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봉사 나가는 중학교에서 오늘도 이상한 애한테 된통...까지는 아니고 적당히 당했습니다.
운동장에서 물총놀이 하자는 애들한테 끌려나가서 신나게 물 처맞은 다음에(에에잇...요즘 여중생들은 뉴타입인가?!) 물독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서 교실로 돌아가다가 그 녀석과 마주쳤습니다. -_-
이번에도 아주 놓치지 않고 졸졸졸 따라옵니다. 빨리 집에 가라니까 죽어도 안 가요. 교무실에 출석부 던져놓으러 가니까 거기까지 또 쫓아와요. 문 옆에서 어설프게 숨어서 제가 뭐 하나 감시함. -_-
짜증나서 출석부 적는 둥 마는 둥 하고 냅다 튀니까 운동장까지 우다다 달려서 쫓아옵니다. 무슨 여자애가 이렇게 빨라. 제기랄;;;
자전거 자물쇠 풀려고 하는데 빌어먹을 자물쇠가 그간 우천 속에 방치해둔 보복을 하려는 모양인지 풀리지를 않더군요. -_- 그 사이에 그 녀석은 자기 자전거 끌고 쪼르르 옆에 다가왔지요.
"왜 살아요?"
"남이사 살든가 말든가. -_-"
"애들한테 신나게 당하고 자물쇠도 주인을 거부하는데..."
"...."
"선생님 진짜 불쌍함."
"너한테 쫓겨서 더 불쌍해졌다."
빨리 집에 가라고 돌멩이 휙 던지니까 휙 피하고 -_- 두 번째 던진 것이 나무에 퍽 맞으니까 식물학대죄로 고소하겠다느니 뭐 하겠느니... 식물이 무슨 고통을 느끼냐니까 식물한테 음악을 들려주면 걔들도 다 반응한다고...
진짜 별 이상한 지식만 가득 들었어요.
위키백과 줄줄줄 외울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왜 이렇게 이 중학교에는 이상한 애들만 가득하냐고 한탄했더니 원래 이 근처가 많이 이상하답니다. 옆에 A여중은 맛이 좀 갔고, 건너편의 B중은 중2병이 득시글거린다나... (그래서 그 둘을 합친 최종병기가 너라고 쏴붙여줬더니 저도 마찬가지라고... 내가 언제 중2병 증세를 보였다고?)
지겹다고 보내달라니까 이번에는 순순히 보내주대요? 웬일이여. -_- 자기가 먼저 나가겠다고 교문을 앞서서 쑥 나갔는데...
... 제가 가는 방향으로 갑디다. -_-
집 방향이 반대인데 제가 가는 방향을 앞서서 갑디다. -_-
추월해서 확 지나가버릴까 했는데 빌어먹을 자전거가 녹이 슬어서 제대로 말을 안 듣는 바람에 스쿨존 서행서행서행...;;;
저번에는 길막하더니 이번에는 추적질이냐고 쏴붙였더니 지가 할 일 있는 거라고, 거지를 누가 쫓아가겠냐고 대꾸합니다.
얼씨구. 그러면서 자꾸 내 진행 방향을 가로막는 건 뭔데? -_-
한 300미터 정도를 그렇게 따라오더니 도중에 옆길로 빠져서 제 집 방향으로 가더군요. 어헣...
이 녀석을 대체 어찌 해야... -_-;;;;
나름대로 선생의 자세를 갖고 대하려고 해도, 얘는 제 담당이 아니다보니 수업 시간에 어떻게 통제할 수가 없어요. 교실 바깥에서 화 내기도 그렇고...
저번에 1시간 20분을 붙잡혀서 개고생했던 것에 비하면 이번에는 정말 양호하지만, 솔직히 저 가는 방향으로 따라나설 때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다음 번에는 집까지 쫓아오는 거 아냐?;;
절 좋아해서 쫓아다닌다고 하기에는 제가 별로 잘 생긴 편이 아니고(맨날 애들이 여드름 자국 갖고 놀림), 딱히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적도 없고 -_- 이 녀석도 맨날 저 무시하는 말만 함.
그냥 저 놀려먹는 게 재미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에는 선생한테 그렇게 대들면 신나게 두들겨 맞기만 했기 때문에 몽둥이로 야무지게 패주는 것 외에는 딱히 퇴치법이 안 떠오르는데... 엄하게 구는 걸 제가 못해요. 그러니까 반 애들이 저를 만만하게 보는데 -_- 학창 시절에 엄하게 굴었던 교사들을 제가 엄청 싫어하는지라 선생들을 답습하는 짓은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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