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소설에서 이대흠 시인의 <봄은>이라는 시를 전문(全文) 인용했어요.
이거 저작권에 당연히 걸릴텐데, 통상 어떻게 처리하나요?
인용할 때 작가와 제목은 당연히 밝혔군요.
“연이랑 찬이랑 잠시 기다리거라. 낮에 횟나물 뜯으러 산에 갔다가 갑자기, 오랫동안 잊었던 봄 시(詩)가 하나 생각이 나서 너희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온종일 애가 탔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 느낌이 달라질 것 같으니 한 번 들어보고 자거라. 몇 분 더 자는 것 보다는 낫지 싶다. 실망하지 않을 거다.”
도숙이 일어나 거실 한 쪽 책꽂이로 가더니, 찾는다고 머뭇거림 없이 익숙하게 시집(詩集) 한 권을 뽑아 온다.
“이대흠의 봄은, 이라는 시다.”
아이들도 몇 번 이랬던 적이 있었던지 익숙한 표정으로 도숙의 낭송을 들을 준비를 한다. 강숙과 풍숙은 그 틈에 얼른 술 한 잔을 목에 털어 넣는다.
조용한 오후다
무슨 큰 일이 닥칠 것 같다
나무의 가지들 세상곳곳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숨쉬지 말라.
그대 언 영혼을 향해
언제 방아쇠가 당겨질 지 알 수 없다.
마침내 곳곳에서 탕,탕,탕,탕
세상을 향해 쏘아대는 저 꽃들
피할 새도 없이
하늘과 땅에 저 꽃들
전쟁은 시작되었다
전쟁이다.
잠시 말이 없다. 시를 읽어준 도숙도 흡족한 표정이다. 낮에 숲에서 느꼈던 시감(詩感)이 지금 읽은 시와 여전히 잘 맞았기 때문이리라.
“도숙. 시를 들으면서 어른이 된 느낌이었어요. 봄바람이 살랑살랑, 노랑 꽃 분홍 꽃 그런 게 아니라 탕,탕,탕,탕이라니. 분명 같은 봄인데. 어른들의 세계를 보는 것 같잖아요. 동요(童謠)나 동시(童詩)가 아이들을 너무 착하고 예쁜 것으로만 강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런 시는 왜 어른들 시집에만 있냐구요.”
“아빠가 오늘 혼자 숲에 갔을 때 내가 몰래 따라갔던 것 같아. 조용하고 봄 흙냄새가 몽클몽클 나는데 갑자기 꽃들이 한꺼번에 사방에서 고개를 확 내밀면서 아빠한테 아저씨 왔어? 이러는 걸 내가 본 것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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