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의 글에 플라나니아 님이 말씀하신 것에 댓글 달아 설명했습니다만은... 아무래도 댓글의 특성 상 추가로 글을 적어 봅니다.
1. 공방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공격과 방어를 의미하죠. 공방이란...
가장 기본적인 공방은 막고 치는 거죠. 하다못해 애들 막싸움에도 공방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플라나니아 님이 말씀하신 턴제 게임이 아니라는 말은 맞습니다.
막고 치는 데 뭐 다른 게 있냐는 말도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죠.
공방이란 것이 말입니다. 그럼... 왜 공방이 룰에 의해 만들어지고 달라지고 발전한다고 하느냐?
2. 무술... 혹은 격투기의 공방이란 건 단순한 치고 막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공격을 성공시키기 위한 전술과 전략을, 그리고 방어하는 측에서도 그것에 맞서기 위한 전술 전략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안면에 꽂기 위해 훅계열 공격과 하단 공격을 조합하여 의식이 멀어지게 한다든지, 하이킥을 상대의 측두부에 꽂기 위해 하단 킥+펀치를 내지른 다음 그 팔 밑에 다리 궤적을 숨겨서 시야 밖에서 찬다든지...
이런 건 사소한 예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시합이나 대결의 양상 조차도 룰을 따라 갑니다.
3. 극진 공수의 경우 기존 공수도가 실전성을 잃어가는 것에 반발하여 태동했습니다.
그래서 풀 컨택트를 합니다만... 문제는 안면을 치지 않습니다.
그러자 어떤 양상이 벌어졌느냐? 거구의 떡대가 서로 마주 보고 서서 로우킥 미들킥 정권 지르기로 상대의 몸통을 가격하는 시합 양상이 펼쳐졌습니다.
당연히 안면 가드라는 개념이 없고. 공격도 방어도 그것에 맞추어서 공방이 벌어졌죠.
이것에 반발하여 안면 가격을 허용하는 공도가 나와 안면 보호구 차고 후려 갈기는 양상이 벌어졌습니다만은...
4. 입식 타격들이 처음에 이종 격투기 와서 개죽을 쑨 이유도 간단합니다.
입식 타격의 기술 체계는 서서 싸운다... 라는 룰의 전제조건하에 발달한 것이고. 싸우는 전술도 개념도 전부 그것에 맞춰져서 이뤄진 것이거든요.
그러니 자빠뜨려서 땅을 굴러다니며 꺽고 조른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서 대응하지 못했죠. 이것이야말로 공방의 형태가 룰에 의해 결정된다는 대표적인 예 중 하나입니다.
5. 그라운드 기술 역시 마찬가집니다.
물지 못한다. 눈을 후비지 못한다. 무기를 숨기고 있다 깔린 상태에서 쓰지 못한다.
제 삼자가 난입하여 그라운드 공방 중인 상대를 공격하지 못한다... 란 룰 안에서
상대를 무력화하고 제압하는 방식으로 발전한 거죠.
같은 그라운드 기술이라도 저것들이 허용되는 룰이라면 기술의 형태가 달라집니다.
그에 맞춰 기술을 주고 받는 공방의 형태도 달라질 겁니다.
6. 조르기가 금지된 룰이라면 조르기를 염두에 둔 공격기술이나 방어 기술은 나올 이유가 없죠. 그것만으로도 공방의 형태는 제한됩니다.
이런 식으로 공방의 형태와 그 안의 전술 전략은 룰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7. 따라서, 현대 격투기 선수들이 자신들의 룰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더 강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애초에 현대 격투기라는 것 자체가 링 위의 일대일 싸움과 그에 해당하는 룰에서 최고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진화한 형태이고, 기술 체계 역시 그렇습니다.
그것이 몸에 골수까지 박혀 있는 선수가 그 룰을 벗어난다고 해서, 거기에 금방 적응하긴 어렵습니다.
뭐랄까 안면 가격이 금지된 무술에 익숙해진 고수가, 안면 가격이 허용되는 격투기 링에 오를 경우, 그 갭을 일 이년 가지고 쉬이 메우지 못하는 것처럼요.
8. 따라서, 이런 기본적인 싸움의 룰과 개념 자체가 다른 먼 과거로 간다면 현대 격투기 선수가 제 명에 못산다는 거죠.
9. 중국 무술 등이 십년을 익혀야 어느 정도 써먹을 수 있다 뭐 이렇게 말해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무술 마다 소위 간합이란 것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공방의 거리 간격이라고 해야 하나... 결국 무술이란 단순화 하면 이 간격을 어떻게 제압하느냐의 문제로 가는데...
이게 중국 무술은 상당히 괴악합니다== 그래서 일이년 해서는 삼개월 배운 격투기에도 줘터지기 십상이고요=-=
애초에 중국 무술끼리의 간합을 염두에 두고 발전한 초식들이니, 간합 개념이 다른 격투기를 만나면 그 괴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개털리는 거죠=-=
이 역시 룰이 공방의 형태를 결정한다는 거... ==...
그러니. 현대 격투기 선수와 과거 무림인을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하단 거죠;;;
싸움의 개념과 룰이 완전히 다르니... 뭐 맨몸으로 일대일로 붙는다면야 현대 격투기 선수들이 기술과 체력의 우위로 압살할 수도 있지만...
그 시대 개념으로 붙으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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