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턴건' 김동현(31)이 지능적인 플레이로 완벽한 승리를 이끌었다.
김동현은 10일 중국 마카오 코타이 아레나서 열린 'UFC on Fuel TV 6(UFC in Macau)'에서 파울로 티아고(31·브라질)를 시종일관 압박,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따냈다. 부심 3명 가운데 2명이 30-27, 나머지 한 명은 30-26으로 채점할 만큼 내용 역시 완벽했다.
묵직한 타격과 뛰어난 주짓수로 무장한 티아고는 그동안 맞붙었던 상대들과 비교해도 이름값에서 상위에 위치할 만큼 상당한 강자였다. 정상급 랭커중 하나인 조쉬 코스첵을 무시무시한 어퍼컷으로 때려눕힌 것을 비롯해 실질적 2인자로 군림해온 존 피치와도 접전을 펼쳤던 실력자다.
직전 경기에서 시야르 바하두르자다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42초 만에 KO패 당한 것을 빼고는 누구에게도 경기를 쉽게 내주지 않았던 강자다. 그런 티아고가 김동현 앞에서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김동현은 안정적 승리에 무게를 둔 듯, 시작부터 장기인 테이크다운 이후 그라운드 압박 전술을 구사했다. 이에 티아고는 주짓수 고수답지 않게 이렇다 할 반격도 해보지 못한 채 매 라운드를 빼앗기고 말았다.
경기 중 티아고를 가장 괴롭힌 김동현의 무기는 다름 아닌 백포지션 점유. 초반 득달같이 테이크다운에 성공한 김동현은 백포지션을 잡은 후 티아고를 압박했다. 주짓수에 능한 티아고는 즉시 빠져나오려 했지만 허리를 다리로 감싼 채 달라붙는 김동현의 접착력(?)은 말 그대로 찰거머리였다.
김동현은 일단 백포지션 유지에 중점을 뒀고,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룬 순간에는 파운딩 펀치와 리어네이키드초크 등을 시도하며 상대를 괴롭혔다. 티아고는 어떻게든 김동현을 뿌리치려 애썼다. 때문에 김동현이 등 뒤에 올라타는 듯한 자세가 자주 나왔다. 그렇다보니 김동현 무게에 짓눌려 체력 면에서도 상당한 데미지를 입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김동현의 여유 있는 자세였다. 그동안 김동현은 백포지션을 잡게 되면 무리한 힘을 가하며 상대에게 큰 데미지를 입히려다 상대 못지않게 자신도 체력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티아고전에서의 김동현은 불필요한 힘을 쓰지 않으면서 체력의 적절한 안배가 돋보였다.
김동현의 백포지션 압박은 3라운드까지 계속됐다. 경기 중 상대가 백포지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신한 김동현은 집요하게 그 전략을 구사했고, 티아고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급기야 종료 직전에는 상대 위에서 큰 동작으로 ‘몽골리안촙 파운딩’까지 퍼부으며 완승을 자축했다.
UFC 출신의 한 유명 파이터는 김동현을 가리켜 "상대를 실력이 없는 선수처럼 만들어버리는 묘한 능력이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날의 김동현이 딱 그랬다. 티아고는 빼어난 기량의 소유자임에도 김동현 특기에 말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에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김동현의 또 다른 별명인 '매미킴'이 뜨고 있다.
상대방에게 찰싹 달라붙어 괴롭히는 모습이 마치 나무에 붙어있는 매미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인데 이날 경기만 봤을 때는 기존 ‘스턴건’보다 훨씬 더 잘 어울렸다. 크로캅의 별명이 여러 형태로 나뉘어져 '캅 시리즈'가 된 것처럼 '매미지옥' '김동현표 매짓수(매미+주짓수)' 등 응용 닉네임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강경호와 임현규의 출전이 좌절된 가운데 UFC 라운드걸로 데뷔한 강예빈의 응원 속에 김동현은 티아고를 완파, 향후 그의 상대는 이름값이 더 높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죽음의 체급'에서 벌어질 진짜 살 떨리는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윈드윙-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