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친하게 지낸 친구가 있었습니다.
본래 저는 친구에게 속 얘기를 잘 안 하고,
아파도 아프다는 전화 한 번 안 하는 성격입니다.
그러다 너무 힘들어서,
제겐 너무나 마음이 아팠던 이야기를,
과거를 그 친구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고향으로 내려온 후부터 그 친구가
다른 고교 동창 친구들과 제가 만나는 걸 교묘하게 막아놓더군요.
오랫동안 안 만나서, 너랑 만나면 어색할 것 같대... 이런 식으로요.
알고보니,
제 이야기를 다른 친구들에게 풀어놓으며 가십거리로 만들어 놓은 거죠.
해외에서 생활하며 겪었던 내 아픈 기억을,
하늘로 떠나보내며 가슴에 묻을 수 밖에 없었던 내 자식 얘기를,
“걔 진짜 안 됐어...” 이런 식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떠벌린 거죠.
참...
인생에서 값진 보물 중 최고가 평생 가는 친구라고 하던데,
그 친구가 제게 그런 존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예전에, 절 좋아한다는 남자 후배를 그 친구가 좋아해서
그 후배와 제 사이를 선후배 사이도 안 되게 이간질했을 때에도,
제가 그 후배에게 별 다른 감정이 없는데다
본인 사랑이 우선이라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정말 멍합니다.
여튼 제가 그 사실을 눈치챈 걸 모른다고 확신하는 그 친구는,
자기 직장에 대한 불만 사항을 들어달라고 천연덕스럽게 전화를 걸었고...
만나고 싶지 않다고 딱 잘라 거절했습니다.
그랬더니 한 달 째 혼자 화나서는 연락이 없네요.
저도 더 이상 그 친구를 ‘친구’라 생각이 안 되어 연락도 안 하고요.
정말...
친구랍시고 10년 넘게 믿었던 제가 바보 같습니다.
이젠 정말 속 깊숙히 묻힌 고민같은 건,
그저 혼자 마음 속에 묻어둬야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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