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관심이 많았다가 유족들의 행태에 짜증이 나서 접었다가 이번에 다시 인양 문제로 정말 엄청나게 열받아서 씁니다.
세월호 인양 반대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시기를 놓쳤다.
2. 돈이 많이 든다.
3. 누군가의 생명이 위협받는다.
네번째로 정치적인 이유를 들 수 있지만 정담에선 정치 이야기 금지라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 시기를 놓쳤습니다.
사고 나자마자 거제에서 3600톤 크레인 두 대 출동했고 목포에서 2000톤 하나 나왔습니다. 일해야 되는데도 손해를 감수하고 출동했더니 유가족들은 “마지막 한 명까지 찾아야 한다” 라며 인양을 결사반대했죠.
지난 8월인가? 세월호 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라고 난리를 피워대면서 물 속에 있는 직접적인 증거인 세월호 인양에는 결사반대를 했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준다한들 증거 인양을 반대하는데 어쩌라는건가요?
그리고 맹골수도는 유속이 높고 바닷물이라 부식이 빨리 진행됩니다. 아버지가 조선업계 종사하시는데 지금쯤이면 손대면 형체가 바뀔거라고 하시더군요. 실종자 수색은 인양후에 해도 상관이 없었어요. 예전에 이런 뉴스가 난 적이 있습니다. 인양하면 시신 훼손의 가능성이 있다고.
근데 천안함을 한번 들여다 볼까요? 천안함의 경우 실종자 수색하다가 사망자가 발견되자마자 일주일만에 선체인양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인양하다가 수중수색에서 발견못한 40여 인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세월호와 다릅니다. 천안함을 인양할 때 유족들이 시신훼손을 생각 못했을까요? 그럼에도 바닷물에서 더이상 훼손되기전에 인양을 결정한 것이고 한달여만에 인양해서 시신을 수습했죠.
세월호는 11월 11일인가? 이 날에 수색종료하고 인양을 요구했죠. 7개월입니다. 7개월. 맹골수도에서 7개월동안 부식된 선체를 이제와서 인양하겠다고 한다면 너무 늦은 것 아닙니까? 물론 사고당시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천안함 유족들은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해서 인양을 결정내린 것이 아니잖아요?
심지어 지금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인양되려면 그 기간조차 가늠하기 힘든데 그 동안 얼마나 부식이 될까요? 그리고 인양한다한들 증거라는 것이 남아 있을까요?
두번째. 돈이 많이 듭니다.
언론 발표는 일단 1200억입니다. 여기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정말 많이 든다고 생각하지만 세월호같은 7~8천톤 급 배를 인양하려면 그정도 들 수도 있다고 생각은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왜 세금인데요? 유병언 자산 중 1280억 정도를 압류했다는데 여기서 회수가능한 건 적어진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최소한의 인양비용도 받지 못한다는 소리와 같죠. 여기에 세금이 든다는 것이 어이가 없습니다. 왜 세금이어야 합니까? 몇 년동안 세수 부족하다고 찡찡대더니 이번에 담뱃값 인상이라는 멍청한 짓을 할 수밖에 없던 정부입니다.
물론 세수 부족이 아니라 도둑놈이 많아서 그런거겠지만 그렇더라도 왜 세금입니까? 개인당 몇 백원에서 몇 천원이라고요? 그게 아깝냐고요? 그렇다면 물어볼게요. 아깝냐고 물어보는 분들은 한달에 얼마씩이라도 기부 하시나요? 밥 먹다가 노숙인에게 10만원을 줘보셨나요? 아까운게 아니라 교통사고도 사고고 세월호 사고도 사고인데 왜 여기만 세금을 내냔 말입니다. 낼거면 다 내던가 아니면 아예 내지 않던가 해야 다른 사고 유족들과도 형평에 맞죠. 유족의 덩치에 따라 세금 사용 유무가 결정되는 게 도대체 어느나라 법입니까.
2012년 이탈리아 콩고르디아호? 암초에 부딪혀 32명 사망하고 선장은 이준석처럼 배 버리고 도망쳐서 2천 몇백년 형 받은 사건이 있죠. 이 때도 이 배를 인양 했습니다.
http://blog.naver.com/sungook/220073623078
배는 11만 4천톤으로 6825톤 세월호의 약 16배정도 입니다. 그러나 이는 선체가 좌초되었어도 눈에 드러났고 공기부양으로 선체를 똑바로 세워서 인양했어요. 이 배를 처리하는데 2조가 들었답니다. 근데 이 비용은 이탈리아 정부가 낸 것이 아니라 선박회사가 낸 것이지요. 왜 우리만 세금이 나간답니까?
그리고, 세금으로 먼저 처리하고 유병언에게서 받는다고 하시는 분들 계시죠? 그러면 안됩니다. 인양하더라도 유병언 돈으로 해야하고 그게 안되면 유병언의 재산 중 인양비용 이상을 회수가능할 때 세금을 사용하는게 옳습니다.
세번째. 다른 생명이 위협받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가장 짜증나는 게 이겁니다. 잠수부들은, 해경은 누군가의 아버지, 자식, 남편 아닌가요? 죽은 사람 찾겠다고 산 사람 죽이는게 말이나 될 소립니까?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이 구조를 못했다고 뭐라하는 분들 많던데..해경 그 함장의 거짓진술이나 거짓문서 작성 등 많은 부분이 잘못됐다는 거 압니다. 근데, 들어가서 구조 못했다고 뭐라하는 분들은 진짜 이해가 안됩니다. 해경도 사람이고 남편이고 아버지고 아들인데 침몰하는 배에 들어가서 죽었어야 된다는 말입니까? 애초에 구조 불가능하게 만든게 선장 이준석 아닌가요? 탈출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으니 그 지경에 이른 것인데 그게 어째서 해경과 국가 잘못이 되는 것인지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이제와서 인양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걸 보면 가관입니다. 아랫글에 초효님께서 써주신 글과 제가 세월호 사건 때 뉴스로 본 걸 종합하면, 물 안에서 잠수부는 태풍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과 같다고 들었습니다. 바닷물의 이동속도 이런거 있던데 다 제외하고 한마디로 앞도 안보이는데 태풍안에 서 있는 것이겠죠. 이런 상황에서 심각하게 부식되어 조금만 건드려도 변형의 위험이 있는 선체로 접근해 인양을 하라는 요구가 정당한 요구인지 아니면 잠수부 너네 한번 죽어봐 이것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절단하지 말고 통째로 인양하라고 하던데... 후...욕만 나옵니다. 해외 선박 인양을 보면 대부분 절단해서 인양했다고 하네요.
http://www.hankookilbo.com/v/080f7b328aec49d48d1e5372078c83f0
8천톤짜리 아리나케는 4등분 후 크레인, 1만6천톤짜리 트리칼라는 9등분 후 크레인 인양이네요. 만톤이 넘어가는 배도 550억 정도에 인양했다는 것도 보입니다. B-오셔니아도 절단 후 크레인이고 뉴 플레임도 절단 후 크레인이네요.
근데 이것을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통째로 들라고 하니...잠수부 죽으라는 소리죠? 왜 죽은 사람의 시신을, 그것도 1년간 바다에 있어서 찾을 수 있을지도 솔직히 장담 못하는 것을 위해, 그리고 그깟 증거를 위해 생명을 또다시 위험에 내몰아야 합니까.
당신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이 차가운 바닷속에 누워있다고 생각해보라고 하는 분들께는 똑같이 당신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이 잠수해서 다 부식된 선체에서 태풍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압력을 견디며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네요.
정부는 172명을 구조했습니다. 295명이 사망했지만 이것을 정부탓이라고 하기에는 청해진 해운이라는 민간업체에 고용된 이준석 선장의 초동대치가 최악이었습니다. 배가 거의 다 넘어가서 45도 정도 기울었는데 어떻게 진입하며 어떻게 구합니까? 여러분이 그 상황에서 해경이었다 생각해보세요. 제가 그 상황이었다면 저는 상부에서 진입하라고 해도 안했을겁니다. 당연히 제가 가진 사명감과 해경분들의 사명감이 달라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누구라도 대부분은 저와같은 판단을 할겁니다.
이 글을 보고 왜 이렇게 인정이 없냐? 아니면 왜 이렇게 유족의 아픔을 이해못하냐. 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감성만으로는 해결안되는 문제가 많습니다. 세월호 유족만 유족이 아니라 이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망사고의 유족들도 유족입니다. 세월호 유족의 갑질이라고 한다면 논란이 있겠지만 몇 몇은 갑질이라고 느낄 정도로 유족이 지나친 건 사실인 것 같네요. 저도 한 때는 세월호 유족분들 가여워서 하나라도 도와주려 했지만 이젠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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