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시절 초소 근무 설 때 선임과 이런 저런 이야기 하던 중 선임이 한 말이 있습니다. "난 내 부모님을 가장 존경한다. 이 세상에 많은 위인들이 있을지 모르나 나 자신을 위해 가장 애쓴 분들은 그 분들이다. 그렇기에 그 분들을 존경하고 사랑 할 수 밖에 없다."고 말이죠.
그때 그 말을 듣고 전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개 의레 존경하는 사람 하면 좀 유명한 사람들 혹은 앞선 시대의 위인들을 꼽는 사람들만 보아오던 저로선 세계가 두쪽이 날 정도의 충격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좀 부끄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부끄러운 건 이런 사람과 저 자신을 비교해 보니 저 자신이 한 순간에 불효자가 된 것 같아서이고 그렇게 부모님을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을 만큼 거리가 가깝고 사이가 좋다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전 솔직히 부모님과 그리 사이가 좋지 못합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 아버지와 사이가 정말 좋지 않습니다. 군대 오기 전 이런 저런 일로 정말 아버지의 아들이란 것이 그렇게 싫고 증오스러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시기에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더 저 자신이 나쁜 것 같고 그 선임이 부럽기도 하고 좀 시기어린 맘도 생겼습니다.'난 왜 이런 부모를 만났는데 저 사람은 저런 훌륭한 부모를 만났을까?'하고 말이죠.
나이도 30줄로 들어섰고 시간도 어느 정도 흘러 그 시기만큼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측은함과 고마움, 말로 표현 못할 미묘한 감정을 갖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전 옛날 아버지가 제 자존심을 후벼판 이야길 했던 때와 이 선임의 말을 들었던 때, 그리고 펄펄 열이 끓던 저를 한밤에 응급실로 데려 간 젊은 날의 아버지가 생각나 복잡한 기분에 이런 글을 씁니다.
친구를 불러 술을 마시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갑작스레 떠오른 이 감정을 어떻게든 풀어내고 싶어 주절주절 써 내려 봅니다.
Commen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