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임신했나봐"
"……?"
이태원거리를 걷던 중 난데없이 내뱉은 저의 한마디에 친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돌아봤습니다.
'자식이 갑자기 못 먹을 것을 먹었나…?' 마치 이런 표정이었지요.
그런 친구에게 요새의 제 입맛을 얘기해주었습니다.
"하하… 그렇게 야릇한 표정 지을 필요 없어, 자식아. 그냥 요새는 과거와 달리 조금만 느끼해도, 조금만 냄새가 이상해도 음식이 잘 안들어 간다는 소리야, 자꾸 신선한 샐러드같은 부담 없는 음식만 땡기는 것 있지"
"쳇! 난또 뭐라고, 그런 소리였냐? 뭐…살다보면 갑자기 입이 짧아질 때가 있다고 하더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문득 눈에 띈 골목어귀의 작은 식당, 다름 아닌 '터키음식점'이었습니다.
"오호! 이런게 있었다니…야, 우리 저것한번 먹어볼까?"
마치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당장이라도 들어갈려는 친구였지만 사실 전 그다지 땡기지 않더군요. 앞서도 말했듯이 입이 너무 짧아졌기 때문이죠. 한국음식에도 그럴진데 외국음식이 그리 쉽사리 들어갈까 싶었지요.
거듭된 친구의 권유에 할 수 없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스탄불에서 건너왔다는 터키주방장이 사람 좋은 웃음과 함께 맞아주더군요.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참 순박한 인상이 법 없이도 살겠다는 느낌을 주는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방장의 인상이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음식은 어디까지나 음식 아니겠습니까?
영어로 적혀있는 메뉴판을 인상을 잔뜩 쓰면서 노려보았습니다.
뭐가 뭔지 알아야 고르던가 말던가 할 것 아니겠습니까…
안되겠다 싶어 주방장이 권해주던 터키의 대표적인 음식 케밥을 선택했습니다. 김치처럼 그 종류가 상당히 많은 것 같더군요.
당장 눈에 띄는 것만 하더라도 쉬시 케밥(sisi kebap), 도네르 케밥(doner kebap), 아다나 케밥(Adana kebap)등이 있었습니다.
도네르 케밥 같은 경우는 커다란 고기를 기둥을 끼워 돌려가며 구우면서 그때 그때 먹을 만큼 썰어서 내놓는 것으로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봤던 기억이 나더군요.
아다나 케밥은 아다나라는 지방에서 유래한 케밥으로 매운 맛이 나는 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케밥의 기본은 쇠고기나 닭고기를 구운 것입니다. 여기에 밥, 야채, 빵 등 종류나 상황에 따라 추가 메뉴가 섞여서 한세트가 되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외국음식이라는 이질감을 최소화하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케밥을 고르고 고르다가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쉬시 케밥(sisi kebap)이었습니다.
고기를 꼬치에 끼워 구운 것으로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먹는 꼬치구이와 비슷하더군요.
제가 먹은 것은 쇠고기와 버섯을 구워 만들어낸 꼬치였습니다.
거기에 밑바닥에는 그들 식으로 구워낸 따뜻한 빵이 깔려있었고, 짭짤한 맛의 야채샐러드도 있었습니다. 뭐랄까 모양은 샐러드에 비슷한데 맛이나 마구 버무려진 스타일면에서 고춧가루를 뺀 그들 식의 김치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볶은 밥과 약간 비슷한 역시 짭짤한 맛의 밥.
이와 같은 것들이 하나의 접시에 담겨 1인분으로 전달이 되었습니다.
반찬은 딱히 없었고 그저 매콤, 쌉쌀한 두 개의 소스가 옆에 놓여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몇시간 후 집에 들어가서 자료를 찾아보니 얇게 구워낸 빵은 피데(pide)라고 불리고있었고, 쌉쌀한 맛의 소스는 아이란(ayran; 요구르트에 물을 섞어 희석해 소금을 넣은 음료)이라고 하더군요.
"윽! 내 입맛에는 정말 아니다"
친구는 1인분에 12000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억지로 먹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럭저럭 먹을만하더군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국생활을 하시게된 분들 중에는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던데, 터키 같은 나라의 음식은 그런 대로 먹을만할 것 같다는…
물론 친구가 입에 안 맞았듯이 지극히 개인차가 존재하겠지만 말입니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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