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제가 쓴 글에서 임신(출산 포함)과 군대는 비견할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네, 맞습니다. 비견할 수 없지요. 군대가 월등하게 고통스러운데요.
임신을 강제로 합니까? 물론, 원치않는 임신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거야 부주의한 여성 탓 아닐지요. 성폭행 같은 경우야 정신적인 피해 때문에 미처 피임을 하지 못했다고 해도 다른 경우는 아니잖습니까?
아마 대부분의 여성은 임신을 자의적으로, 남성(남편)과 상의를 하고 할 겁니다. 하지만 군대는 아니죠. 우리나라는 징병제, 즉 국가가 법령으로써 일정 연령에 달한 국민에게 병역 임무를 지우고 [강제적]으로 군무에 복무시킵니다. [자의]와 [강제], 이 둘은 비교할 수 없는 전제지요.
스트레스. 임신 했을 때 여성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래서요? 스트레스 받아서 죽습니까? 적어도 저는 임신 도중 스트레스 받아서 죽었다는 말은 들어 본 적 없습니다. 하지만 군대에선 죽습니다. 군대에서 자살하는 경우도 많고, 탈영하는 경우도 꽤 있지요. 예나 지금이나.
남자가 군대에서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고 얻는 게 뭘까요? 건강한 신체? 제대한 분들에게 허약한 신체와 군 입대를 통한 건강한 신체 중 하나 고르라고 하면 뭘 고를까요? 아마 전자일 겁니다. 그건 복무를 하지 않은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건강한 신체를 제하면 뭐가 남죠? 국가에 대한 충성심? 개뿔. 반발감이나 낳지 않으면 다행이죠. 뭐가 남을까요? 스트레스밖에 없어요. 복무하면서 얻은 스트레스, 제대 후 학점 및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스트레스. 스트레스 받으면 머리 아프고, 우울증 생기고, 탈모가 생기고.
육아 스트레스를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요즘 육아를 여성만 합니까? 아니죠. 남녀가 같이 분담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남성이 맡은 경우도 있죠. 하물며 애를 낳지 않는 여성도 있고, 애를 낳아도 애한테 신경 쓰지 않는 여성도 있어요. 모든 여성이 받는 스트레스도 아닌데, 들먹이는 건 뭐....
출산의 고통. 죽을만큼 고통스럽다고 하지요? 그런데 그래서 죽습니까? 출산 하면서 혀 깨물고 죽나요? 아니면 고통에 미치거나 고통에 쇼크 받아서 죽어요? 아니죠? 하지만 군대에선 죽어요. 일단 우리나라는 북한과 ‘휴전 중’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전쟁을 잠시 멈춘 상태’죠. 이 말은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른다는 거고, 다른 말로 하면 우리나라 군인들은 ‘목숨을 걸고’ 복무 중이라는 겁니다.
자, 여기서 차이가 발생하죠? 출산을 할 때 고통을 각오하지 죽음을 각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군대는 죽음을 각오하죠. 우리가 휴전 중이란 것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해서, 휴전 상태가 아닌 건 아닙니다. 전쟁이 터졌을 때 가장 먼저 죽는 건, 가장 먼저 강제적으로 희생하는 건 군인이죠.
군인도 사람입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죽는 것보다 사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군인은 전쟁이 터지면 죽기를 각오하고 싸웁니다.
왜? 군인이니까.
왜? 남자니까.
직업 군인은 그렇다고 쳐도 사병들은 뭐죠? 왜 사병들이 목숨을 걸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야 합니까? 간단한 이유죠.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고, 대한민국에서 강제하니까.
전쟁이 터졌을 때 군인들의 숫자가 부족해지면, 예비군을 소집합니다. 그 대상은 누구죠? 대한민국 남성입니다. 이렇듯 군인들은, 남성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희생하는데, 여성들은 그걸 임신, 출산과 비교합니까?
임신, 출산이 하찮다거나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임신과 출산도 중요해요. 하지만 그런 것과 군대와 비교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남자들이 희생할 때 여자들은 뭘 하는데요?
여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남자 6급(신체등위)와 동일한 처우를 받습니다. 제2국민역이라는 게 있습니다. 평시에는 병역의무가 면제되고(민방위는 나갑니다), 전시에는 군수공장과 노동자로 징집되는 병역처분입니다. 대한민국 여성이 이에 해당하죠. 그런데, 현행법에서는 ‘여성은 지원하여 현역 군인이 된 자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병역 대상이 아니다’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여성은 전쟁이 터지던 말던 희생하지 않는다는 건데(전쟁에 휘말려 죽는 건 제외).... 물론, 전쟁 터졌을 때 여성 스스로 나서서 무언갈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건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죽으니까, 어쩔 수 없이 나서는 게 대부분 아닌가요?
더해서 전쟁이 터지지 않더라도 남자는 기본적으로 2년의 시간을 허비합니다. 장애가 있거나, 혹은 신체가 엄청나게 약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요. 임신, 출산하면 그와 비슷하게 시간을 소모한다고요? 우리나라 모든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하나요? 남자가 군 입대를 하는 20대 초반은 보통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시기죠. 그런데 2년을 군에서 보내면서 머리가 굳습니다. 그 전에 배웠던 건 다 까먹고요. 즉, 남자는 2년 이상의 시간을 허비하고 사회 진출이 여자보다 2년 늦고, 학점을 받는 부분에서도 불리합니다. 진도 따라잡는답시고 휴학이라도 하면, 사회 진출은 더 늦어지겠죠. 하지만 여자는? 남자가 2년 군대에 있는 동안 공부도 하고, 하고 싶은 것도 하면서 즐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은 20대 초반에 임신/출산을 하지 않죠. 물론, 그보다 더 빠르게, 혹은 비슷한 시기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대다수 그렇지 않죠? 결혼하는 시기도 늦고(물론 이건 남자도 마찬가지지만), 결혼을 해도 임신을 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임신과 출산을 군대와 비교합니까? 자의적으로 선택해서 하고, 요즘에는 안 하는 사람이 더 많은 임신과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강제적으로 2년의 시간을 허비하게 하는 군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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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한 것 같아서 여기서 끊겠습니다. 더 썼다가는 뭔 내용이 튀어나올지 모르겠네요. 사실 뒷부분은 원래 주제에서 미묘하게 벗어난 것 같은 느낌도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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