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몸과 마음이 다 지친거 같아요.

작성자
Personacon 묘로링
작성
12.07.24 19:26
조회
475

불볕더위라는게 이런거군요.  

제 마음이 황폐하다는 이야기, 어제 친구가 저에게 그렇게 이야기 해줬어요. 아무리 물을 뿌려도 마음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씨앗이라고 해야하나요. 정말로 교우관계가 깊었고, 몇 년간 하루종일 함께 하던 친구들임에도 연락하지 않아요. 옛날 친구들과의 추억을 이야기할 때, 과연 저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겉껍질을 아무리 많이 주고, 목숨을 바칠수 있다고 생각해도 그건 겉껍질뿐이었어요. 친구에게 많은 것을 주고 싶었고, 주려고 노력했지만 정작 마음을 주지 않았군요.

하지만 정작 마음이 황폐하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을 때는 아무렇지가 않았어요. 예전부터 그랬던 것을 알았던 것처럼, 당연했던 것처럼 들렸거든요. 정말로 고장난 라디오에서 반복되어 흘러나오는 소리처럼 무채색으로 들렸어요. 마음이 이미 박살난 것처럼, 고요한 일상처럼....

그래서 대부분 남는 관계는 제가 도와 주고싶은 관계, 제가 우위에 있는 관계만 남은 것 같아요. 너무나 우위에 서고 싶어서 발버둥치는 것처럼... 모든 관계를 버리고, 그런 관계만 남았네요. 거기에서 위안을 느끼는 거겠죠. 누군가를 도우니까 괜찮다고, 누군가를 위하니까...돕고싶으니 돕는것이라고... 그런데 정말일까요?

제가 과연 그 사람에게 제 진심을 쏟고 있을까요. 그냥 자기 만족일까요. 마음을 막역한 친구에게도 주지 않았는데, 저는 그 마음을 다른 분들에게 준 걸까요. 그럴리는 없겠죠.

그렇다면 아마도 저는 그 친구들을 직접 만나고, 직접 위로해줬겠죠.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직접 대면하고 싶지 않았고 안주하고 말았죠.

피상적인 관계로 가득찬 시간들을 보며, 저는 제 마음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어느날 거울을 보았을 때 두터운 껍질을 가진 과육 없는 그러한 열매일까요.

요 저번 누군가의 아픔을 들었는데, 제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았을 때, 무언가 마음이 망가진걸 느꼈어요. 아니 도와줄수 있어서 기뻣던거 같아요. 나 스스로 미친게 아닐까 생각이 들만큼, 나는 이토록 이기적인 마음이구나라고 저는 느꼈어요.

그저깨만 해도 누군가의 슬픔에 울다가, 동정하다가, 갑자기 슬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버리다니. 그것은 위선에 대한 저주같아서, 누군가 나에게 형벌로 슬픔을 날선 칼날로 끊어버려서 반쪽이 되어버린게 아닌지 두려워요.

언제나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 왔지만, 그것은 아마 결여된 마음의 허상이 아닌가. 오늘에서야 그렇게 느꼈어요.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93322 다들 핸드폰에 벨소리 사용하시나요? +12 Lv.16 남궁남궁 12.07.24 701
193321 가전제품은 역시 다수의 선택을 따라야 하나봐요... +3 Lv.15 은림칠성 12.07.24 1,026
193320 미드보시는분 계신가요? +15 Lv.70 wanna.do 12.07.24 1,093
193319 리버스 이게임 아시는분? +5 Lv.89 관측 12.07.24 1,003
193318 그래요! 아예 이렇게 할게요! +30 Personacon 현무연 12.07.24 691
193317 2년만에 전주와서.... +3 Lv.12 악마왕자 12.07.24 691
193316 흠.. 갑자기 떠오른 뻘생각입니다 잘들어주세요 +8 Personacon 마존이 12.07.24 933
193315 백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판타지소설 +11 Lv.49 무한반사 12.07.24 901
193314 건전한 소프트 비엘 저의 첫 소설 올립니다. +9 Personacon 마아카로니 12.07.24 963
193313 퓨탕... 우리 대학교에만 있는게 아니었군요. +12 Personacon 비비참참 12.07.24 922
193312 아....덥다 더워.... +2 Personacon 자공 12.07.24 1,066
193311 묵혀놓았던 선작을 다 읽으면 +1 Lv.56 sard 12.07.24 758
193310 알바는 실존합니다. +7 Personacon 엔띠 12.07.24 679
193309 학원 숙제에서조차 +13 Personacon 조원종 12.07.24 627
193308 강호정담이라는 말 +19 데스노트 12.07.24 883
193307 신혼여행 계획을 세웠어요. +2 Lv.49 무한반사 12.07.24 865
193306 남자 동아리 후배 1명이랑 애슐리 가요. +11 Personacon 비비참참 12.07.24 766
193305 은행 업무 중에서... Lv.8 銀狼 12.07.24 579
193304 애증 +2 소울블루 12.07.24 657
193303 초안?은 완성되었습니다. +3 Personacon 마아카로니 12.07.24 639
193302 요즘 공포 쪽 웹툰을 찾아보고 있는데요. +6 Lv.1 늑대(wolf) 12.07.24 502
193301 러닝머신에서 할수 있는 자기개발은 어떤게 있을까요? +14 Lv.1 [탈퇴계정] 12.07.24 742
193300 근대 강호정담은 정모 같은거 안하나요? +9 악종양상 12.07.24 486
193299 형편없는 솜씨지만 작업 들어갈게요(완성되면 올림) +3 Personacon 마아카로니 12.07.24 515
193298 진짜 미치겠내요 +2 악종양상 12.07.24 494
193297 일본에서 라이트노벨 쓰면 많이 벌 것 같죠? +8 Lv.29 스톤부르크 12.07.24 835
193296 축구중계하는 알바천국이 +3 Lv.1 [탈퇴계정] 12.07.24 525
193295 파워 오브 퇴근 +6 Personacon 히나(NEW) 12.07.24 452
» 몸과 마음이 다 지친거 같아요. +10 Personacon 묘로링 12.07.24 476
193293 먼지가 먼지 +2 소울블루 12.07.24 438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