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겠다.
글이 도무지 안 써진다.
남들은 하루에 스무 장, 서른 장씩 글이 쏟아지는 모양인데 난 하루에 문장 대여섯 줄이 고작이다.
간신히 만들어낸 그 문장들조차 읽어 보면 김빠진 사이다처럼 밍숭밍숭하기만 하다.
내 글은 매력이 없다.
한숨이 나온다.
글쓴 본인이 이렇게 재미없어 하는 글을 누가 재미있게 읽어 줄까.
글장이의 길을 선택한 것이 아무래도 어리석었던 듯하다.
내가 글에 재능이 있다고 믿었던 게 아무래도 과대망상이었지 싶다.
글쓰는 사람의 삶은 단순하다.
글이 잘 써지면 살 맛이 나고 안 써지면 죽고 싶어진다.
아무튼 난 그렇다.
글이 안 써지는 지금 난 그저 죽고 싶은 마음뿐이다.
내가 잘하는 건 글쓰는 일밖에 없는데 그 글이 안 써지니 나 같은 못난 인간도 살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도 글이 안 써지길래 지금까지 써 두었던 분량을 주욱 훑어보았다.
어라? 이거, 꽤 재미있잖아.
그러고 보니 이 완성분의 글도 쓸 당시에는 한 줄 한 줄마다 문장이 안 떠오르지고 기껏 만들어낸 문장도 마음에 안 들어 번번이 낙심하였던 일이 생각났다.
조금 기운이 돌아온다.
지금은 이렇게 지리멸렬하게만 보이는 글도 장 하나를 마무리짓고 나면 괜찮게 여겨질 거야....
글 때문에 사기가 저하되었다가 글로 인해 사기가 회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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