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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32 뒹굴보노
작성
15.05.26 23:15
조회
933

찾아보니 2013년 12월에 제가 ‘실제로 초능력이 생긴다면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험 때문에 남발하기 어렵다’라는 맥락의 글을 올렸었군요. 갑자기 생긴 초능력은 룰을 몰라서 쓰기 곤란하니까요. 시간이 흐르고 장르 대세가 바뀌면서 저 명제를 좀 수정해야 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요즘 판타지 주인공들은 다들 기본적으로 게임 시스템은 하나씩 다 쓰거든요.


체계가 있다는건 누가 잡아놨다는 소리고, 그런 의도성과 실행능력을 지닌 어떤 초월자가 있다면 ‘갑자기 이게 왠 능력인지’에 대한 불확실성 위험도는 조금 줄어들 것 같습니다. 아주 친절하게 인터페이스도 친숙하죠.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게임에서 따오면서 튜토리얼까지 실행시켜주니까...



아무튼 각설하고,

근데 이젠 좀 판타지 주인공들도 새로운 능력/비일상에 좀 익숙해질 때까 되지 않았을까요?


무슨 소리냐면, 처음 능력 얻었을 때 말이죠. 여지없이 다들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뻔히 눈에 보이는 마법/게임시스템/초능력/UMA를 앞에 두고)“어허엏배ㅓㅑㅎ아ㅓ어어어커얼버컹... 이... 이럴리 없어... 이건 불가능해... 그럴리가... 뭔가 잘못된거야... 꿈이야... 이게 뭐지??? 아니야 그렇지않아... ㅂㅂ러ㅣ허ㅑ 핵#$#ㅆ$ㅅㅎㄴㅍ”

심지어는 설명에 ‘판타지소설도 많이 읽었다’는 주인공들도 여지 없이...


그리고 이런 반응은 저에게...

아 쫌! 어리버리 그만하고 빨리 (소설 속 픽션 얘기지마는) 현실을 인정하라고!

초능력 생긴게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아예 AI가 설명까지 다 해주더만!

지금 실컷 보이고 있는데 뭘 못믿어?! TV 처음 본 조선시대 사람도 아니고!!!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러면 숙련된 장르소설 베테랑이 보일 수 있는 적절하고 생산적인 반응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1) 갑자기 눈 앞에 게임 시스템이 나타났습니다.

어, 난 지금 죽었다 살아나지도 않았고 별로 인생에 불만도 없었는데...

damn_well_and_goodd.jpg

Keep calm and Carry on

그런가보다 합니다. 능력이 갑자기 어디 가지도 않겠고...

할 일 끝낸 다음에 저녁밥 먹으면서 ‘지능 스텟’이 현실에서는 제대로 구현될 것인가에 대한 가능성을 천천히 고민해봅니다.


2) 갑자기 눈 앞에 게임 시스템에 나타났습니다.

왠지 진짜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naver_com_20130212_152956.jpg

“우왕 나 로또 됬어” 라고, (미친짓 해도 그려려니 할 정도로) 제일 친한 친구에게 잠깐만 자랑하고, 그동안 봐왔던 판타지 가락을 살려서 기본 인터페이스 파악을 끝냅니다.

상태창 불러보고, 스텟 설명 확인하고, 경험치랑 레벨 확인하고, 스킬창 불러보고, 스킬 시스템이 숙련도형인지 개방형인지 확인하고, 인벤토리창을 열어서 물건 이것저것 넣었다 뺐다, 퀘스트 따로 있는지 확인하고, 집 구석에 잠자던 아령 꺼내와서 지칠 때까지 들었다 놨다 하면서 힘 스텟 늘어나는지 확인하고, 강화 스킬은 없는지 확인하고...

(이쯤 하면 생겨나있을 초 사기 스킬 [관찰]은 덤입니다.)


그냥 암묵적으로 이 정도는 미리 따지지 않고 시험해버려도 되지 않을까요?

갑자기 어떻게 그러냐 하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문피아 사용자분들에게 게임 시스템 나타난다면 그냥 해도 이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요?


왜 항상 주인공들은 평생 현대 판타지 한권 안읽어본 사람처럼 놀라고, 부정하고, 당황해하고, 평범한 게임 기능 하나에 신대륙에 도착한 콜럼버스 마냥 기뻐하고...

밖에 오크가 뛰노는 ‘판타지’틱한 세상인데! 왜 이걸 보면서 못믿어!ㅠㅠㅠㅠ


요즘들어 새로 시작한 소설들을 많이 뒤적거려서 그런지, 답답해요................


Comment ' 1

  • 작성자
    Lv.6 나플라
    작성일
    15.05.27 00:15
    No. 1

    그게 왜 그러냐면 새로운 독자들을 위한 친절입니다.
    한 장르가 고착되다보면 초반에 필요한 합당한 설명을 점점 축소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그러면 그 장르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심각한 진입장벽이 발생합니다.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는데 갑자기 휙휙 넘어가니까요.

    제가 장르문학을 잠시 안읽다가 다시 돌아오니까, 레이드 물이라는 게 생겼더라고요. 그래서 레이드물을 읽었는데 초반에 굉장히 터프하게(나쁘게 말하면 대충) 설명하는 부분 때문에 이해가 안갔습니다. 그래서 몇번을 덮었지요. 아니 왜 저 괴물을 잡는데 저게 한화랑 교환이 되는 재화가 나오지? 그럼 환율가치가 무너지는 건가? 태국 괴물이나 한국 괴물이나 토해내는게 같다면 태국에 가서 잡는게 훨씬 싸게 먹히는거 아닌가? 진짜 재료들이 그렇게 효능이 있고 전 세계에 수요가 있으면, 능력자라면 유통회사를 차리는 게 훨씬 돈이 되겠는데? 왜 목숨을 걸지? 등등 입니다.
    그래서 설명이 필요한겁니다. 익숙한 독자는 설명이 있어도 상관없지만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설명이 없으면 안읽거든요.

    물론 그냥 아무런 고민없이 관습적으로 놀라는 소설은 제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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