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양판 소설에 대한 생각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1.09.18 15:59
조회
847

음..전 양판 소설을 싫어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다 읽고서 스토리는 잊어버리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아, 이게 양판소라는 건가..하고 느낀 경험을 한 이후에는..딱히 스토리를 기억하려하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양판소라는 건, 소재도 비슷, 배경도 비슷, 인물도 비슷, 스토리도 비슷~한..말하자면, 유행에 따른 소설 ..대세에 따른 소설..정도로 전 생각합니다.

어느정도 성공한 소설이 있으면, 거기서 성공을 한 요인만 빼내어 비슷하게 쓰는 걸..여러사람이 하는 것.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전략이니까요. 그리고 즐겁게 읽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즐겁게 읽기는 하지만..더이상 집중해서 읽지는 않습니다. 이유가 있지요..

언젠가, 동생이 판타지 소설을 읽고있는 제게, 어떤 판타지 소설을 내밀며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거 재밌어? 내용 좀 알려줘봐."

전 읽은 책이었고. 나름 재밌게 읽어서..내용을 말해줍니다.

....

그런데, 말하는 내용이 섞이는 겁니다. 다른 판타지 소설들과...

읽었던 게 다 비슷비슷하다보니,그리고 워낙 많이 읽다보니..

읽었던 판타지 소설들이 섞여서, 예전에 읽었던 판타지 소설의 줄거리가 기억나지 않더군요. 아니, 기억은 나는데..

말하다보면, 섞여요...

.어? 이게 아닌데, 이거 다른 소설 아니었나? 아니 맞나?

물론, 다른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조금, 심한 감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전 생각했죠.

어차피 다 비슷하니까, 나중에 떠올려 봤자 스토리가 섞이는데 뭘, 섞여도 위화감이 없고...뭘, 어차피 다 그게그거니 그냥 기억할 필요없이 개그보듯 읽으면 되겠구나..하고 말이죠.

그렇게 머리 비우고 읽게 되었습니다. 머리를 비워서 읽어도 되더군요.딱히 신간으로 나온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서 기억해야할 건 없었습니다. 인물 이름이야 소설 내에서 계속 말해주고, 배경이나 설정이야 이미 예전 것이고, 떡밥이 있다한들 다른 소설에서 본 듯한 것이고, 스토리 전개도 비슷하다보니..보게 되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말빨이나, 서술에 있는 유머 혹은 개그 정도군요..아니면, 이미 알고있지만 대리만족을 주는 주인공에게 놀라는 주변인물들의 반응 정도..말하자면 즉각적인 재미...(기억해야 할 필요가 없다보니, 책장을 넘기고 한달이 채 안되도 읽었던 소설의 인물들 이름은 당연하게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조금 더 지나면 스토리도 기억나지 않고요. 그래서  양판소가 빨리 나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심각한 소설, 혹은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른 소설, 스토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나가는 소설을 보니, 괜히 복잡하게 써놨다는 생각이 들면서 읽지 않게 되더군요..

근데 그러다보니까...그렇게 읽다 보니까..제가 점점 더 무뇌아가 되는 듯한 생각이 들면서..나 대체 멍청이처럼 생각도 없이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설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판타지 소설을 읽고 있는 제가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양판소를 읽을수록 머리가 깡통이 되어가는 느낌이었죠.

그리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면..다시 생각을 하고 읽기로 했거든요. 머리 끄고 읽었을 때는 소설에 쓰여져 있는 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개연성이니 뭐니 그런 거 없이. 아 그런가보네. 하고 그냥 넘기고 그랬죠. 스위치를 완전히 끄고 있었으니까요..

근데, 생각을 하면서 읽다보니..아, 이런 걸 읽고 있었다니 나도 참 한심하구나..라는 생각이 더욱 더 심해지더군요. 그래서 전 예전에 ..오래전에 나온 소설들을 찾게 되었죠.

읽은 후에 머리속에..하다못해 스토리와 주인공 이름 정도는 그래도 기억에 남는..그런 소설이 그래도 소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뒤,

드래곤 라자, 퓨처 워커, 폴라리스 랩소디,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 룬의 아이들 윈터러, 룬의 아이들 데모닉,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절망의 구, 얼음나무 숲, 등등을 읽으면서 소설을 읽는 재미란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죠.

그제서야요. 뭐..전 원래 책하고는 정말 거리가 있었습니다. 전혀 읽지를 않았어요. 멀리~ 돌아서 오기는 했지만 전 소설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처음부터 위의 소설들을 읽었다면, 소설의 재미를 몰랐을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고뇌같은 것도 몰랐겠지요.

양판소를 읽었던 시간들이, 딱히 아깝지는 않습니다. 그 소설들은, 제게 소설을 좋아하게 할, 뭐랄까..발판 역할을 해주었거든요. 다만, 시간이 조금 걸렸지요..몇년은 걸렸으니.

제가 처음으로, 읽어서 판타지 세계에 푹 빠지게 한 소설의 제목은 '에티우' 입니다. 전부 사서 책장에 꽂아두기 까지 했죠. 양판소입니다. 에티우라는 실버드래곤이 유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죠. 하지만, 전 괜찮았다고 봅니다. 이 소설이 있어서 전 소설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인까요. 굉장히 멀~리 돌아오긴 했지만.

아마, 지금 양판소를 읽고 계신 분들도..저와 비슷한 절차를 밟지 않을까요..양판소라는 게 처음에는 정말 중독성이 장난 아니니까요

후유증으로 '그래도 판타지 소설이 좋아!'가 남으니 말입니다.

시간이 무지 걸리지만....

뭐..그냥 한담입니다.

* 연담지기님에 의해서 문피아 - 하 - 연재한담 (s_9) 에서 문피아 - 하 - 강호정담(fr1)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1-09-18 17:04)


Comment ' 8

  • 작성자
    Lv.83 슬립워커
    작성일
    11.09.18 16:09
    No. 1

    저는 특이하게 외국판타지쪽을 섭렵하다 이 쪽으로 들어온 케이스라 처음에 우리나라 판타지보고 '이게 소설이냐?'하는 생각이었는데 글쓴분 처럼 천천히 중독되더군요;;;; 아무튼 이제는 외국쪽으로 다시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빛의균형자
    작성일
    11.09.18 16:09
    No. 2

    저도 비슷하게 소설을 나눠서 봅니다.

    그냥 재밌자고 보는 개콘과 생각하면서 볼 다큐멘터리의 차이랄까요...

    그저 재밌게 즐기;는 것과 생각하면서 즐기는 두뇌유희의 차이랄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디르카
    작성일
    11.09.18 16:32
    No. 3

    저도 요즘 다시 예전 세대 소설 다시 읽기 시작하는중

    세계관이 다들 고정된것 같아요 요즘 나오는 소설의 대부분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디르카
    작성일
    11.09.18 16:33
    No. 4

    게다가 거의 절반이 드래곤볼식 전개 (..)

    강한적 등장 -> 주인공 강해짐 - > 더 강한적 등장 - > 또 강해짐

    ..으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낭만주유
    작성일
    11.09.18 16:33
    No. 5

    사람에 따라 다르죠
    책을 많이 접한 사람들은 구성이 탄탄한것을 찾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별로 접하지 않았거나 처음접하시는 분들에겐 오히려 양판소가
    접하기에는 훨씬 편할거 같네요~
    결국 양판소도 있으면 좋고 소설을 적기 전부터 확실한 조사뒤에 세계관을 확립하여 쓴 소설도 좋고~~ 소설이 탄생한다는거 자체가 좋은거 아니겠습니까

    여담이지만 그런점에서 우리나라 가수들도 회사에서 완성되서 나오는 거 말고 실수도 하고 못하는 사람들도좀 나왔으면 좋겠네요~ ㅎ 그래서 슈퍼스타k가 대박 났을려나?~~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가나다라사
    작성일
    11.09.18 16:34
    No. 6

    쥬논님의 소설을 다시 정독중이라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요를르
    작성일
    11.09.18 17:16
    No. 7

    ㅋㅋ양판소도 양판소 나름의 매력이 있죠. 사실, 양판소 특유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재밌게 쓰는건 필력좋은 작가님이더라도 힘들것같아요. 진부한 스토리일수록 필력이 바탕이 되어야하니까요.

    에, ㅋㅋ 전 요즘 판타지소설을 무조건 재미위주로 보기때문에 지금의 양판소에 그럭저럭 적응해 보고있습니다.ㅋㅋ뭐, 여머루님이 말하신데로 절대 스토리따위 기억나지 않지만.ㅋㅋ

    전 판타지소설 가장 처음에 접했던게 가즈나이트였는데... 그야말로 폐인이되었었죠. 쯧.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하운(河澐)
    작성일
    11.09.18 19:02
    No. 8

    몇천권읽었더니 질리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80663 오늘은 할 이야기가 많네요. +8 Lv.35 성류(晟瀏) 11.09.18 688
180662 오랜만에 인증해요!! +7 Personacon 묘로링 11.09.18 750
180661 그러고보니 오늘도 피씨방을 갔었는데... +12 Lv.35 성류(晟瀏) 11.09.18 741
180660 문자한지 하루만에 만났어요. +9 Lv.35 성류(晟瀏) 11.09.18 867
180659 솔로분들을 위한 애인 생기는 진화론적 접근!! +6 돌아가 11.09.18 638
180658 간만에 들르면서 고민 상담 한 번 받아봅니다. +6 Lv.1 범과같이 11.09.18 797
180657 찾으시던 책이 절판이시라고요? 그렇다면... +3 Lv.2 독꿈 11.09.18 685
180656 아! 내가 댓글때문에 저격당했구나! +32 역사학자 11.09.18 951
180655 마법사로 솔플 가능한게임 추천좀 부탁드려요 +16 Lv.60 PigLoth 11.09.18 836
180654 어제 정전 당시 군부대 레이더도 꺼졌다네요. +9 Personacon 체셔냐옹 11.09.18 823
180653 메이웨더vs빅터 오티즈 //복싱 좋아하십니까? +2 Lv.7 만섬(慢蟾) 11.09.18 618
180652 게임하는 여자에 대한 환상이 박살났슴니다.. +26 Lv.1 [탈퇴계정] 11.09.18 1,386
180651 양판소가 이런거 맞나요? +9 Lv.1 칼디 11.09.18 702
180650 지금 보니까 내 글 삭제됬네염. +6 역사학자 11.09.18 717
180649 고기를 좋아하시나요? +12 Personacon Eruaz 11.09.18 620
180648 스타 2 혹시 지금 같이 하실분 있으시나요 §?! +2 Lv.12 디르카 11.09.18 590
» 양판 소설에 대한 생각 +8 Lv.1 [탈퇴계정] 11.09.18 848
180646 광택이 많이 나는 옷 어떠세요?? +4 Lv.91 슬로피 11.09.18 656
180645 한국에도 외계인과 대화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네요. +6 Lv.99 곽일산 11.09.18 635
180644 제가 소설을 보고있는데 형이하는말. +2 Personacon 마존이 11.09.18 802
180643 아웃백 갔다왔어요+_+(저렴하게 먹는 방법!) +8 Lv.12 강형욱™ 11.09.18 877
180642 토마토 저축은행 영업정지 당했음다... +2 Lv.45 호우속안개 11.09.18 798
180641 강원 FC의 놀라운 능력 [K리그] +3 오르네우 11.09.18 702
180640 임태훈과 두산의 대단한 기업문화... +4 Lv.24 약관준수 11.09.18 925
180639 도와주세요..ㅠ +9 Lv.1 [탈퇴계정] 11.09.18 718
180638 드디어 방통위가 네티즌에게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15 Personacon 아야가사 11.09.18 1,314
180637 멸자사거리가 Lv.78 IlIIIIIl.. 11.09.18 406
180636 노래를 녹음해봤는데.. +11 Personacon 월련[月戀] 11.09.18 651
180635 역대 최강 김여사 +22 Lv.1 [탈퇴계정] 11.09.18 1,388
180634 제 수호천사는 미카엘^^ 이라네요~ +1 Lv.7 새율 11.09.18 611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