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고 무림에 즐겨 들린 지 꽤 된 거 같습니다.
원래 글솜씨가 없는 놈인지라 글은 잘 안 쓰는데 황기록 님의 철혈전기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어서 키보드를 한 번 두드려 봅니다.
철혈전기..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허나 제가 지금부터 들게 될 것은 꽃이 아닌 칼이기에 미리 말씀드립니다. 어설픈 독자로서 또한 개인적인 시점에서 하는 지적이기에 작가님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꼭 해드리고 싶은 말들입니다.....너무 기분 나빠하시진 마시길...
철혈전기는 탄탄한 구성과 유려한 문체를 바탕으로 한 작가님의 필력을 잘 드러내 주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일단 구성과 문체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철혈전기의 조회수는 1000을 넘지 못한 게 태반입니다.(11월 이후에 쓰신 것들을 말하는 겁니다.비록 그 전에 글들은 1000이 넘었다고는 하지만 작가님의 필력에 비해 한 참 못미치는 횟수입니다...)
그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독자와 등장 인물의 밀착 정도입니다.
철혈전기의 주인공 독고향(제가 생각하기에 그렇습니다 ㅡ_ㅡa)은 처음에 봤을 때 너무도 낯선 인물입니다. 보편적인 인간 군상과 상당히 다른 독특한 인물이지만 이는 오히려 독자와 독고향과의 동일감을 훼손시킵니다. 즉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겁니다. 작가님은 독고향과 독자간의 연결 고리를 최대한 작게 하여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습니다만 설혹 알지 못하더라고 알고 싶지 않다면 독자는 그냥 아 그런가 혹은 머 저런 놈이 다 있어 하면서 넘어가 버립니다. 작가님께서는 독고향의 독자들이 친해질 수 있는 계기 즉 독고향의 과거 이야기를 다는 아니더라도 조금 내놓는다든지 하는 식으로 독자와 독고향을 친하게 만들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포금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포금율의 죽음이 이르기까지 제가 확실히 알고 있었던 건 포금율이 이상한 신공을 익혔었구나 하는 것 한가지입니다. 결국 저는 포금율의 죽음을 슬퍼하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가슴을 아릿하게 하는 약간의 자극은 받았지만 그것 뿐입니다. 제가 독고향이 느끼는 만큼 포금율을 좋아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포금율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기 보다는 포금율과는 별로 친분 관계가 없었기 때문이죠 ^^;;
독자는 등장 인물과 자신의 동의 속에서 등장인물과 하나가 됩니다. 즉 아...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나는 저렇게 했겠지라는 것을 근거로 틀리면 궁금해하면서 맞다면 그럼 그렇지라는 뿌듯함 속에서 등장인물과 같이 호흡합니다. 독자가 등장인물과 동일시되고 싶다는 욕망을 무시한다면 출판물로서는 크게 미숙한 글이 될 것입니다. ( 물론 문학적 가치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두번째로 글의 호흡입니다.
철혈전기는 전반적으로 모호함 속에서 사건이 진행됩니다. 누가 아군인지 적군이지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 의미가 무언지는 아마 글의 상당부분을 읽어야만 알 수 있습니다. 즉 독자들의 긴장감을 너무 오랫동안 유지시켜 오히려 그 강도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처음에 무척 궁금해 하다가도 계속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궁금해 했었던 것을 잊어 버립니다. 궁금증에 또 다른 궁금증이 보태지기 때문이죠. 위태로운 순간의 연속도 그렇습니다. 세가령의 위험 속에서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는데 그 것 뿐입니다. 반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위험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죠.이 또한 독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의 작은 부분에서도 '반전의 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미의 반전도 중요하지만 곳곳의 살아있는 작은 즐거움을 독자들도 맛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물론 작가님이 이미 심어 놓았지만 제가 아둔하여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만.^^;
세번째로 글의 분위기입니다.
철혈전기는 전반적으로 장중하고 무거우며 치열합니다. 허나 많은 독자들은 통쾌함과 감동 인간애 그리고 웃음 그리고 사랑 등의 즐거움을 바라며 무협을 읽지요.( 저 또한 마찬가지랍니다..)...비극적인 사건의 전개 치열한 삶의 투쟁 등은 위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입니다. 독자들은 누구나 각자의 이상적인 결말을 위해 치닫고 있으며 그 과정은 마지막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일종의 고생입니다.(물론 과정까지 즐거울 수도 있습니다만...) 설혹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다 할지라도 정말 안타까워하는 하는 심정으로 결말까지의 여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여 독자들을 달리게 만들 수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즉 최소한 과정이 즐겁거나 또는 결말이 독자들의 보편적인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철혈전기에서 아직까지 제가 바라는 엔딩이라든지 또는 마지막까지의 여정 중에서 얻을 즐거움이 보이질 않습니다. 당연히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요....
지금까지 미욱한 제 감상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 황기록 님의 글을 풀어가는 능력은 정말 존경합니다. 정말 막히는 부분이 거의 없이 부드럽고 당당하게 글이 흐르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작가가 되시리라는 믿음과 함께 저는 또 N 자가 출현한 철혈전기를 읽으러 이만 ~~~~ㄴ(-.-)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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