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작품들을 보면 귀족의 이름이 쓸데 없이 길다.
이거 어찌 다 외우냐?
이 시대 사람들은 참 힘들게 산다 하겠지만. 사실 외우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주소와 지형과 직함이 붙기 때문이다.
슈바이크를 꽉 쥐고 있는 공작이 이름을 가령 예를 들어 보자.
구스타프 2세. 헤르초크 폰 슈바이크 아돌프 베르크.
구스타프는 이름이다.
헤르초크는 작위이다.
폰은 성과 이름에서 구분하기 위한 의~를 뜻하는 쉼표다.
슈바이크는 지역이 이름이고.
아돌프는 가문의 성을 말하고
베르크는 산을 뜻한다.
그러니까는 구스타프의 아버지나, 조상중 이름이 구스타프이고.
헤르초크는 신분이며.
폰에서 한템포 쉬고.
슈바이크는 지역 주소고
아돌프는 썽씨고.
베르크는 상세 주소다.
자기 소개를 끝내면 상대 귀족이
“으따~ 그러니께. 댁이 쪼까 거시기가 헤르초크고. 슈바이크 동네에서 공작이라는 높은 나으리며 성은 산에 있다, 이거지라잉? 으따 멋져 부랑께.”
자, 대한민국에 삼성 다니는 김철수를 유럽 귀족씩으로 해보자.
철수 삼성맨 마케팅2팀장 의~ 삼성동 김 일광빌딩 12층 전략기획사업부
맞선 자리에서 멋지게 자기 소개를 한 김철수 씨.
“어머. 철수씨가. 삼성에 다니고 팀장이라는 높은 직급을 가지고 삼성동 지사에서 김씨의 자손으로 일광빌딩 12층에 전략기획부란 노른자 사업부에 다니는군요. 그래요. 철수씨. 여자가 어른이 되면 더이상 집에 기대 해서는 안될 나이죠. 아빠 보다는 오빠가 필요한 때~ 혹시 자가에 사시나요? 대출금은 얼마에요~ 오빵?”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중세 시대 공작인 구스타프 씨는 직장이 곧 집이다.
김철수는 삼성동에 살지만 집은 경기도권.
“자가 맞지라잉.”
“어머. 강남역? 아니면 서초역? 사는 곳이 뭐에요? 오빵~”
“경기도 끝자락군 싼땅리 쪽~ 이층 단독주택이랑께요.”
“어머, 소똥 냄시 꺼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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