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초에 육군 논산훈련소에 입소했습니다.
모 연대 7번 훈련병이었는데, 2주차였나, 3주차였나, 옆 중대에서 대형 사건이 터졌습니다. 교육대장이 빡쳐서 그 중대 해체시키면서 그 중대에 있던 훈련병들이 죄다 제가 속해있던 5중대로 배속됐는데, 제가 입대했을 때 기수가 좀 적어서 원래 중대 인원이 163명이라고 했습니다. 근데 요거에 해체된 중대가 저희 중대로만 죄다 배속되면서 300명 넘게 불어났습니다 ㅡㅡ;
더 큰 문제는 해체된 중대 애들이 훈련도 제대로 못받았았고, 개인장비 손질도 엉망이었습니다. 기록사격 때 제 옆사로에 있었던 해체중대 훈련병이 K2 쏘다가 힌지 박살나면서 노리쇠가 눈을 정통으로 때려서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고... 기록사격 끝나고 총기손질 도와주면서 보니까 비가 허벌나게 왔을 때도 총기수입 하나도 안해놔서 노리쇠 다 녹슬고.....
훈련병인데 훈련도 제대로 못받은 중대 애들까지 관리하면서 훈련병이 오질라게 많아지니까 중대장이랑 소대장도 허구헌 날 술만 쳐마시고, 각개전투+숙영+야간행군이 원래 2박 3일인가 그렇죠? 저를 포함한 동기들은 1박 2일만 받았습니다 ㅡㅡ; 숙영은 애초에 없었고, 전부 다 복귀한 다음에 막사에서 야간행군을 시작했습니다. 각개전투도 10사로인가, 11사로였던가요? 한 사로마다 한명이 뛰는데 저희 기수는 한 사로마다 2인 1조로 돌격했습니다 --;;;;;;; 각개전투도 2번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거였는데 이것도 한번에 끝.
아무튼지간에 우여곡절의 훈련병 생활을 끝내고 후반기 없이 자대배치를 바로 받았는데, 경기도 어딘가에 있는 독립중대였어요. 선임들이 진짜 좋은 곳에 왔다며 축하한다고 오자마자 PX가서 뭐 별거 다 먹었습니다.
대기병 풀리기 전에 인사과에서도 대기했었는데, 그때 인사과 일병님이 "니들 타자 연습 좀 해보자"이랬어요. 동기들 죄다 손 ㄷㄷㄷ 떨면서 키보드 열심히 두드렸고, 저도 손 ㄷㄷㄷ 떨면서 열심히 두드렸는데 저는 587타가 나왔습니다 ㅡㅡ; 동기들 평균 타수가 100~200타
고대로 인사과에 끌려가서 두 달 동안 배운 적도 없고, 해본 적도 없는 워드프로그램 만지고, 엑셀 만지고... 도무지 버틸 수가 없어서 행정계 간부(상사)랑 본부대 행보관(역시 상사)한테 소원수리 긁어서 동기들 있는 기동타격소대로 가고 싶다고 했더니 일주일 후에 바로 기동타격소대로 갔습니다. 가자마자 동기들도 그렇고, 선임들이 고생했다며 칭찬해주고, 난생 처음 K1a 만져보고... 여기까지 좋았는데....
일주일 후에 의무대에서 분명 단순감기로 진단을 받았고, 조금 더 정확히 진단하려고 외진까지 나가서 100% 단순감기로 진단을 받았습니다. 근데 신종플루 격리소대로 쫓겨났습니다 ㅡㅡ;;;;; 보통 내무실만한 크기에 19명이 쳐박혀서 옹기종기 잠을 자니까 단순감기였던 저도 신종플루 확진.... 1월까지 격리소대에 있다가 나오니까 후임이 왔는데 후임은 자살시도 몇번 한 애라서 관심병사...
일병 꺾일 때 즘에 갑자기 부대 재편성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진짜 재편성이 되더니만 독립 '특공'지역대가 됐습니다. 그렇다고 특공대냐? 절대 아닙니다. 이름이랑 편제만 '특공대'였지 하는 일은 올해 제대할 때까지 계속 독립중대 그 임무에만 충실했습니다.
부대 재편성되면서 1년에 많으면 2번 정도만 있을 전지검을 세달동안 6번을 받았습니다 --; 별 하나 단 군인은 그때 첨 봤어요. 별 하나 단 사람까지 와서 지휘시찰하고... 이때 제가 너무 우울해져서 일병 때 관심병사 등극
모 특공대대에 있던 장비들이 죄다 저희 부대로 넘어왔는데, 그때 군수병인지 뭔지가 중대장한테 "다 같이 열심히 하는건 좋은데 취침시간 넘어서까지 하는건 너무 싫다!"면서 행보관을 소원수리에 긁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 다행이 행보관도 열심히 하고(복무 중에 행보관이 3번이 바뀌었는데, 두번째 행보관이었고 진짜 군인다운 행보관이었어요), 그 군수병도 열심히 해서 좋게 넘어갔지만 아무튼 중대장도 그때가 너무 싫었는지 전지검 끝나고 취사장에 다 모여서 쫑파티하면서 "너희들 적만 간부냐? 내 적도 간부야"라는 희대의 망언을 하기도 했고, 행보관도 막걸리에 거하게 취해서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12시까지 TV 시청한다!" 이랬는데 실제로는 11시까지만 TV 시청이었어요.
아무튼 지간에 저는 K1a 반납하고 한번도 만져본 적 없는 K3 사수가 됐고, 소총수였는데도 집체교육 한번가서 별걸 다 배웠습니다 ㅡㅡ; 집체교육 갔을 때, 교관이라고 했던가, 그 사람들이 "넌 소총수면서 왜 왔냐?" 이래서 "우리 중대장님이 K3 들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처음으로 k3 쏴봤는데, 방아쇠 한 0.5초 정도 당기고 있다가 떼고 다시 당기려고 하니까 총알이 안나갔어요. 위에 뚜껑 여니까 탄피 하나가 제 머리로 튕겨올라오고... 그 교관님들도 탄피가 총 안에서 걸리는건 처음이라나, 뭐라나....
상병 꺾일 때 즘에 보니까 K3 손질도 할 줄 모르는 K3 사수 --; 부대에서 실사격은 계속 K1a로만 나갔으니 이뭐.. 소원수리 한번 더 긁어서 K1a 다시 얻어내면서 군 생활이 좀 풀렸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요...
그래도 독립중대라 덜 힘들었다는 것만으로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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