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도에 만백하고>를 정주행했습니다.
단단하기가 조개같은 것이 그 속을 쉽사리 허하지 않더군요. 아는 만큼 보이겠구나 싶은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많이 안 보이더군요. 덕분에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인물들이 아주 인상 깊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단씨 삼형제가 돋보이더군요. 맏형의 죽음보다 제 안위와 보신을 먼저 생각하는 면모에 전형적인 하오배 같다가도, 그러나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천연덕스런 행동거지와 뛰어난 실력, 그리고 짧게 스쳐갔던 그 무게감이 잘 버무려져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해서 이 인물들을 분석하던 도중, 이름에 다다라서 저는 그만 화들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단룡홀, 단룡검, 단룡새. 매우 독특한 이름입니다. 단씨는 매우 드물 뿐더러, 룡자 돌림에 (설마 단룡씨는 아닐 테니까요.) 홀, 검, 새라.
우선 단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대리국입니다. 대리 단(段)씨. 바로 대리국 왕조의 성씨죠. 게다가 이 세 형제의 외호는 관외삼흉(關外三凶)입니다. 이때의 관(關)은 (제가 알기론) 곧 만리장성의 관문(예를 들면 옥문관 같은)을 이름인데, 외호에 이 글자가 쓰였다는 것은 둘 중 하나를 뜻합니다. 주된 활동지가 새외였거나, 혹은 출신지가 새외이거나. 헌데 소설 속 이 삼형제의 주무대는 관내(關內)입니다. 즉 출신지가 새외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하지만 가장 묘한 것은 그 이름입니다. 룡홀, 룡검, 룡새. 오직 제 추측일 뿐지만, 한자로 풀면 아마도 龍笏, 龍劍, 龍璽일 것입니다. 용은 모두가 알듯이 신령한 동물, 즉 천자(天子)를 뜻함이요, 홀은 그의 통치권을, 검은 통수권을, 국새는 국권 그 자체를 나타냅니다.
문제는 이 이름의 주인이 바로 관외삼흉이라 불리는, 일개 하오배란 점입니다. 당최 그 담긴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거늘, 견마지로님은 어째서 이들에게 이런 막중한 이름을 부여한 것일까요?
맏형 단룡홀 탓에 많은 손해를 보고 살았다던 단룡검이나, 부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것을 청했다가 거절 당한 뒤 한숨 짓던 단룡새의 모습이 새삼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아마 그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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