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학교 앞 솜사탕 할배이야기

작성자
Lv.1 담영
작성
03.01.20 15:59
조회
603

제 딸이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가끔 학교로 딸아이를 데리러 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마다 제 시선을 끄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지나온 삶의 연륜을 말해주듯 주름 가득한 얼굴, 낡은 옷가지 등이 한 눈에 보기에도 현재의 생활이 만만치 않음을 알게 해 줍니다.

그 분은 낡은 짐자건거에 솜사탕을 만드는 기계를 올려 놓고 학교 정문 앞에서 솜사탕을 팔고 있지요.

매일 나오는 것 같지는 않고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보이시는 것 같은데, 하여튼 처음에는 그냥 무심히 지나쳤습니다.

한 번은 딸아이가 솜사탕을 사달라고 해서 하나 사줬죠.

한 개에 300원.

크기가 좀 작아보이긴 하지만 300원짜리 솜사탕이라니...

아무리 싸도 500원, 심지어 놀이동산에서는 천 원, 이천원까지 받기도 하던데, '아직까지 이런 값에 파는 솜사탕이 있구나' 하면서 옆에 있던 딸아이 친구 것까지 사 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딸아이가 "아빠, 잠깐만" 하더니 할아버지와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솜사탕 한 개를 살 때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아이들이 이기면 공짜로 하나를 더 준다는군요. (물론 지면 그냥 '꽝'이지만...)

그렇게 한 지가 꽤 오래되었는지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가위바위보를 해서 딸아이가 이겼는데,

할아버니 '허허허' 웃으시며 즐거운 표정으로 솜사탕 하나를 더 쥐어주십니다.

딸은 공짜로 생긴 솜사탕을 친구에게 주고.

결국 전 300원으로 솜사탕 두 개를 산 꼴이 되었습니다.

그 땐 그저 "별 이상한 할아버지가 다 있네" 하는 생각으로 지나쳤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할아버지의 웃음이 깊이 새겨집니다.

단순히 많이 팔기 위한 장삿속이 아니라,

(사실 하교시간에는 그냥 팔아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잡는 것 같습니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표정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웃음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한 명 한 명 아이들과 가위바위보를 하고,

여유롭고 느긋한 손길로 정성들여 솜사탕을 '빚어내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나도 저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576 패배한 침략전쟁까지 에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찬양하는 일본. +6 東方龍 03.01.04 608
3575 으음... 하얀나무 03.01.04 644
3574 [펌]오늘 1/4 새로운 촛불시위 장소공지입니다. +3 無情劍 03.01.04 704
3573 다들 이제 잠을 잡시다 열두시가 넘었네요 +1 매화검선 03.01.04 353
3572 그냥 심심해서... 梁上君子 03.01.03 642
3571 제 닉은 아카도임다!! +9 Lv.21 CReal 03.01.03 371
3570 흑저 카액션하다.. +12 Lv.20 흑저사랑 03.01.03 539
3569 금강님은 구정 이벤트를 준비하라~ +9 Lv.18 검마 03.01.03 495
3568 눈이 많이 내립니다.. +7 Lv.37 주신검성 03.01.03 602
3567 우찌, 이런 일이.... +4 Personacon 놀고싶은칼 03.01.03 375
3566 그냥 쓸데없이... 우울해서 +5 Lv.21 CReal 03.01.03 491
3565 [주간]바르게 배워보는 경제상식-시리즈3(불세출의 영웅들) +23 호접몽 03.01.03 575
3564 우구당 교양강좌 7 - 키스를 위한 단계 (지포님을 위하여) +11 Lv.1 신독 03.01.03 445
3563 내 마음데로 등선협로. +5 Lv.30 남채화 03.01.03 578
3562 홍예담 언니들 모여주세요 +6 Lv.1 등로 03.01.03 431
3561 오늘 부산에 내려갑니다.(부산사시는분들은?) +10 Lv.38 月影(월영) 03.01.03 615
3560 오늘의 영어 한마디. <잠깐 상식> +3 류민 03.01.03 317
3559 우구당 교양강좌 6 - 도인과 예술가와 기술자의 차이 +10 Lv.1 신독 03.01.03 382
3558 주식투자 +9 暗影 ▩ 03.01.03 461
3557 크으! 하느님 많이 늦였수! +9 류민 03.01.03 381
3556 앙마님 홈페이지... +6 zerone 03.01.03 408
3555 이벤트는 또 안하려나... +11 Lv.1 소우(昭雨) 03.01.03 630
3554 지금 저희동네 눈이 오는데.. +9 Lv.23 바둑 03.01.03 433
3553 [질문]성어 격언에 관한 질문입니다... 가르쳐 주세요 +22 Lv.1 명주잠자리 03.01.03 509
3552 돈으로 키스하기 +7 죽엽청 03.01.03 706
3551 역쉬.....난 .....형.광.등.....ㅠㅠ +21 Lv.1 신독 03.01.03 399
3550 月影님이 누구신지 궁금해지네요 +18 운수행각▦ 03.01.03 705
3549 연인과 입맞춤하기 +9 Personacon 진신두 03.01.03 573
3548 불쌍한 이을용 ㅜㅜ +7 Lv.99 풍혼(風魂) 03.01.03 610
3547 ㅋㅋㅋ, 눈이 옵니당...^^ +12 추마 03.01.03 385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