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나 깨달았습니다.
군대 가기 전이랄까, 아무튼 전 소심한 인간이었습니다.
목적지를 몰라도 길을 묻지 못하고 3시간을 홀로 걸어다니는 놈이었죠.
뭐 정당히 돈 내고 이용하는 가게에서도 점원 서비스를 받지 못할 정도.
앵간하면 큰 소리 안 내고 가까이 다가가서 ‘저기’ 라고 말을 붙였습니다.
근데 군대 다녀오고 나서...
여러 번 말했지만 전 현역병을 예비군 조교로 지냈습니다.
예비군 한 중대가 약 120명, 4개 생활관으로 나눠서 관리(?)하고
한 생활관에 조교가 2명이니 개인당 15명 수준,
사실상 짬질... 이라거나 당하면 홀로 30명을 인솔하고 다닙니다.
그게 1년에 3번이고 2년 안 되는 기간동안 6번 채웠죠.
(참고로 말하지만 제가 군생활 중 후임에게 전담한 건 빨래가 유일. 나머지 제 일은 다 제가 했습니다... 단언컨데 짬질 한 적 한 번도 없죠)
나보다 나이 많고 막장이 한계에 이른 예비군 30명 통솔하려면 보통 배포로는 안 됩니다.
이번주에 동원미지정 갔다오니 거기에서는 조교는 예비군과 싸울 생각이 없으니 시비 걸지 말아달라고 하던데,
저희는 예비군과 싸워서 이기라고 교육 받았거든요... -_-
나이 30줄에 접어든 예비군들 30명을 앞에 세워놓고 큰소리 쳐가며 통솔하던 것이 제 현역병 때의 일입니다.
(행군도 했는데... 뒤에 축 쳐져서 느글느글 걸어오는 것(...)들은 제가 친히 군장 쥐어 잡고 끌고 와서 대열에 맞추기도 했습니다... 예비군들이 ㅈㄴ 싫어했죠. 스파르타 조교라고... 참고로 당시 이등병)
예비군 인솔이 이 정도이고, 제가 소총수라서 사격과 기동을 주로 맡았는데
(사실 통신병 부재로 통신병 1년, 통신병 들어온 이후 유탄사수 반 년...)
저와 같이 사격과 기동 교육 맡은 선임이나 후임들이 전부 육체파(...)라서 브리핑은 제 전담.
게다가 동원훈련 1번하면 3번 있는, 뭐였지. 사열식이었나?
대대장 사열식, 연대장 사열식, 작전부사단장 사열식.
거기에서 대령 중에서도 가히 사단 최고 대령인 작전부사단장 앞에서만 사격과 기동 브리핑 4번 당첨.....
대대 최고 브리핑 횟수로 기록......
대충 이 정도하다보니... 잘 몰랐는데...
별로 안 소심하네요 이제는....?
이제는 끝난 학원 과정할 때도...
조별 과제 하면, 사람들 발표하기 싫어서 난리 피우고 빠지고 브루스 추는 꼴 보기 싫어서 그냥 제가 다 발표 전담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발표가 별로 두렵거나 거리끼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군대의 영향력이... 있네요.
군대 나쁘지 않아요. 부대만 잘 걸리면.
Commen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