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봉사 나가는 중학교에 이상한 애가 있습니다.
상위권 아이여서 제가 맡은 하위권 애들 반이랑은 다른 반인데....
처음 만난 애였는데, 말문이 트인 계기가 인터넷 유행어였습니다.;
문법 기초를 가르쳐야 하는데 애들이 영어에 도통 흥미를 보이질 않아서 애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인터넷 유행어를 많이 삽입해서 교재를 만들었는데
문제는 애들이 유행어를 제대로 이해를 못함. -0-; 엔하위키에 있는 걸 많이 차용했는데 너무 마니악한 걸 했나...
근데 문제는 수업 다 끝나고 친구 만나러 온
갑자기 그거와 관련된 위키백과 내용을 그대로 외웁니다.
진짜로...토씨 하나 안 틀리고요!
어떻게 그렇게 기억을 잘하느냐 했더니 그냥 외워진답니다.
아니 문제는 이게 아니고.
근 며칠 사이에 갑자기 얘가 졸졸 쫓아다닙니다.
친구들이 저한테 장난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 뵈었는지 따라서 쳐대는데,
"선생님 왜 살아요? 살아 계신 이유가 궁금해요. ^^"
이러면서 쫓아다닙니다.
오늘도 수업 끝나고 교무실에서 서류 정리하고 나가는데
먼저 애들이랑 같이 집에 간 줄 알았더니만 차 뒤에서 불쑥 튀어나오더니
"왜 살아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다!"
이러면서 제 앞길을 가로막더군요. -_-
빨리 집에나 가라고 개 쫓듯이 휘휘 손을 내저으며(...) 저는 제 자전거를 타고 가려는데 걔가 자기 자전거로 제 앞을 가로막으면서 자꾸만 놀려댑니다.
짜증나서 너만 보면 재수가 없다고 쏘아붙였더니 자기도 저만 보면 재수가 없대요. -_-
그럼 재수없는데 왜 자꾸 알짱거리냐고 했더니만 제가 어떻게 살다가 죽는지 지켜보고 싶답니다. -_-
어처구니가 없어서 내가 살든가 죽든가 너랑 무슨 상관이냐고 지식인으로서 신성한 의무 어쩌구 헛솔.
"개소리 집어쳐! 무슨 의무를 다한다는 거야!" 하고 이리저리 빠져나가려고 시도했는데 자꾸 자기 자전거로 충돌 공격을 감행하지 뭐예요.
아오 쥐방울만한 여자애라 이걸 쥐어팰 수도 없고
어떻게
번호 내놓으랍니다.
제 폰 번호는 왜 요구하냐고 했더니 테러할 거랍니다.
미쳤다고 테러하겠다는 애한테 순순히 전화번호 내줄 사람 어디 있느냐고 하니까 닥치고 내놓으랍니다.
자기가 정성껏 테러해주겠다면서. -_-
또 번호를 주네 마네 옥신각신으로 10분 소모하고
전날 밤샘 과제로 맛이 간 저는 그냥 폰 던져주고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예.
난생 처음으로 여중생한테 폰 번호를 따여보았네요.
이걸 감격해야 하나요.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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