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병사 난동에 시민-네티즌 분개
[오마이뉴스 조호진/권우성 기자][기사수정 : 16일 오전 8시30분]
▲ 온몸에 문신 온몸에 문신을 한 미군이 팔을 시민들에게 붙잡힌채 경찰에 넘겨지고 있다. 이 미군의 옷과 신발은 시민들이 제압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찢어지거나 벗겨졌다.
ⓒ 배상범 제공
주한미군 병사들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만취한 채 난동을 부리다 이를 말리는 시민의 목을 흉기로 찌른 사건이 발생, 이라크 포로학대에 의해 조성된 반미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민족운동 시민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현장 조사와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사고 경위는 다음과 같다.
존 이병(21.평택캠프 험프리 소속)을 비롯해 만취한 주한 미군병사 5명과 카투사 1명은 15일 새벽 2시께 서울 신촌 연세대 앞에서 신촌로타리 방면 차도에 드러누워 소리를 지르고 택시 범퍼를 발로 차고 본네트에 올라가 기념촬영을 하는 등 10여 분간 행패를 부렸다.
인근에서 꽃을 팔던 공진모(50. 노점상)씨가 '그만하라'고 만류했으나 미군들이 달려들어 공씨를 넘어뜨렸고, 박흥식(27. 회사원)씨를 비롯해 주변 시민들이 미군들의 행패를 제지하자 존 이병이 소지하고 있던 군용무기로 박씨의 목을 겨냥해 위협했다.
박씨 친구와 시민들이 미군의 팔을 잡자 존 이병이 박씨의 목을 찌른 뒤 칼을 휘두르며 달아났다. 미군들은 박씨의 친구 탁장현씨의 어깨에도 상해를 입힌 뒤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다가 시민 수십 명에 의해 붙잡혀 경찰에 인계됐다.
존 이병 등 미군병사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부인하고 심지어 농담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병사들은 도주하다 붙잡히는 과정에서 분노한 시민들에게 구타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 박씨는 사고 직후 인근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대문경찰서는 이들에 대한 기초조사를 마친 뒤 미8군 헌병대에 신병을 인계했으며 오는 20일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목격자 배상범(26.서울예전)씨는 15일 "미군들이 도로에서 차를 가로막고 택시 위에 올라가 기념촬영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며 "이를 보다 못한 피해자 박씨가 말리자 흉기로 목을 찌르고 달아났다가 시민들에게 붙잡혔으며 이 과정에서 분노한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얻어맞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배씨는 또한 "이라크에서의 미국인 목 절단 사건에 대한 미군의 격앙된 감정이 한국 시민에게 터지면서 목에 상해를 입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군의 행패를 목격한 시민들의 분노를 보면서 국민들의 반미감정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 흉기 휘두른 미군 시민들이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무고한 시민에게 흉기를 휘두른 미군이 땅바닥에 주저 앉아 있다.
ⓒ 배상범 제공
주한미군 당국의 신속한 조치는 "반미감정 차단용?"
주한미군은 사건이 발생하자 치료비 전액부담을 약속하고 유감을 표시하는 등 반미감정을 확산을 막기 위한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
존 일병이 속한 미 17비행단 지휘관은 사건 발생 즉시 박씨 가족을 만나 잘못을 인정하고 치료비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미8군 사령부는 15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속히 쾌유하도록 박씨와 가족, 친지들에게 진심으로 기원드린다"고 밝혔다.
경찰과 시민들은 주한미군이 전에 발생한 미군범죄에 비해 신속하게 조치를 취한 것은 이라크 포로 학대 등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반미감정으로 번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불평등한 한미소파에 의해 미군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전면적인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민중연대 자주평화위원회는 15일 성명서에서 "연일 이어지는 미군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한 근본대책 마련을 위해 불평등한 한미소파를 전면 개정해야 할 것"이라며 "최근 범죄 동향에 맞게 모든 미군범죄에 대해 기소시 신병인도가 가능하게 하도록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전국민중연대는 또한 "미군장갑차에 의해 참혹하게 죽어간 두 여중생의 죽음에 대해 그 무엇하나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미군의 극악한 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없는 한 지난 50여년간 한미당국이 강조해왔던 '한미동맹'은 허울좋은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당국에 소파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미군장갑차 두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15일 성명서에서 "택시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이를 말리던 시민에게는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뜨리는 등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사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범대위는 또한 "이라크에서는 성고문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행하고 대한민국에서는 술 취한 미군의 행패에 국민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주한미군은 가해미군을 즉각 우리 측에 인도해야 할 것이며 우리 측은 가해 미군을 우리 법에 따라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미군은 사람의 목숨이 얼마나 중한지 배워야 할 것"
한편, 이라크 점령 미군의 이라크 포로에 대한 성고문 등 포로 학대로 인해 반미여론이 조성된 가운데 미군 병사가 시민의 목에 상해를 입힌 사건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이 격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배상범씨의 사고현장 사진이 게재된 '디지털 SLR클럽'에 15일 글을 올린 ID '산소남자'는 "광화문에 다시 집결해야 겠습니다. 이번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네요"라고 글을 올렸고, ID 'inmoo'는 "짜증나는 놈들 이 땅에서 언제 떠나려나... 정말이지 양+들 너무 싫습니다"라고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주한미군 웹사이트로 몰려간 격분한 네티즌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유감' 또는 '석고대죄'를 촉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ID 'etizen'은 15일 "술을 먹고 그것도 서울 한 복판에서 그것도 군인이란 신분으로 흉기를 들고 휘두를 수가 있느냐"며 "말로만 주한미군의 상호이익과 관심도모라고 하지 말고 집안 단속부터 철저히 하는것이 좋을 듯 싶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조대원씨는 "우리나라 정부는 주한미군에 완벽한 사과를 받아내야 할 것이고 주한미군 사령관은 무릎꿇고 백배사죄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김희영씨는 "이라크에서 천인공노할 범죄행위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미군은 갈수록 전세계 민중의 적이 되고 있다. 범죄행위 주한미군을 한국 법정에 세우자"고 호소했다.
ID '한국시민'은 "한두 번도 아니고 이번엔 목을 긋다니... 인터넷에 이라크인이 미국인 목베는 장면이 돌던데... 아무리 복수라도 아무 죄 없는 사람을...“이라며 "미군은 사람의 목숨이 얼마나 중한지, 자기 아닌 타인, 자기 나라 사람 아닌 남의 나라 사람도 모두 귀한 존재임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다음은 범대위의 성명서 '전문'이다.
이라크에서는 성고문을 대한민국에서는 난동 미군을 규탄한다.
미군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다 시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태에 빠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나가는 택시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이를 말리던 시민에게는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뜨리는 등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사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불평등한 한미 SOFA를 개정하지 못해 주한미군에 의해 자행되는 상식이하의 행동과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한국사회의 현실이 또다시 끔직한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아무리 취중이라고 하지만 그 잔혹성에 경악을 금할 수 없으며 기본적으로 한국사회에 대한 주한미군의 인식이 어떠한지 반증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군용무기를 소지하고 거리를 활보함에도 미군측은 이를 사전에 방지할 그 어떤 조치가 있는지조차도 의문이다.
이라크에서는 성고문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행하고 대한민국에서는 술 취한 미군의 행패에 국민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벌어진 미군범죄의 연속선상에 있으며 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불평등한 한미 SOFA를 개정하는 길 밖에 없다.
공무중 발생한 사건이 아님에도 가해미군을 주한미군측에 인도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주한미군은 가해미군을 즉각 우리 측에 인도해야 할 것이며 우리 측은 가해 미군을 우리 법에 따라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미군 장갑차 두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
/조호진/권우성 기자 ([email protected])
- ⓒ 2004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찬성: 
반대: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