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격었던 매우 슬픈 이야기 입니다.
때는 대략...10년정도 전인가?
되도 않는 머리 굴린다고 흥미도 관심도 없는 공부를 하러
무려 버스타고 30분이나 가야되는 곳에 저는 학원을 다니고 있었드랬죠.
그날따라 영어시험 합격점을 받지 못하면 합격점을 받을 때까지 30분마다 계속해서 시험을 봐야 했드랬죠.
평소보다 2시간 늦은 밤 11시.
버스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하필 눈도 오는 겨울날 더럽게 추웠드랬죠.
배도 고프고 버스도 안오고 결국 정류장 바로 뒤에 있던 편의점에 들어갔드랬죠.
지금도 기억나는 씡라면컵라면을 들고 편의점에서 막 물을 붙는 순간 오매불망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 했드랬죠.
이미 시간은 밤 11시 20분을 넘어가는 상황.
눈도 제법오는 것이 재수 없다간 집에 못간다 생각하고 타서 먹자란 마음으로 버스를 올라탔드랬죠.
(집에 차 없음. 지하철은 가장 가까운 역까지 걸어서 30분.)
눈때문에 천천히는 간다만 출렁출렁 넘실대는 국물에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열었다 닫았다만 반복해야했드랬죠.
결국 평소보다 15분이나 더 걸린 45분 후에 집앞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
그때의 시간은 12시 5분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제가 한일은 급하게 라면을 살펴보는 것이었드랬죠.
이미 면빨과 면빨의 경계를 나타내는 희미한 굴곡을 제외하곤 거의 죽처럼 변해버린 라면.
젓가락으로 조심스레 집어 올려보려했지만 그것은 마치 젓가락으로 모래를 들어올리는 것 같은 효과만 났드랬죠.
새벽 00시 5분 춥고 배고프고 졸리며 라면값이 더럽게 아까운 저는...
결국 컵라면을 집에 가져가 수저로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파먹듯이 라면을 파먹었드랬죠.
...그때 먹었던 라면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내 생에 그렇게 더럽게 맛 없는 면음식은 처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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