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비처녀는 히로인이 될 수 없는가?
그건 아닙니다.
오타쿠들의 전설속의 작품중 하나인 메존일각의 경우엔..
분명 과부인 여주인공이 등장하지요. 자녀는 없었지만...
금슬도 좋았지요. 사별했을 뿐.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령도 처녀와는 거리가 멉니다.
에반겔리온의 미사토 역시 처녀는 아니었지만, 그다지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처녀/비처녀 문제로 독자및 시청자들(오타쿠들)을 바보 취급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왜냐면, 그건 독자들이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의 의표를 찔러서 놀라움을 주는 것은 꽤 큰 효과가 있습니다. 어떤 픽션의 작가들이라도 추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독자들의 맹점을 정확하게 노려서 한칼에 해치우고,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다면 그건 최고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독자들의 의표를 찌른답시고 뒤통수를 때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들들면 최근의 아쿠에리온에 나오는 것이겠지요.
전생의 연인이 되살아나서 맺어지는 이야기였는데..
그 연인들이 다시 되살아나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해놓고는
갑자기 전작에 맺어진 남녀중 남자는 연인이 아니라, 연인이 기르던 개였다. 개가 주인의 연인을 좋아하다가 환생해서 주인의 연인과 맺어지는 수간이야기였다.
전작도 수간물이고, 이번작도 수간물이다.
최초의 남자는 개가 자기 사랑과 맺어지는걸 구경만 했다.
독자들이 의표를 찔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뒤통수 맞았다고 생각했지.
아앗. 나의 여신님 같은 경우도 그렇지요.
주인공과 여신들의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보고 있었는데, 진전이 없어서 지루해졌다고 떠나가기 시작하니...반전이라고 넣어놓은게..
여신과 계약할 때, 주인공은 정신적 고자가 되었다...라는 걸 반전이라고 넣어놨습니다. 이건 완전 뒤통수 맞은 겁니다.
처녀/비처녀라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갖는 인상은...
마치 브랜드품에 대해 갖는 느낌과 비슷하지요.
쓸만한 백과 브랜드 백이 있으면, 이왕이면 브랜드 백이 낫다고 생각하는 여자들과 비슷합니다.
쉽지 않은 여자, 몸가짐이 좋은 여자라는 인상이 있지요.
문제는 이겁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픽션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몸가짐이 좋은 여자'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룰이 있습니다.
최초에 과부로 등장하거나, 어른의 매력을 풍기는 섹시한 여성이 등장하면 굳이 그런 인식은 갖지 않습니다.
그리고, 작품 초기에 히로인에게 '처녀가 아닐것'이라는 인상을 주게 만들면, 독자들의 흥미는 조금 떨어지기는 해도 다른 부분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면 계속 보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작품들은...
여주인공에 대해서 '처녀가 아닐 것이라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았습니다. 이건 이를테면, 이 자동차는 새차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뜬금없이 '이 자동차는 중고차였다.'라고 선언을 하는 겁니다. 이건 의표를 찌르는게 아니라, 뒤통수를 장렬하게 까는 겁니다.
처녀/비처녀의 문제가 아니라, 독자들의 기대를 배신하고 뒤통수를 까는 문제입니다.
칸나기나 투하트2에서도 독자들은 열받았지만, 아쿠에리온 에볼이나 아아, 나의 여신님에서도 열받았거든요.
한국의 판타지 소설들 중에서도 독자들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까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인기가 없어서 묻힌 경우도 많지요.
판타지에서 환생한 주인공이 천재로 두각을 나타내고, 동년배의 귀족들이 배우는 학교에 '교수'로 초빙되어 가는 이야기가 나와서..
과연 교수로 어떻게 이야기를 벌여 나갈까, 영지에서 벌인 일들은 어떻게 진행될까...기대중이었는데...
갑자기 현대로 가는 포탈이 열려서 다 내버려두고 훅 날아갔다..
이런 건 독자의 의표를 찌른게 아닙니다. 독자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까버린 거지요.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서 다양한 묘사를 집어 넣습니다.
미모, 성격, 재능, 순결 등이지요.
그런 묘사를 통해서 독자들은 등장인물을 마음에 들어하기도 하고, 취향이 아니라고 외면하기도 합니다.
처녀가 아닌 주인공은 많습니다. 유부녀로 인기끄는 캐릭터도 많습니다. 중요한 건 독자들과의 약속이요, 기대를 어떻게 보답하는가가 될겁니다.
의표찌른답시고 뒤통수는 까지 말아줬으면 하는 것이...
독자로서의 기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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