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좀 둔감한 편이다.
몸살이나 감기에 걸리고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컨디션이 별로라고만 생각하고 한 며칠 고생을 하다가 뒤늦게야 깨닫게 되는 때가 종종 있다.
감기에 걸렸다는 걸 알았으면 그때부터라도 약을 사먹으면 될 텐데 보통은 지난 며칠 동안 안 해도 될 고생을 한 것이 아까워서 약에 기대지 말고 내 몸의 자연 치유력으로 이놈을 극복해 보자....하는 쪽으로 생각이 돌아간다.
그래서 난 살면서 병원은 물론 약국도 별로 이용해 본 적이 없다.
(습관성 두통으로 인해 일 주일이 멀다 하고 타이레놀을 여섯 알씩, 여덟 알씩 삼키곤 하는 건 또다른 얘기다.)
그건 그렇고, 나는 남달리 체질이 약한 듯싶다.
일년에 보통 열 차례 정도는 감기에 걸리곤 한다.
남들도 이렇게 자주 감기에 걸리나?
아니, 어쩌면 그 반대인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살면서 머리통이 깨지거나 손목 뼈가 부러지는 등 외상 때문에 병원을 찾은 적은 더러 있었어도 병에 걸려 병원을 찾은 적은 딱 한 번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심지어는 살면서 누구한테 얻어맞았을 때 말고는 코피조차 흘린 적이 없으니....
엊그제부터 자꾸 콧물이 흐르곤 한다.
원래부터 좀 시원찮던 코가 또 말썽을 일으키나 하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부터는 머리까지 조금 띵한 걸 보니 아무래도 또 감기가 시작된 것 같다.
그래도 약을 사먹을 마음은 별로 안 생긴다.
차라리 시장에 가서 생강이랑 대추를 좀 사다가 생강찬지 대추찬지를 팔팔 끓여 마시....
아! 그러고 보니 주전자 바닥에 구멍이 나서 물이 새지, 참.
역시 약국으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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