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하는 곳 화장실에 '뒷일 본 휴지 버리는 검은 비닐 봉투'와 웬 '투명한 비닐 접힌 게' 나란히 놓여져있었어요. 똥휴지봉투는 1/4정도 채워져있고, 투명한 비닐은 펼치면 꽤 클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저보다 높은 사람이 저보고 '왜 비닐 안 치우냐'고 짜증을 내더라고요. 여기서 이 '비닐'을 저는 당연히 투명한 비닐로 생각했거든요? 똥휴지봉투 말하는 것이었다면 '쓰레기봉투 치우라'거나 '비닐 봉투 치우라'고 말할 거 아니에요. 아니, 애초에 문명인 답게 똥휴지봉투 사용하는 걸 보고 짜증냈다곤 상상조차 못했었죠.
어쨌든 그 사람이 말한 '비늘'을 똥휴지봉투가 아닌 투명한 비늘이라 확신하며, '왠지 비오느날 사용할 것 같아서 일부러 안 치운건데 ㅡㅡ' 속으로 궁시렁거리면서 제가 치운다고 했죠.
그 투명한 비닐을 똥휴지봉투 속에 쑤셔박고, 이왕 버릴 거 똥휴지봉투도 갖다 버렸어요.
이 일이 있은 이틀 후, 저는 지금 이 순간까지, 당연히 이 사람이 말한 '비닐'이 그 투명한 비닐 말하는 건줄 알았어요. 그런데 전화가 왔어요. 그 투명한 비닐 어딨냐고. "버렸어요." 비올 때 사용하려고 산건데 왜 버렸냐고. "비닐 버리라고 해서 그거 버렸어요." 검은 비닐봉투 버리라고 한 거였다고. 투명한 비닐은 잘 접혀 있었지 않았냐고. "죄송해요." 됐어. 어쩔 수 없지.
아놔. 멍청해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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