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는 김광주에서 사마달, 검궁인, 와룡강, 금강, 야설록까지로 본다. 김광주 같은 초기 시대는 따로 구분한 후 창작 무협의 생산이 본격화되고 대본소용 박스형 무협소설들이 자리 잡은 시기부터 1세대라고 보기도 한다. 번역 무협소설과 번역을 가장한 창작 무협소설의 전통을 이어받은 이들은 만화방에 공급되는 박스형 무협소설을 통해 작품을 내놓았다
이 때 나온 무협소설들은 주인공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고전소설을 연상케 하는 일대기적 구성이 대부분인데, 주인공이 차츰 힘을 쌓아가다 패업을 달성하는 게 주된 결말이다. 하지만 이런 고전적 이야기 구조가 소설들에 지나치게 반복되면서 독자들의 식상을 불러왔고 그 식상에 대응하고자 소설들이 뒤로 갈수록 만화 《테니스의 왕자》마냥 뻥튀기 되어갔다. 또한 다른 사람의 작품 표절, 일본제 사무라이물 표절, 자기 작품의 표절 등 끝간 데 없는 표절이 이어지며 무협소설의 명예를 떨어트려 갔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서 무협을 읽던 독자들은 점점 빠져나갔고 그런 독자들을 잡겠다는 안간힘은 소설 속 성행위 묘사가 갈수록 진해지는 꼴로 이어진다. 하지만 무의미한 성행위 묘사의 증가는 제대로 된 무협을 보려는 독자들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꼴을 불렀고, 거기다 지속적인 작품 공급을 위해서 이름만 빌려주고 그림자 작가들이 적당히 짜깁기한 글을 내놓는 이른바 대명무협이 범람하면서 작품들의 질은 급격히 하강, 결국 80년대 중반에 이르러 아타리 쇼크와 똑같은 꼴로 무협 시장은 망한다.
이런 상황들 속에 80년대 후반에 이르면 1세대 무협은 와룡강 상표, 사마달 상표가 붙은 자기 복제성 노루표 무협지를 제외하곤 멸종 상태로 이어졌다."
"판타지 팬덤의 형성 과정은 크게 두 시기로 가를 수 있다. 90년대 중반 초창기의 상업적 형성과정과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자생적인 무협소설과 MMORPG에 영향을 많이 받은 시기다.
90년대 중반의 초창기 한국 판타지 팬덤의 탄생 배경은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나 《소드 월드 RPG》 같은 TRPG 문화, 《슬레이어즈》, 《로도스도 전기》 같은 일본의 오타쿠 문화, 《울티마》, 《위저드리》, 《드래곤 퀘스트》 같은 게임을 통한 판타지 문화의 수용, 《반지의 제왕》등 영미 문학의 제한적인 영향이 섞여 있다.
TRPG는 당시 청소년들이 즐겨보던 게임 잡지(대표적으로 게임 매거진) 등을 통하여 소개되었으며, PC통신을 통해 취미생활로 즐기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일본, 영미의 판타지 소설은 번역을 통해 소수나마 출판되었으며, 《슬레이어즈》등의 애니메이션은 TV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또한 비디오 게임과 PC게임을 통해 판타지 세계관을 접하기도 했다.
이것은 초창기에 나왔던 이영도, 홍정훈, 이경영 등의 판타지 소설들을 읽어 보면 현저하게 느껴진다. 이 시기에는 한국 판타지는 독창적인 판타지라기 보다는 주로 외국 판타지를 모방한 습작’이며, 일종의 ‘팬픽션’과도 같았다. 실력 있는 작가들은 이미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모방과 습작에 그치고 있었다."
위와 같은 역사적인 맥락으로 따져 봤을 때, 요즘 들어서 일본 영향 받은 작품이 나오느니 어쩌니 하는 건 장르문학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나올 수 있는 발언입니다.
한국 장르문학은 해외 영향에서 한시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작가 개개인의 노력으로 '한국적'인 장르문학을 써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작가 개인의 작업에 머물었을 뿐이었고, 따지고 보면 그 작가가 그런 글을 쓸 수 있던 영양분은 해외에 상당 부분 빚지고 있었지요.
사실 이런 식으로 해외의 영향을 받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설사 북한처럼 폐쇄적인 사회라고 해도 해외 문화의 영향을 받길 마련인데 한국 같이 개방된 사회라면 더더욱 그렇죠.
그런데 문피아의 몇몇 분은 그런 역사와 현실을 부정하고 계시니 안타깝습니다. :-)
Commen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