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은 정담 들락거리는 분들은 이미 거의 다 아실 거고,
이용자의 입장에서 느낀 바를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일을 열심히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못하는’ 사람의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무능요? 아닙니다. 일부를 제외하고 개인의 능력차는 크지 않아요. 그것은,
순서를 틀린다는 겁니다.
온건책에서 강경책으로 가긴 쉽습니다. 하지만 강경으로 누군가가 다치면 다시는 되돌리기 힘듭니다. 따라서 온건에서 강경으로 가는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다수의 동의와 공감을 얻어야 뒤탈이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에서, 아쉽게도 정담지기께서는 반드시 필요할 그 과정을 꽤 많이 생략하셨다고 봅니다. 온건과정에서 지기로서의 입장을 좀 더 드러내서 보다 다수의 지지를 얻었다면, 이후 강경책을 써도 지지자가 지금보다는 많았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온건과정에는 그에 걸맞게 필요했을, 관리자와 중재자의 입장에서 공론을 모으는 과정은 생략되고 대신 관망을 말하면서 침묵하다, 강경 과정에서는 느닷없이 ‘그동안 지켜봤는데 안 되겠네요?’ ‘사실 나 이런 사람이거든요?’ 라고 말하며 그 뒤에 ‘원칙은 이렇거든요?’ 라고 한다면, 말씀드렸던 온건에서 강경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공감과 지지를 얻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상당수 유저들은 역시 이를 지적한다고 보고요.
2. 기업은 이윤 추구의 목적을 가진 개체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비난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는 만큼, 돈을 벌어야 그만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바탕이 생기는 것이고, 그것이 곧 더 많은 이들을 풍요로운 환경으로 이끌 거니까요.
이를 위해 고객의 불만을 (가능하면 기업에 유리하게) 제어하고, 또한 규칙을 엄격하게 하여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역시 비난하기 힘듭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합니다. 그리고 문피아도 이제 기업입니다. 그리고 그 목적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는, 문피아가 기업이라는 현실과, 그동안 지켜온 커뮤니티로서의 ‘다수의 지지. 민주. 공정’ 이라는 이상이 심하게 충돌한 경우라고 봅니다. 진정 기업으로서 지지를 얻고 싶다면, 고객의 소리를 직접적으로 받아야 하는 게시판지기를 ‘봉사직’으로 두진 말아아죠. 얼마나 성장했니, 연매출이 얼마니...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직원 월급 줄 돈이 없어서는 아닐 겁니다.
결국 문피아도 기업은 되고 싶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 성장의 밑거름이 된 독자. 그 장인 커뮤티니는 또 ‘되도록 조용히, 불만 없이’ 끌고 가고 싶은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냥 기업으로 가면 좋을 것을, 굳이 ‘공정하고 민주적인 바탕을 가진’ 기업 코스프레를 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는 거죠.
스티브 유가 군대를 안 가서 욕을 먹은 게 아닙니다. 바른 청년 코스프레를 하고 그것으로 자신의 재력의 일부를 형성하다 결정적 순간에 뒤통수를 갈겼기 때문이에요. 정치가의 부정부패나 무능보다도, 사람들은 정치가들이 ‘국민을 생각한다 외치면서 사실은 하지 않은’ 그런 것에 더 분노한답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문피아의 기업 행위의 부당성이 아닌, 아직 남아 있는 ‘과거 따뜻했고 즐겁고 운영진의 개입이 최소화되었던’ 그런 정담에 대한 향수와, 그렇게 믿었던 자신의 믿음이 사라졌다는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반발을 하고 있다 봅니다. 그렇다면 그 믿음에 대한 답을, 슬슬 주셔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귀사는 어느 길로 가고 싶으신가요? 혹 두 길을 모두 걷고 싶으시다면, 절차를 보다 전문적으로 밟을 수 있는 지기를 영입하시고 시간을 들여 유저들을 설득하시는게 좋다고 봅니다. 아니라면 한 길로 가셔도 괜찮을 겁니다. 최악의 경우 정담이 닫혀 많은 유저가 분노하며 떠나더라도, 그건 ‘이윤을 추구하는 ’ 기업의 방침이니 저는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아닌 사람은 아니겠지만요.
...조금 더 서로 솔직해지길 바랍니다. :)
3. 관련해서 징계 그 자체에 대해서 지지를 보내는 분들도, 저같은 사람들은 징계의 유무보다 그 징계의 바탕이 된 ‘규칙에 따른 정합성’ 을 요구할 뿐, 징계된 사람들을 ‘마냥 무고한 순교자’ 취급할 생각은 없다는 점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죽을 이가 죽어서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절차에 따른 재판을 받지 못했음을 따진 거라는 것을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때로는 죄를 저지를 수 있는 법. 저도 그 대상이 되었을 때 재판 정도는 제대로, 여한없이 받고 죽고 싶거든요. 그래서 말하는 거에요.
4. 일련의 과정으로, 적어도 제 입장에서는 그동안 믿어왔던 ‘나름 따뜻했고 문제가 있더라도 스스로 자정하며, 운영진들도 그동안 말해왔던 공정하고 바르고 납득할 일처리를 가진’ 그런 곳은 이제 사라졌다고 생각하렵니다. 물론 아닌 분들이 많겠지만, 제 단상은 그러하다는 것으로 마칠까 합니다.
장황설이라서 죄송했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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