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만한 분들은 다 알고 계시겠지만 상식선에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철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계산기와 인간의 결정적인 차이는 욕망입니다.
하지만 논리의 세계에서 말한다면 직관력의 유무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버지가 방에서 들어가신다."
사람은 이 문장이 이상하다는 걸 보는 순간 알 수 있습니다.
이 예문은 너무 간단하지만 만약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복잡한 대상이라면 위화감을 먼저 느끼고, 그 후에 뭐가 이상한지 찬찬히 살펴보면서 문제를 찾게 됩니다.
인간은 내면의 용광로에 지식과 경험을 제련함으로써 우주적인 크기의 경우의 수를 단 한 순간에 꿰뚫어버리는 통찰을 얻기 때문입니다.
반면 계산기는 먼저 한글에 대한 수많은 규칙을 정립하고 체계화한 후에야 오류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다만 일단 규칙이 정립되고 나면 처리 속도 면에서 인간과 비교하는 게 의미 없게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사람 같은 기계'에 대한 거라기보다는 마침내 계산기의 처리 능력이 인간의 직관력을 넘어선 상징적인 사건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근본적으로 성질이 변한 것이 아니라 마치 물이 끓는 것처럼, 연속성 있는 기술의 발전이 어떤 임계점을 넘어버렸기 때문에 계산기가 사람처럼 사고할 수 있다는 착각을 "위화감 없이"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게 우리에게 닥쳤던 충격의 정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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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공지능 기술이 일반적인 계산과 조금 다르긴 합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말하는 "학습"이란 두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수치로 나타낼 수만 있다면 학습할 수 있다.
2. 데이터가 충분하면 학습을 통해 알고리즘을 대체할 수 있다.
데이터와 수식을 준비합니다. 이 만들다 만 수식을 유식하게 '모델'이라고 합니다.
y = ax
정확한 결과를 얻고 싶으면 계수 a와 b를 결정해줘야 하는데요.
보통은 간단히 프로그래머를 갈아 넣으면 됩니다.
많은 실수와 교정을 통해 이 문제를 관통하는 논리를 찾아낼 겁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프로그래머는 훨씬 게으릅니다(참고로 게으름은 프로그래머의 두 번째 미덕입니다).
피똥싸면서 논리를 정립하는 대신 계산기에게 입력과 출력 (x, y)를 엄청나게 많이 던져줘서 a와 b값을 알아내게 합니다.
이 과정은 별로 복잡하지 않습니다.
a = 1 로 줬을 때보다 a = 2 로 줬을 때 오차가 더 적다면 다음에는 1.5 나 2.5를 넣어 봅니다.
아, 물론 직접 하는 게 아니라 계산기한테 시키죠.
인공지능 기술이란 이 주먹구구식 작업을 좀 예쁘게 포장한 것 뿐입니다.
그리고 보통 이런 접근 방법은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당연하죠. 주먹구구식이니까.
하지만 경우의 수가 일정 수준을 넘었을 때는 비로소 진가를 발휘합니다.
현실세계에서는1천만 년 계산해서 정답을 알아내는 거보다
1시간 걸려서 90프로쯤 맞는 답을 내는 게 더 쓸모있거든요.
요약
계산기야 이거 '요렇게' 계산해
-> 인공지능아 답지까지 다 떠넘겨 줄 테니까 계산식도 니가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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