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록 #1
예비역 통통배 병장
군번 XX-12345678
전역 몇 년 후
본 개인기록은 무기/탄약고 경계 근무 중 수상한 물체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육군 예비역 통통배 병장의 진술을 담고 있다. 통통배 병장은 향토사단 보병연대의 의무중대에 근무하였으며, 병장으로 만기전역하였다. 질문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단 본인 소개를 해주시죠.
먼저 저는 초자연현상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고 밝힐게요. 현대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것 이 외에는 별다른 게 없다고 믿는 그런 사람이지요. 그래서 귀신은 물론이고, 외계인도 안 믿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외계인이 아니라 인류가 다른 종족과 조우할 거라고 믿지 않아요. 왜냐? 우주는 엄청난 시공간의 낭비니까요.
그런데 그런 제게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딱 한번 있었습니다.
굉장히 현실지향적인 분이네요. 그래서, 무슨 일이었죠?
흠... 가을인가 봄이었을 겁니다. 선선해서 기분 좋은 그런 계절이었죠. 보름달은 아니었지만 달이 아주 밝았고 그래서 야간인데도 주변히 훤히 보였죠. 지금도 아주 생생하게 기억나요.
저희는 무기고를 1:30분 교대로 섰는데 아마 9:30-11시 근무였을 겁니다. 점호 방송을 들은 기억이 나요. 한달 빠른 맞선임하고 근무에 들어갔는데, 뭐 그 날도 별거 없었죠. 말 없이 근무 서고 있는데 갑자기 선임이 맞은편 산 꼭대기를 가리키면서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조용하던 선임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고요? 원래 말이 없는 분이었나요?
아니요.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저희 부대가 워낙 작아서 근무를 맨날 똑같은 사람이랑 들어가다 보니까 할 말이 없어졌거든요. 그날이 아마 거의 그 선임하고 100번째 들어간 근무였을 거예요.
하여간 저는 무슨 큰 일이 일어났나 싶어 그곳을 바라보았죠. 무기고 앞에는 타부대 연병장이 있었고 그 울타리 너머... 약 250m 떨어진 곳에 야트막한 봉우리가 2개 있었는데 그 사이 즈음에서 수직으로 늘어선 주황색 불빛이 3개 아른거리는 것이 보였어요.
균일한 간격을 한 3개의 불빛은 앞의 것이 가장 밝았고 뒤에 것이 가장 어두웠어요. 흠, 아니면 반대였을 수도 있어요. 그건 좀 헷갈리네요. 하여간 완전히 정지한 상태였죠.
아까 내가 밝은 달이 떠있었다고 그랬죠? 그래서 왠만한 별은 보이지도 않았어요. 근데 그 3개의 불빛은 그 밤 하늘에서 달을 제외하고는 가장 밝았어요. 얼마나 밝았는지 상상이 되시죠?
근데 아주 밝고 별빛처럼 일렁이는 것 빼고는 별로 이상해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물었죠. 저게 뭔데 그러십니까? 그랬더니 그 선임이 그랬죠. 야! 방금까지 저거 움직였어!
그러자 잠시 후 정말 빛이 왼쪽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비행기나 헬리콥터처럼 가속 시간도 없었어요. 진짜 갑자기 움직였어요. 그것도 정확히 수직 방향으로만요.
가속 시간이 없었다고요? 그렇다면 단순히 빛이 산 꼭대기 어딘가에 반사되었던 거 아닐까요?
아뇨. 내가 바본 줄 알아요? 그 산은 근무하면서 수 천 번도 더 본 곳이에요. 거기엔 반사될 어떤 것도 없어요. 그리고 그 빛의 고도가 그렇게 낮아 보이지도 않았어요. 적어도 산 정상에서....... 한 100m 정도는 떠있는 것 같았어요.
그 불빛은 불타는 것처럼 이글거렸어요. 난 그게 무엇을 뜻하는 지 알아요. 왜냐면 망원경을 통해서 우주를 보면 그렇거든요. 일렁이는 지구 대기의 대류 현상 때문에 우주의 물체는 그렇게 파도치는 것처럼 보인단 말예요.
잠깐. 대기권 밖이라고요? 그럼 그 물체가 무슨 외계의 것이라도 된다는 거예요?
그건 나도 모르죠! 근데 우리는 그때 가능한 모든 상황을 떠올렸어요. 선임하고 나는 있는 머리 없는 머리 다 동원해서 그걸 논리적으로 설명해보려고 했죠. 하지만 별다른 정답이 없었어요. 그건 대기권 밖에 있던 거예요. 아님....... 모르겠어요. 다른 설명은 말이 안 돼요. 멀리 날아가는 비행기의 테일라이트도 그렇게 일렁이지는 않아요. 그건 비행기보다 훨씬 멀리 있는 거였어요. 아마도요.
알겠습니다. 근데 그게 끝인가요? 아님 뭔가 더 있나요?
들어봐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상한 일인데 잠시 후, 그 3개의 빛이 하나로 합쳐졌어요. 그리고 순식간에 흐려지더니 사라져 버렸어요. 우리는 멍하니 그곳을 바라보았고, 그게 뭔지 한참을 생각했지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어요.
그 빛을 맨 처음부터 목격한 건 선임이었는데, 원래는 그 3개의 불빛이 하나였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불빝이구나 하면서 별 생각 없이 있었다고 했어요. 원래 근무 설 때 그러잖아요. 그런데 그게 나눠졌고, 깜짝 놀라서 나를 부른거죠.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게 정말 뭐였는지.
개인기록 #1 끝.
통통배 병장은 그 이후 수상한 물체를 더 목격하진 못했다. 하지만 그가 본 것이 무엇이었는지 아직도 해답을 찾고 있다.
=======================
글 쓰다가 생각나서 옮겨봤습니다.
참고로 99% 실화입니다.
뭐였을까요?
의외로 단순한 것을 착각한 것일 수도 있기는 할터인데... 그 기동과, 밝기와, 이글거림과, 고도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물체를 저는 생각해내지 못했습니다.
일상은 논리와 현대 과학으로 다 설명하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 제게는 나름 큰 충격을 안겨 준 사건이었습니다. 저 혼자 봤으면 헛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선임이 있었으니... ㅜㅜ
Commen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