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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2 로니툰
작성
12.06.13 21:30
조회
1,130

오늘도 어김없이 중학교에 교육봉사를 하러 갔습니다. 우체국에 들를 일이 있어서 허겁지겁 우편물 부치고 헐레벌떡 뛰어갔지요. 예.

오늘은 영화 보여주기로 한 날이어서... 영화를 잔뜩 들고 갔습니다.

그런데 애들끼리 다툼이 일어나서... 공포영화를 볼 것인가, 액션영화를 볼 것인가... -_- 썩을 것들.

아무튼 그러다가 투표를 통해 액션영화를 고르니까 공포영화 보자고 하던 애들은 삐져서 교실 바깥으로 나가버리고... 막상 액션영화 보자던 애들은 영화 제대로 보지도 않고 교실 싸돌아다니다가 일찍 보내달라고 징징거리고...

그러면서도 뻔뻔스럽게 먹을 거 사달라고 조르기에 니들은 개념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하면서 화를 잔뜩 내줘 애들 풀 죽게 한 다음에 집에 보내버렸습니다.

기분 아주 잡쳤죠. 모처럼 애들 비위 맞춰주려고 영화도 준비해서 왔구만... -_-

저는 왜 안 갔냐고요?

당연히 안 가죠.

저번 금요일에 우산 빌려준 거 돌려받아야 하니까. -_-

교실 책상 정리하면서 그 녀석 기다리고 있는데 복도에서부터 우다다다다다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녀석이 불쑥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저를 보자마자 씨익 웃으면서 하는 말.

"아직 안 나가셨네요?"

"-_- 그랴."

"왜 사세요? ^^"

"....-_-"

몇 주째 봐도 레퍼토리가 바뀌지 않아서 아주 기가 차더군요.

"우산 내놔. -_-"

"싫어. ^^"

"이 자식이 지금 장난하나? 안 내놔? -_-"

"내가 왜? ^^"

"아놔, 넌 은혜도 모르냐?"

"ㅋㅋㅋ 싫음^^"

"이제는 아주 반말을 까는구나?"

"ㅋㅋㅋㅋㅋ"

"-_- 아놔, 뭐 기대도 안 했다만... 제기랄."

"^^"

한참을 그렇게 또 옥신각신하면서 교무실로 내려갔죠. 교무실 열쇠고리에다가 열쇠를 던져놓더니 이번에는 학교 건물 바깥으로 쪼르르 빠르게 뛰어나가더군요? 저는 이 자식이 우산 안 돌려주고 도망치나 싶어서 황급히 출석부 던져놓고 쫓아갔죠.

"혜수~! 혜수! 이 자식, 어디로 간 거야?"

"ㅋㅋㅋㅋ 찾아보세요!"

목소리는 들리는데 이놈이 감쪽같이 숨어서 두리번거리며 문 바깥으로 나가려다가... 뭔가와 퍽! 부딪혔습니다.

젠장... 녀석이 문 한쪽 구석에 숨어있다가 반대쪽으로 도망치려다가 마침 나온 저랑 부딪힌 거죠. -_-

아놔, 젠장. -_- 조막만한 녀석인데 막상 부딪히니까 충격이 큽디다. 빌어먹을.... 뭐라고 씨부리려고 했는데 하필 그 때 다른 선생님이 나오시는 바람에 뭐라고도 못하고 그냥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그러니까 그 녀석은 제 모습 보고 더 재미있어졌는지, 운동장으로 나가는 길에 저를 계속 놀리더군요.

"이거 수풀에다가 던져야지."

"마음대로 해라. -_-"

"ㅋㅋㅋ 진짜요?"

"...당연히 안 되지, 이 자식아. 우산 내놔. -_-"

또 녀석이 우산을 손에 든 채 안 넘겨주려고 애를 쓰니까 뺏네 마네 하면서 운동장을 가로질렀지요. -_-

"뭐 하면 줄래? -_-"

"그거 주면요. ^^" (제 오른손에 들린 단팥크림빵을 가리키며)

"진짜? 진짜 이거 주면 우산 돌려줄 거지?"

"ㅇㅇ"

존X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단팥크림빵을 내미니까 그 녀석이 쑥 빼앗아가고... 의외로 순순히 우산을 내주대요? 저는 좋아라 하면서 잽싸게 빼앗아 들고 시시덕거렸죠.

"좋댄다. ^^"

"시끄러워! 이제 빨리 집에나 가. -_-"

"왜 사세요? ^^"

"...-_-"

운동장 한 켠에 매달아놓은 자전거 풀러 가는데... 그 와중에도 녀석은 쉴 새 없이 종알거립니다. 하필이면 제 자전거 바로 옆자리에 걔 자전거가 매여 있더군요. -_- 빌어먹을... 평소에는 멀찌감치 매달아놓더니만! (물론 늦게 온 건 나지만;;;)

"저번 주에 집에 갈 때 비는 안 맞고 잘 갔냐?"

"ㅋㅋㅋ 네. 근데 자전거 되게 그지같네요. ^^

"-_- 죽을래?"

"선생님이 그지 같으니까... ㅋㅋㅋ"

"아놔, 이 자식이 오냐오냐 해주니까 진짜... -_-"

"저는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왜 그래요?"

"얼어죽을, 그럼 그 상황에서 찬성을 표해주랴?"

이번에도 걔가 길 막을까봐 걔보다 먼저 자물쇠 풀고 튀려고 했는데, 빌어먹을 자물쇠는 항상 안 풀리죠. 예. 게다가 오늘 비까지 내려서 녹이 제대로 슬었는지 더 안 풀림. 빌어먹을 -_-

결국 그 녀석이 먼저 자물쇠 풀고 자전거 타고 뽀르르 나가는데... 걔가 교문 앞에 당도한 순간 저는 긴장했죠. 그런데 이번에는 순순히 잘 갑디다?

"잘 가세요~ ㅋㅋㅋ"

"(한숨 쉬며) 오냐. 너나 빨리 집에 가라."

"ㅋㅋㅋ 근데 왜 사세요?"

"-_- 아놔..."

결국 끝까지 염장 지르고 튀었지만...

근데 집 방향이랑 다른 데로 가길래 혹시 나 가는 길에 매복하는 거 아냐? 싶어서 또 쫄았는데...

다행히 아니더군요. -_-; 제가 보기에는 아마 걔네 반 선생님이 오늘 저녁 사주기로 했는데 그거 따라간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평소와 달리 저를 오래 붙잡지도 않고 빠르게 우산 건네주고 그쪽으로 가버린 거죠.

뭐, 아무튼 오늘은 길게 괴롭힘당하지도 않고 우산 잘 받았습니다. 예. 수업 때문에 열이 한 번 뻗쳤는데 그나마 스트레스가 덜 쌓였네요. 이 녀석이 끝까지 놀리고 간 터라 스트레스 완전 0 상태는 아니지만... -_-

그나저나 1주일에 한 번씩 글 쓰면서 느끼는 건데, 점점 저도 모르게 이 글을 소설 양식으로 쓰게 되더군요? 역시 호응이란 무섭군요.

뭐, 여러분이 남기시는 댓글 하나하나 다 읽어보고 있습니다. 매의 눈으로 말이죠. -_-

보니까 아주 저랑 이 녀석을 러브러브 관계로 못 맺어서 안달이신 분들이 많은데... 일단 저는 대학교 3학년이고 걔는 중학교 1학년이지 말입니다? 8살이나 차이나지 말입니다? 말이 되는 예측을 좀 하셔야... -_-

그리고 오늘 자기네 선생님 쫓아서 뽀르르 간 거 보니까 저한테 연애 감정 느끼는 것도 확실히 아니구만... -_-

저한테 관심 있었으면 먹을 거 사주는 거 안 따라가는 한이 있어도 저랑 붙어 있으려고 했겠죠.

뭐...아무튼 메데타시 메데타시 ^^


Comment ' 28

  •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2.06.13 21:31
    No. 1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2.06.13 21:32
    No. 2

    는 훼이크고... 정말, 사이코끼가 다분하지만
    그렇게 때문에 제 입장에서는 정말 귀여운데요.
    납치해서 여동생으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유여
    작성일
    12.06.13 21:32
    No. 3

    ㄷㄷ 선생님한테 왜사세요 라고 물어보다니 라고 생각해는데
    아직 교생이시군요
    교생분은 좀 아는 형같은 느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로니툰
    작성일
    12.06.13 21:33
    No. 4

    음. 교생은 아닙니다. 그냥 경제학과고요.
    교육봉사는 순전히 봉사 스펙 쌓으러(...) 간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2.06.13 21:38
    No. 5

    군인들 전설에...
    초등학생이 군인아저씨에게 준 편지를 여차저차해서
    군 전역하고 그 아이 초중고대 졸업하는 거 지켜보고 연애하면서
    나이차이 12살에 결혼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참에 고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sard
    작성일
    12.06.13 21:41
    No. 6

    자 연참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2.06.13 21:43
    No. 7

    연참은 됐고 성실연재해서 완결만 보여주세요.
    연중하면 현기증 날 것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청청명
    작성일
    12.06.13 21:47
    No. 8

    8살차라... 28과 20, 38과 30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다지 어색하지도 않을겁니다. 이미 훨씬 전설적인 이야기가 많긴 하지만 적어도 주변에선 찾아보기 힘든 전설의 주인공에 도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2.06.13 21:50
    No. 9

    마탑의 전설 : 교육봉사 스펙 쌓으러 가서 생긴 일 Part 1.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2.06.13 21:51
    No. 10

    왜 사는 걸까요.(먼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슈크림빵이
    작성일
    12.06.13 21:55
    No. 11

    흠. 이전글들도 봤지만. 포룬탁님도 어느정도 즐기(??)고 있군요.
    아니라면 눈치빠른 여학생이 그렇게 달라 붙지 않을테니깐요.
    애들은 만만하다 싶은 사람에게나 달라 붙지.
    성질 더럽거나 어느정도 벽이 있는 사람에겐 감히 장난 못치니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슈크림빵이
    작성일
    12.06.13 21:56
    No. 12

    싸이코 짓도 위압감 있는 사람에겐 못하듯이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悲戀歌
    작성일
    12.06.13 21:56
    No. 13

    저도 여친님이랑 8살차이나요.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2.06.13 21:58
    No. 14

    저라면 일주일이 기다려지고 교생 실습 가기 전날에는 가슴 두근거려서 잠도 못 잘듯...
    이래서 내가 이 모양인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로니툰
    작성일
    12.06.13 22:03
    No. 15

    NDDY님//교생 아니라니까요.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염소의일격
    작성일
    12.06.13 22:04
    No. 16

    그런데 여태껏 올리신 글 읽으면서 느낀 건데 포룬탁 님도 은근히 즐기시는듯한....츠,츤데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마음속소원
    작성일
    12.06.13 22:05
    No. 17

    가능해요 키잡이라구요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돌아옴
    작성일
    12.06.13 22:06
    No. 18

    음 제 친구가 27살때 빠른생일인 19살이랑 사겼어용.
    8살 그건 숫자일뿐~_~
    그건 그렇고 저 같으면 그냥 쌩깔꺼 같은데 용케 상대해 주시네요.
    몇마디로 울려버리고 쫓아내 버릴수 있는뎅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돌아옴
    작성일
    12.06.13 22:07
    No. 19

    아 제 친군 cc였음ㅋㅋㅋ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악마왕자
    작성일
    12.06.13 22:19
    No. 20

    뭐 영화 은교도 나온 마당에 ,,,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로니툰
    작성일
    12.06.13 22:22
    No. 21

    뭐, 성가시긴 하지만 그렇게 울리면서까지 떼어놓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녀석도 나름 귀여운 맛이 있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6.13 22:27
    No. 22

    그래도 대응을 다 해주시네요. 참 좋은 분이신 듯..... 전 아애 무시하거나 아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을 줘서 당황하게 만드는데. (주로 전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2.06.13 22:36
    No. 23

    포룬탁님이 착하셔서 그런 느낌 @.@
    저도 약하긴 한데 무관심 할때는 '장난치냐!'소리 들을 정도라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묘로링
    작성일
    12.06.13 23:12
    No. 24

    교생은 재밋죠. 저도 중1에 들어갔었는데 포룬탁님이랑 조금 비슷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헤리엇
    작성일
    12.06.13 23:12
    No. 25

    나날이 필력이 좋아지시네요. 오늘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키잡 강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이설理雪
    작성일
    12.06.13 23:36
    No. 26

    역지사지로 나가보세요. 넌 왜 사니, 왜 못 물어보십니까? (답답)포룬탁님 애 말을 다 들어주고 일일이 답을 해주니까 애가 더 재미나서 그런 거 아닐까 싶어요. 쌩까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온굉
    작성일
    12.06.14 09:30
    No. 27
  • 작성자
    Lv.62 바람돌탱이
    작성일
    12.06.14 12:47
    No. 28

    제후배가 이번에 결혼 했습니다 후배 35 신부 27 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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