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상 반말체로 해야 현재 제 기분이 100% 전달될거라 보는데... 그런게 허용될 리 없으니 어색해도 존대로 갑니다.
오늘 아침, 여느때처럼 아침 일찍 학원에 도착해, 아침에 길에서 산 삼각김밥을 곱씹으며, 새로 올라온 구인공고의 조건을 보고 원서를 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대개 형들이니 앞으로 형으로 통일)이 오더군요.
저번에 말한, 강사님이 어떠한 회사에 저와 같이 추천한 형들이었는데.
저는 그 회사가 아직 연락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서류검토가 오래 걸리면 1개월도 걸린다고 하니.(그 회사는 대기업의 자회사였으니 그 정도 걸릴 줄 알았죠)
헌데, 그 형들 말로는 이미 다 끝나고 면접까지 보고 왔다더군요.
말로는 제꺼는 이력서가 열람이 안 되어서 연락을 줄 수가 없었다네요.
급 당황해서 강사님께 연락을 해봤습니다.
...
현실을 깨닫게 되네요.
그냥 이력서에서 탈락했답니다. 그걸 면접관들이 친절하게 우회해 말해준 겁니다.
새삼 느낍니다. 아... 취업의 문은 높구나, 높아도 높아도 X나게 높구나.
군대에서 행군이 얼마나 힘들까 상상하고 했을 때도 상상만큼 힘들지는 않았고,
군대에서 화생방이 얼마나 괴로울까 상상하고 했을 때도 상상만큼 괴롭지는 않았는데,
취업의 문은 상상보다 훨씬 더 높고 두텁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알겠습니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다 문제였던 겁니다.
아, 혹시나 너무 비하하지 말라고 하지는 마세요.
저는 원래 부정주의자니까요.
제게 있어서 자기비하는 생물이 숨을 쉬고 물을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그동안 너무 오만방자했나봅니다.
현재 다니는 학원 내에서, 저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 없다고 생각했고 저만큼 잘하는 사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남들 만화볼 때 혼자 코딩했고, 남들 게임할 때 혼자 코딩했고, 남들 집에 갈 때 혼자 남아서 코딩했습니다.
사람들도, 강사님도, 너 정말 잘한다 너라면 취업할 수 있을거야. 라고 했습니다.
근데 못 하겠네요.
기본이 안 되어 있었나 봅니다. 마침 어제 친구를 만났는데(강판에 갈아야 하는 애와는 다른), 그 친구도 저처럼 게임프로그래머를 지망하는 친구입니다.
다만 그 친구는 대학도 멀쩡하고(전 지잡대 이하), 과도 게임공학과에. 아무튼 게임프로그래머를 지망하는 사람으로써는 거의 최상위의 스펙입니다.(단순 sky 학연 제외)
그런데도, 하는 말이 취업이 안 된다고. 취업이 힘들다고 하더군요.
작년에는 그 친구, 자신만만해서 자기 초봉 3000 이하로 주는데는 안 갈거야, 라고 하더니. 올해는 자기 몸값을 2600까지 내렸습니다. 아마 2200정도까지도 내려가겠지요.
게임 만드는거?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니 남들보다 열정이 있고, 남들보다 돈 좀 못 받아도, 남들보다 대우가 조금 안 좋아도 할 수 있겠거니 했습니다.
근데.
제가 하고 싶어도 안 시켜줍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취업의 문은 높습니다. 제가 살면서 본 그 어떠한 허들보다도 높습니다. 그리고 넘지 않고 돌아가는 길이 없습니다. 넘어야 하죠.
기본부터 다시 하자는 마음으로, 책을 샀습니다.
모든 프로그래밍의 핵심인 C++. 시중에 교재가 없어 배우기가 거의 불가능한 어셈블리어와 파이썬 같은 것을 제외했을 때 최고 난이도.
그 중요성을 알기에 여러번 공부를 시도했지만 번번히 이해를 실패하던 그 언어를. 다시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취업은 못 하는 하찮은 실력이겠지만, 그래도 제 인생에서 지금이 프로그래밍적 이해와 사고력은 가장 높다고 생각합니다.
1년 정도 더 공부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집이 허락을 해주지 않죠. 어쩔 수가 없죠... 연봉 1200이라도 주는데 들어가서 욕 더럽게 먹으며 야근 풀로 채우며 주말출근하면서라도 어떻게든 기술을 배워야죠.
아직 취업을 하지 않은 분들... 이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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