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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2.12.10 01:10
조회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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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퍼펙트 어네스트 후스트. ⓒ K-1

 


K-1은 오랜 시간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과 명장면들을 연출한 명실상부한 세계 입식격투의 최고봉이다.

경영난 등 여러 악재가 겹친 탓에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며 주춤하지만, K-1이 뿌린 감동과 환호는 여전히 가슴 한 구석에 살아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부활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다시금 ‘낭만의 시대’에 대한 기대가 고조, K-1 추억의 스타들을 떠올린다.


미스터 퍼펙트 어네스트 후스트

후스트(47·은퇴)는 K-1 역사상 가장 뛰어난 테크니션으로 기억되고 있다. 가장 무시무시했던, 가장 안타까웠던, 가장 인기가 높았던 선수 등 여러 부문으로 나누며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기술적으로 가장 빼어난 달인을 꼽으라고 했을 때 후스트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넘버원 파이터라 할 수 있다.

월드 그랑프리 통산 4회 우승과 제롬 르 밴너, 미르코 크로캅, 레이 세포 등 쟁쟁한 레전드급 파이터들을 ‘무관의 제왕’으로 전락시킨 화려한 전적은 그에 대한 호감도를 떠나 기량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기운영 능력은 단순한 노련미를 넘어 입식 격투 시스템이 저장된 컴퓨터라 불릴 정도. 워낙 꾸준하게 안정적인 경기력을 자랑했던지라 특별한 슬럼프도 없었다.

밥 샙 등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외의 상대에게 덜미를 잡히는 확률도 극히 낮았다. 그만큼 후스트는 정상급 파이터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고 기복이 없는 파이팅을 선보인 대표적인 케이스다.


후스트가 쓰면 달랐던 공포의 검은 채찍 로우킥

피터 아츠의 도끼 하이킥, 앤디훅의 훅 토네이도와 엑스킥, 제롬 르 밴너의 레프트 스트레이트, 레이 세포의 부메랑 훅, 레미 본야스키의 플라잉 니킥 등 역대 K-1을 빛낸 레전드급 스타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필살기가 있었다.

후스트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방면에서 모든 기술의 완성도가 높았던 후스트라 최고의 필살기를 꼽기는 쉽지 않지만, 가장 교과서적으로 훌륭하게 활용한 무기를 꼽자면 로우킥을 첫 손에 들 수 있다. 화려함은 다소 떨어졌을지 몰라도 활용도나 실용성 면에서는 그 어떤 선수의 기술보다도 효과적이었다는 평가.

종아리 허벅지 등 상대의 하체를 노려 가격하는 기술인 로우킥은 K-1 무대에서 복싱의 잽만큼이나 흔하게 볼 수 있다. 가장 짧은 거리에서 나가는 발기술 중 하나인 데다 얼굴이나 몸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선을 놓치기 쉬운 하체 쪽이라 대비한다 해도 제대로 막기 어렵다. 더욱이 거푸 맞을 경우 관절이나 근육 등에 충격이 누적, 자칫 입식의 가장 기본인 스텝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상대의 균형을 깨거나 리듬을 깨는데 매우 효과적인 공격이다.

후스트는 이러한 로우킥을 누구보다도 잘 구사했다. 가장 단순한 공격 패턴을 가장 복잡하고 깊은 경지까지 끌어올린 그야말로 ‘로우킥 마스터’였다. 어떤 면에서는 다소 의아할 수도 있다. 후스트의 로우킥만 특별하게 취급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여느 파이터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자세와 정상급이긴 해도 독보적인 파워도 아니다. 언뜻 보면 로우킥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다른 선수들과 뭐가 다르냐는 반문이 올 수도 있다.

사실 후스트 로우킥의 특별함은 킥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테크닉이 뛰어난 아웃복서의 잽처럼 경기 내내 로우킥을 구사할 수 있고, 강·중·약을 정확하게 구분해 어떤 자세, 어떤 상황에서도 막힘없이 기술을 펼친다. 스피드가 좋은 선수에게는 스텝의 진행 방향을 미리 막는 용도로, 힘과 주먹이 강한 상대에게는 펀치를 뻗는 순간 카운터로 사용했다.

외형적으로 후스트 다리는 타 선수들과 비교해 굵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단단하게 잘 단련된 하체에서 곡선의 궤도를 최대한 활용해 터져 나오는 로우킥의 순간 파괴력은 채찍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채찍이라는 무기가 그렇듯 눈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큰 고통을 상대에게 가한 것이다.

후스트 로우킥은 노련함과 더불어 나날이 진화했다. 특히, 정확한 펀치 공격과 함께 컴비네이션으로 적중할 때면 상대는 어디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 쓸 때마다 다른 ‘천의 로우킥’이라는 평가가 결코 과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로우킥이 무서운 게 아니라 후스트가 구사했던 로우킥이 무섭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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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스트에게 가장 호되게 당한 선수를 꼽으라면 뭐니 뭐니 해도 불꽃하이킥 미르코 크로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 K-1

 


수많은 레전드들 절망에 빠뜨린 흑마왕

 

최고의 테크니션답게 후스트는 로우킥 외 다른 모든 기술에도 능했다. 로우킥  타이밍에서 묵직한 미들킥으로 큰 충격을 가하는가 하면, 빈틈이 보이는 순간에는 지체 없이 폭풍 같은 펀치 연타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후스트의 펀치는 한 방의 위력에서는 최상급은 아니지만, 적절한 타이밍에서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상대의 안면 급소로 날아들었다. 제대로 한 대 맞으면 이후 연타가 이어지기 일쑤였다. 이런 다양한 기술을 바탕으로 후스트는 수없이 창조적인 컴비네이션을 구사하며 상대의 방어체계 자체를 박살냈다.

앞서 거론했듯 후스트는 수많은 레전드급 스타들을 무관의 제왕으로 전락시킨 주인공이다. 길이 남을 화력을 지닌 돌격대장 밴너, 한 자루 날선 칼 같은 냉혹했던 킬러 이미지의 크로캅, 기가 막힌 타이밍에서 상대를 실신시키는 싸움꾼 세포 등 역대 K-1 역사에는 후스트 벽에 막혀 마지막 결실을 맺지 못한 2인자들이 즐비하다.

후스트에게 가장 호되게 당한 선수를 꼽으라면 뭐니 뭐니 해도 불꽃하이킥 미르코 크로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크로캅은 빠른 스텝을 바탕으로 상대의 주위를 돌며 기회를 포착한 뒤 펀치-킥 등으로 정확하게 가격하며 승부를 보는 타입이다. 동체시력이 좋고 순간적인 빈틈을 찾아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

공격패턴이 다소 단순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워낙 빠르게 치고 빠져 이런 부분을 공략할 수 있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후스트는 상대의 취약점을 파고드는데 가장 능한 선수였다. 다소 정직한 크로캅의 패턴은 수읽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후스트에게는 좋은 먹잇감일 수밖에 없었다.

<‘탄식의 벽’ 깨부순 어이없는 천적들>로 계속

 

-윈드윙-


Comment ' 2

  • 작성자
    Lv.90 부정
    작성일
    12.12.10 08:31
    No. 1

    가장 입식 다운 경기력을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그에 비례해서 좀 보는 맛이 떨어졌던 것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일
    12.12.10 09:13
    No. 2

    그렇긴하죠..^^ 근데 다시 돌아보면 그 수준높은 경기력에 감탄을 금할수없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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