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자취방으로 가는 길이였어요.
제 3m쯤 바로 앞에 한 여자분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가는 방향이 계속 같다 싶더니만 그 여자분도 저랑 같은 빌라에 사는 분이셨는지 빌라 주차장으로 들어가더군요.
빌라에 들어가려면 각 호수마다 딱 하나씩만 지급되는 보안카드를 인식시켜야 하는데, 저는 앞에 여자분이 카드를 찍어서 문이 열리면 같이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해서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빌라 입구에 다다르자 여자분이 조금 겁먹은 표정과 함께 뒤돌아 보시더라구요.
솔직히 기분이 조금 언짢았지만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라서 그러려니 했어요. 하지만 왠지 엘리베이터도 같이 타기에는 조금 그런 것 같아 저는 그냥 계단으로 올라갔어요.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엘리베이터가 3층에서 멈추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리고 그 여자분이 3층에서 내리려 한다는 걸 눈치채고서 저도 모르게 후다닥 2층으로 뛰어 내려갔어요-_-;;
왠지 3층에서 그렇게 마주치는게 너무 뻘쭘할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2층에서 여자분이 집에 들어가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계단을 올라서 집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잠을 막 청하려는데 괜히 무서운 생각이 드는 거 있죠.
만약에 아까 상황에서 제가 강도이기라도 했더라면...
요즘 세상이 하도 흉흉하다보니 괜히 상상이 눈덩이만치 커져서 혼자 벌벌 떨었어요.
애써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아도 한 시간이 지나도록 잠이 안와서 너무 괴로웠어요.
공부하겠다고, 하루에 딱 8시간만 자겠다고 그리 다짐했는데 잠이 와야 8시간을 자던가 말던가 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잠들기 위해 심호흡도 해보고 명상도 해보고 난리를 쳤어요.
그러다가 살짝 가수면 상태에 든 것 같았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쿵 쿵 쿵 쿵 쿠당 쿠당 쿠당쿠당쿠당쿠당쿠당쿠당쿠당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마치 처음엔 천천히, 보폭을 넓게 해서 뛰다가 뒤에는 전력질주를 하는 것 같은 소리였어요.
우리 빌라에 그렇게 전력질주를 할 만큼 충분한 공간이 없을텐데 정말 어찌나 열심히 뛰던지 제 침대가 흔들린다고까지 생각했어요.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땐 살짝 잠에 취해있어서 그저 뭐지? 이 생각만 들었는데, 그 소리가 한 번 더 나자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은거 있죠ㅠ.ㅠ
현관문 안전장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볼까 생각도 들었지만 너무 무서워서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를 않았어요. 그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 쥐죽은 듯 꼼짝않고 누워있었어요.
당장이라도 그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저희 집 문 앞에 멈춰서서 문을 미친듯이 흔들 것 같았거든요.
그 소리는 한 네 번쯤 나더니 더이상은 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는 잠들었죠;;
사실 잠든게 잠든 것도 아닌게 3시에 깼다가 잠들고, 다시 4시에 깼다가 잠들고 그랬어요.
결국 4시 반엔가 그냥 일어나서 씻고 학교갈 준비를 하고, 아침도 일찍 해결한 후 멍하니 창가에 서서 동이 트는 것만 기다렸어요.
그리고 밖이 밝아지자 다시 잠들었어요 ㅋㅋㅋㅋㅋ
어휴.. 그래서 1교시 수업을 지각했다는 건 비밀이예요 ㅋㅋㅋㅋ
그나저나 그 쿵쿵 거리는 발소리는 환청이었을까요, 꿈이었을까요, 것도 아니면 실제 누가 달리기라도 한걸까요??
어제는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무서웠거든요.
... 그래서 결국 친구를 부르고 어서 도착하기만을 마냥 기다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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