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서울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서 봉가의 [양소]를 읽었습니다. [양소]는 중무입니다. 시도는 어느 정도 참신했다고 생각합니다. 남송이 완전히 멸망하기 전과 후를 관통하는 시대적 배경에 무협을 섞어 놓았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하던 이야기가 점점 덜 신기해지더니, 어찌 보면 여러 무협스타일을 짜집기한 것 같기도 하고, 작가의 필력이 아직 화경에 이르지 못한 탓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알라딘에서 도서검색을 해 보면, 다른 무협소설가들이 이 작품을 격찬한 것으로 나오는데, 그렇게 격찬을 받을 만한 작품은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공력이 더 쌓이면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격찬을 받을 만한 것이 아니죠.
혹시나 다른 중무가 없나 해서 한 번 더 가 봤습니다. 정풍의 [천관쌍협]이 있더군요. 중무여서 그런지 옛날 중국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옵니다. 한무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분위기이지요. 이건 아직 한 권밖에 안 읽어서 뭐라고 평가하기 이릅니다. 가볍게 다루고 넘어갈 대목과 자세하게 다루어야 하는 대목을 잘 구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글솜씨만 놓고 본다면 꽤 괜찮은 작가인 것 같습니다.
잠깐 검색을 해 보니, 대만에서는 정풍을 여자 김용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것도 지나친 별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용의 작품에 들어 있는 기이함이 들어 있지 않은데, 어찌 여자 김용이라고 칭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한동안 중무를 멀리했습니다. 왜냐 하면 운중악 이후로 좋은 작품이 번역되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봉가나 정풍과 같은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번역된 걸 보니, 다시 중무에 맛을 들여도 되지 않겠나 하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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