유전적으로 가까운 이성이 결혼했을 경우,

잠재된 유전자의 결함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널리 알려진 내용입니다.

누스 암살 작전에 동원된 용병 리더인 ‘조너선 예거’는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아내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라는 유전 질환의 불치병을 일으킨 다음부터 무척이나 절망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발병률은 인구10만 명 당1.5명.  대부분 6세 이전에 사망하고 9세까지 생존한 사례가 없을 만큼 잔인한 병으로, 예거의 아들 역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고작 한 달의 시간으로 죽음을 유예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와 동시에 일본에서는 약학대학원생인 ‘겐토’가 갑작스럽게 죽은 아버지의 연구를 이어받아 한 달 이내에 이 불치병에 대한 신약 개발을 완수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제한된 한 달이라는 시간 속에서 세계 반대편의 두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서사가 긴박감 있게 교차되며 어드벤처 스릴러로서의 면모 역시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암살 작전 실행 중 미국 정부의 음모를 알게 된 예거가 누스를 도와 콩고를 탈출하는 과정과,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겐토의 시간적 설계가 완벽하게 맞물리면서 다시 한번 이 작품의 천재적인 설정과 구조에 감탄하게 되는 것입니다.

더불어 또 하나의 놀랄 만한 반전 속에 숨겨진 누스의 경외스러운 지성은 직접 확인해보실 것을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일본의 역사관을 거부한 일본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는 한국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관념을 갖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에 큰 도움을 주는 인물로 등장하는 한국인 ‘이정훈’은

매우 현명한 동시에 시종일관 매우 선한 의지를 지닌 인물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한국의 특별한 문화인 ‘정(情)’에 대한 언급이 직접적으로 소개되기도 하는데, 작가가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 한국인 친구와 함께 태권도를 배우는 등 오랫동안 한국을 친근하게 생각해왔었다고 합니다.

특히 작품 내에서 일본인이 저지른 제노사이드인 ‘관동대지진’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굉장히 신중하고 공정한 역사의식을 드러내는데, 이 때문에 일본의 우익들에게 엄청난 비판을 받았음에도 청산되지 않은 역사에 정면으로 맞서는 작가의 뚝심에 깊이 감복했습니다.

실제로 다카노 가즈아키는 이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故 이수현 씨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염두에 두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러한 전반적인 내용들이 일본인들에게는 어떤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노사이드>에 대한 일본 독자들의 대표적인 반응을 보면

(http://www.gasengi.com/main/board.php?bo_table=member_translation&wr_id=120364)

기껏해야 한국 찬양이냐, 한국의 정(情) 같은 건 말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냐, 굳이 한국인을 등장시킬 필연성이 없다, 스토리는 재미있지만 작가의 반일 사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등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력이 보입니다.

“이 이야기를 쓰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였던 점은 ‘공정성’이었다.

여러 제노사이드를 작품에서 그리면서 일본인의 과거에만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 렇다면 한국과의 관계를 제대로 그려야만 했다.”

-다카노 가즈아키

[진화하지 않았대도, 그냥 인간이면 되지]

“그러면 아무 담보물도 없이 자기 목숨을 위험에 처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구하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역의 플랫폼에서 떨어지는 외국인을 구조하거나 아니면 목숨 걸고 신약 개발에 뛰어든다던가,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는

비록 우리 인간이 하찮은 지력과 비루한 도덕성을 지닌 존재일지라 해도 그것이 결국 ‘주어진 모든 생물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이 획득한 최선의 능력’이었음을, 오랫 동안 인간이 쌓아 올린 최선의 분투였음을 결코 간과하지 않는 작품입니다.

더 방대해진 스케일과 엄청난 필력으로 돌아온 다카노 가즈아키의 이번 신작이 우리 존재 파이팅 하는 무한 긍정도, 우린 안 될 거야 하는 체념도 아닌,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자 반성이며 뜨거운 희망 고백으로 읽히는 이유입니다.

“지금부터 나는 지구로 돌아간다.

모든 생명을 품고 기르고 있는 어머니의 별 위로.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 증오하고,

선과 악의 틈에서 흔들리고 있는, 저 회색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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