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 같단 말이 정담에서 써도 되는 비속어인진 모르겠는데 진짜 이런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에요
십팔 년 밖에 안되는 어린 나인데도 살면서 이런 사람은 진짜 처음 봅니다
지난 겨울 방학 때에 어머니 소개로 새로운 수학 과외를 시작했습니다. 제법 실력이 좋은 선생님이신데 제가 첫 일이 주 동안 컨디션이 조금 부진했습니다. 원래부터 다른 사람보다 강박적인 행동을 약간 보이는데 그 즈음에 수험 스트레스와 겹쳐서 강박 증세가 심화되었거든요. 공부를 잘 못하니 선생님이 편찮은 기색이더니 첫 수업 때 공지하신 수업 진도표보다 제 실력에 맞춰 가르치십니다.
그렇게 한두 달이 지나니 선생님이 수업 날짜를 막 바꾸시는 게, 저번 금요일만 해도 급한 사정이 있다는 애매모호한 말로 빠져나가시는 일이 많아지더라고요. 한두 달이 지나기 전에도 아프다고 빠지는 일이 잦은 편이었지만 구정 때도 그렇고, 다른 선생님들과 달리 당일 날에 급전으로 소식을 전하더라도 이유만은 꼬박꼬박 알려주셨는데 그것 참..
선생님이 범생이처럼 생겨서 깐깐한 건 알겠는데 수업에까지 적용시키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모르는 문제를 말할 때마다 한 번에 못알아 들으면 왜 이걸 모르냐, 그러다 한 대 맞는다(말버릇입니다) 등 짜증을 내는 통에 질문이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 선생님하고 하는 과외가 처음이었으면 모르겠는데 그 전에 영어 과외를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 선생님은 제게 제 장점이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고 꼬박꼬박 질문해주는 것이라면서 참 태도가 좋다고 말해주셨는지라 내심 비교되면서 속이 불편해졌어요
그러다가 일이 주 전 수업에는 모르는 문제 때문에 책상을 쾅하고 내리치길래 속으로 아 이거 안되겠다 생각했죠. 마침 어머니가 왜 이렇게 수업을 자주 바꾸냐고 선생한테 말해야 겠다면서 성화를 내시길래 그 기회에 어머니께 말했어요. 그리고 지금 전화하거나 다음 수업 때 제가 직접 선생님께 말해야 겠다는 말도 드렸는데 어머니가 그러면 큰일 난다고, 아버지에게 말해서 상담토록 해야한다고 하더군요
딱 이때 감이 왔어요. 선생님과의 관계가 장난 아니게 불편해지겠구나. 선생님이 언제나 짜증 내시는 건 아니니까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해도 듣지를 않고, 마침내 아버지가 선생님께 말하는 날이 왔음에도 그 당일까지 제가 몇 번이나 말했는데..
결국 그렇게 상담하고 오니 선생님이 갑자기 엄청 사근사근해진 게 불편하면서도 잘됬구나 생각했건만,
저번 수업 때 일이 있다고 빠지더니 결국 오늘 집에 일이 많고 몸이 너무 아파서 안되겠다고 저희 수업을 잘랐네요! 앞으로 안 오겠답니다! 아 진짜..
학생이 모르는 거 물어본다고 누가 책상을 쾅쾅 칩니까? 제 책상이 자기 드럼이라도 되는 줄 아나보죠? 등짝 맨날 갈기는 건 선생으로서 그럴 수 있다 하고 넘어가는데 왜 이렇게 짜증을 내냐고요
게다가 그렇다고 선생님이 되서 학생을 먼저 자르나요 보통.. 어른들이 그렇듯 아버지도 말을 길게길게 늘이면서 훈계하시는 걸 좋아하셔서 선생님도 아버지께 한 말씀 들은 건 이해가 가는데요, 그렇다고 갑자기 자르면 여태 배운 책은 어떻게 되고 그동안 정리한 수업 노트는 어떻게 되냐고
선생이 원래 하던 학생들도 끊었나 알아보고 안 끊었으면 집에 일이 있다면서 쟤네는 어떻게 수업하냐고 따질까도 생각이 드는데 스토커 취급 당할까봐 걱정이 되네요. 얻는 것도 없을 것 같고..
아무튼 여기까지 화풀이였습니다.. 어머니한테 선생님 수업 못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순간 화는 나는데 집에 아무도 없고 입은 쏘아붙이고 싶어서 근질근질하고 해서 막 생각난 정담 와서 이런 글 쓰고 갑니다.. 너무 길다 하고 스크롤 내리셔서 이 문장 읽고 계신 분은 굳이 다시 올려서 안 읽어도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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